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임 술접대' 기소 피한 검사... 그는 왜 대검 컴퓨터 포맷했나 [이슈와 검사]
[손가영 기자]
▲ 2021년 10월 1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대법원(법원행정처), 사법연수원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더불어민주당 김영배 의원이 '고발사주' 의혹에 대해 질의하고 있다. |
ⓒ 국회사진취재단 |
[이슈] 2022-12-19 '고발사주' 5차 공판, 검사들 조직적 증거인멸 의혹
지난해 12월 19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손준성 검사(서울고검 공판송무부장)의 '고발사주' 사건 5차 공판에서 2021년 9월 2일 사건 첫 보도 당시 이뤄진 검사들의 조직적 증거인멸 정황이 구체적으로 확인됐다.
고발사주 사건은 손준성 검사를 포함한 대검찰청 검사들이 2020년 4.15 총선을 앞두고 당시 여권 인사에 대한 고발장을 작성해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 국회의원 후보였던 검사 출신 김웅(현 국회의원)에게 두 차례 전달했다는 의혹이다. 연루된 전·현직 검찰 공무원 중 손 검사만 지난 5월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고발사주 사건은 연루된 전·현직 검사들이 휴대전화를 초기화하거나 압수수색영장이 발부됐어도 휴대전화 비밀번호 해제를 거부해 핵심 물증이 충분히 확보되지 않은 건이다. '수사 방해'라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손준성 당시 대검 수사정보정책관과 함께 일했던 임홍석 검사는 <뉴스버스> 첫 보도 당일인 2021년 9월 2일 저녁 자신의 컴퓨터를 포함해 수사정보정책관실의 컴퓨터 여러 대를 포맷했고, 이 과정이 촬영된 영상과 사진이 그의 휴대전화 포렌식 과정에서 복구돼 확인됐다.
삭제된 파일 복구를 방해하는 '안티포렌식 앱'이 3차례 설치된 이력도 드러났다. 임 검사는 대검의 '판사 사찰' 논란으로 수사정보정책관실이 압수수색을 당했던 2020년 11월 25일과 고발사주 사건으로 자신에 대한 대검 감찰이 예정된 2021년 9월 11일 안티포렌식 앱을 설치했다.
[검사] 임홍석 창원지검 검사
임홍석 검사는 2008년 50회 사법시험에 합격해 2011년 40기로 사법연수원을 수료했다. 2011년 인천지검 부천지청 검사로 첫 임관했고 2013년 청주지검 제천지청으로 자리를 옮겼다.
2015년 부산지검 검사로 발령받았고 1년 뒤인 2016년 1월부터 1년 6개월 가량 대검 부패범죄특별수사단으로 파견돼 일했다. 이 곳은 '표적 수사' 논란으로 2013년 폐지된 대검 중앙수사부의 후신 격으로 검찰총장이 직접 수사를 지휘하는 부서였다. 임 검사는 1·2팀 중 2팀 소속이었고 당시 2팀장이 현재 한동훈 법무부장관이었다.
임 검사는 2017년 부산지검 검사로 복귀했으나 12월 이명박 전 대통령 등의 다스 횡령 등 비리 의혹을 수사한 서울동부지검 특별수사팀으로 파견됐다. 2018년 2월 사건이 서울중앙지검으로 이관되면서 부산지검으로 다시 복귀했다.
▲ 2021년 1월 19일 방송된 MBC < PD수첩 > '라임, 검찰 그리고 로비'편의 한 장면 |
ⓒ MBC |
[특이사항] '라임 검사 술 접대' 사건으로 중징계 의결
2021년 10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고발사주' 사건의 고발장 작성자로 이름이 거론됐다. 김영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제보받은 게 있는데 임홍석 검사가 고발장을 작성했다는 얘기가 있다"며 "당시에 부산에 있던 한동훈, 임홍석이 연결돼서 전체적으로 고발 사주가 이뤄졌다는 얘기다"라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두 검사가 2016년 대검 부패범죄특별수사단 근무 이력부터 2020년 부산지검에서 같이 일한 사정 및 제보 내용을 종합해 국정감사 중에 의혹을 제기했다.
