김덕주 전 대법원장 별세…93년 첫 재산공개 때 사퇴
1990~1993년 제11대 대법원장을 지낸 김덕주 전 대법원장이 5일 오전 별세했다. 90세.
고인은 충남 부여 출신으로 청주고, 서울대 법대를 졸업했다. 제7회 고등고시 사법과에 합격해 1956년 대구지법 판사로 법관 생활을 시작했다. 이후 서울민사지법 부장판사, 서울고법 부장판사, 춘천지법원장, 서울민사지법원장 등을 거쳐 법원행정처 차장과 대법관을 지냈다.
노태우 정부 때인 1990년 대법원장으로 임명된 고인은 김영삼 정부 초기까지 약 3년간 사법부를 이끌었다. 고시 동기 중 선두주자로 40년 가까운 판사 경력 동안 요직을 거쳤지만, 대법원장이 되는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그가 서울민사지법원장이던 1979년 김영삼 당시 신민당 총재에 대한 총재 직무 정지와 1980년 신군부에 비판적인 정치인들의 활동 규제 등에 관여했다는 이유를 들어 야권은 그를 ‘친정권’ 인사로 규정했다. 법원행정처 차장 시절 판사 숙정 작업을 주도했고, 법정 구속된 전두환 전 대통령의 처남을 보석으로 풀어준 일도 도마 위에 올랐다.
1990년 12월 당시 여당이자 국회 다수를 점하고 있던 민주자유당이 주도해 임명동의안은 통과됐다. 이후 군사정권이 막을 내리고 김영삼 정부가 들어서면서 사법부 개혁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졌고, 고인 역시 1993년 각종 쇄신안을 내놓았다. 변호사가 판사실을 출입하는 것을 제한하고, 전관예우 근절을 위해 변호사와 회동을 금지했다. 또 법관 인사위원회를 설치해 인사기준을 공개했고 법관회의를 활성화하는 한편, 법관직급제를 폐지하는 방안을 내놨다.
하지만 김 전 대법원장은 임기 6년의 반도 채우지 못하고 2년 10개월 만에 사퇴했다. 당시 대구지법 판사이던 신평 변호사, 서울지법 판사이던 박시환 전 대법관, 강금실 전 법무부 장관 등이 사법부 개혁을 촉구하며 ‘3차 사법파동’이 일어났고, 김영삼 정부가 도입한 공직자 재산공개에서도 문제가 됐다.
김 전 대법원장은 퇴임 기자회견에서 “국민 앞에 비치는 사법부의 모습에 깊은 책임감을 느낀다“며“모든 현안은 최고 책임자인 제가 물러남으로써 매듭지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퇴임 후에는 2012년까지 동남합동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로 활동했다.
생전 청조근정훈장(1986)과 국민훈장 무궁화장(1994)을 받았다. 빈소는 삼성서울병원 장례식장에 차려졌다. 발인은 7일, 장지는 천안공원묘원이다. 성백현 서울중앙지법 원로 법관이 사위다. 장례는 법원장(葬)으로 치러진다. 대법원은 내부 회의를 거쳐 장의위원회를 구성하기로 했다.
오효정 기자 oh.hyo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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