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간부의 말 보도했다고, KBS 기자 기소됐다…언론 압박 논란
한동훈 법무부 장관과 이동재 전 채널A 기자 사이 대화 내용을 허위로 전달한 신성식 법무연수원 연구위원(검사장)과 이를 보도한 KBS 기자 A씨가 재판에 넘겨졌다. 신 검사장은 즉각 반발했고, 수사를 지휘한 검찰 고위직으로부터 들은 내용을 보도한 것에 죄를 묻겠다는 검찰의 판단을 두고서도 논란이 일고 있다. 해당 사건의 고소인은 한 장관이다.
檢 “혐의 입증 가능” 신 검사장과 기자 둘 다 기소
서울남부지검 형사6부(부장 이준동)는 신 검사장과 A씨를 명예훼손 혐의로 각각 불구속기소했다고 5일 밝혔다. 신 검사장은 지난 2020년 서울중앙지검 3차장 재직 당시 이른바 '검언유착' 의혹과 관련해 ‘한 장관과 이 전 기자가 유시민 전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신라젠 주가조작 연루 의혹을 제기하자는 대화를 나눴다’는 허위 사실을 A씨에게 전달한 혐의를 받고 있다.
그러나 두 사람은 이런 내용의 대화를 주고받은 사실이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또 A씨는 신 검사장으로부터 관련 내용을 들은 뒤, 사실관계를 정확히 확인하지 않은 채, ‘두 사람이 유 전 이사장 관련 의혹의 보도 시점을 조율하는 등 총선에 영향을 미치기 위한 의도로 공모했다’는 취지의 보도를 한 혐의로 기소됐다.
검찰은 신 검사장과 A씨 모두 혐의를 입증 가능하고, 의도성도 확인됐다고 판단해 두 사람 모두 기소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신 검사장은 “사실관계나 법리적으로나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 고소인이 한 장관으로, 검찰권이 사적으로 남용된 것은 아닌지 심히 의심스럽다”고 반발했다. 또한 법조계와 언론계 일각에선 신 검사장의 말을 듣고 보도를 한 A씨를 함께 기소한 것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檢-기자 사이 정보비대칭 고려해야…언론 위축”
한 부장검사 출신 변호사는 “해당 보도가 실제 녹취 내용과 다르다는 점에서 기소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면서도 “검찰과 기자 사이에 정보 비대칭이 크고, 특히 신 검사장이 검찰 고위 간부인 점, KBS기자와 신 검사장 사이 신뢰관계 등을 고려하면 다소 징벌적인 측면이 있다”고 분석했다.
윤호영 이화여대 커뮤니케이션미디어학부 교수는 “해당 기자에 대한 기소는 언론 관계자 누가 보더라도 법적인 처벌보다는 언론의 위축 효과를 노린 것으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며 “보도 내용과 보도를 한 기자를 압박하는 것도 있고, 동시에 다른 언론들에 대한 경고와 압박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서울 소재 대학의 언론학 전공 B 교수 역시 “신 검사장의 당시 지위와 역할을 고려하면 취재 기자 입장에선 믿을 수밖에 없는 취재원이고 내용이었을 것”이라며 “보도 시점에 취재 내용이 사실이라고 믿을 만한 상당한 근거가 있었다면 그에 대해 형사적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것이 우리를 포함한 많은 선진국 법원들의 일관된 판단”이라고 말했다. 이어 “검찰도 한 장관도 이를 모를 리 없음에도 해당 기자를 기소한 것은 언론을 위축시키고 기자를 괴롭히기 위한 ‘전략적 기소’로 볼 수밖에 없다”고 했다.
檢, “속아 보도한 것과 달라”…고의성 쟁점 될듯
반면 검찰은 혐의가 분명해 죄를 물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남부지검 관계자는 “KBS는 단순히 신 검사장의 허위 발언만 그대로 전한 게 아니라, 다른 확인되지 않은 내용까지 덧붙여 왜곡보도했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취재원에게 속아 보도한 경우와는 다르다”며 “두 사람 모두 혐의를 확인했고, 명예훼손 의도도 있다고 판단해 기소한 것”이라고 말했다.
검사 출신인 김은정 법무법인 리움 변호사는 “정치적 입장이 첨예한 사건인데, 표면적으로 범죄 혐의가 드러나면 검찰 입장에선 불기소 책임을 스스로 지기보다 우선 기소 한 후 법원 판단을 받아보자는 취지였을 것”이라며 “다만 KBS가 고의로 오보를 냈는지 등 명예훼손의 주관적 구성요건은 법정에서 쟁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윤정민ㆍ허정원 기자 yunj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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