임 검사는 고위공직자수사처(공수처)가 지난해 5월 고발사주 사건과 관련해 불기소 처분을 하기까지 피의자로 조사를 받았다. 증거불충분을 이유로 무혐의 처분을 받았으나, 불기소 이유서를 보면 임 검사를 포함한 수사정보정책관실 검사·수사관들의 석연치 않은 행적들이 적지 않게 언급됐다.
임 검사는 2020년 4월 3일 김웅 의원이 '손준성 보냄' 출처로 문제의 고발장을 받기 1시간 전 이 고발장의 참고 자료로 첨부된 판결문 2건을 검색·열람했다. 수사정보2담당관인 성상욱 검사도 사건 관련 판결문 6건을 검색하면서 손준성 검사와 여러 차례 메신저로 대화를 나눈 기록이 확인됐다.
5일 후인 4월 8일 김웅 의원이 '손준성 보냄' 출처의 또 다른 고발장을 텔레그램으로 전달 받은 날, 고발장 증거로 쓰인 판결문을 임 검사가 검색·조회한 기록이 또 확인됐다. 김웅 의원이 고발장을 받기 5시간가량 전이다.
공수처보다 먼저 수사를 시작했던 서울중앙지검의 수사팀은 김웅 의원이 전달받은 고발장 사진의 뒷 책상 배경이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실 책상과 유사하다고 판단해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실 책상을 직접 확인했다. 수사팀은 '임 검사의 책상과 비슷하다'는 수사 기록을 남겼다.
▲ '고발사주 의혹'의 핵심 인물인 손준성 검사(현 대구고검 인권보호관, 사건 당시 대검 수사정보정책관)가 2021년 10월 26일 오후 구속 전 피의자신문(영장실질심사)를 마치고 호송되고 있다. |
ⓒ 이희훈 |
임 검사와 성상욱 검사는 수사정보정책관실에서 정치 유튜브 방송 동향도 보고받았다. 공수처는 불기소 이유서에서 "한 수사관이 '성상욱의 지시로 유튜브 방송을 보수·우파 성향과 진보·좌파 성향을 구분해 1~20위 순위를 매겨, 순위가 높은 방송 5개씩을 정기적으로 모니터링했고 성상욱·임홍석에게 보고했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모니터링 대상엔 '신의 한수' '펜앤드 마이크' '가로세로연구소' 등과 '사람사는 세상 노무현 재단 알릴레오' '김어준의 뉴스공장' '서울의 소리' 등이 포함됐다.
이중 '서울의 소리' 동향 보고와 유사한 내용이 '손준성 보냄' 출처의 고발장에도 적혔다. 공수처는 이를 "성상욱과 임홍석이 평소 수집해 온 자료를 활용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의심했다.
1년 후인 2021년 9월 2일, 이 사건이 <뉴스버스> 보도로 처음 드러난 당일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실의 컴퓨터들이 대거 포맷됐다. 10여 일 전인 8월 20일 대검 정보통신과가 이미 노후화 장비 개선 차원으로 컴퓨터 25대를 다 교체해 준 후였다.
공수처는 이를 임 검사 휴대전화 포렌식 과정에서 영상·사진으로도 확인했다. 임 검사가 포맷 과정에서 자신의 컴퓨터를 분해하던 영상이 복구돼 확인됐다. 공수처는 두 달 후인 11월 수사정보정책관실 컴퓨터를 압수수색했으나 "모두 기록 삭제 작업이 진행돼 있었고, 검찰 내부 메신저 대화 내용도 서버에 저장돼 있지 않았다"고 밝혔다.
임 검사는 닷새 뒤인 9월 7일 텔레그램과 카카오톡 대화내역을 모두 삭제했다. 9월 16일에도 재차 두 메신저 내역을 삭제했다. 서울중앙지검 조사를 받았던 9월 17일 성상욱 검사와의 통화내역과 텔레그램 비밀채팅방을 삭제했고, 9월 21일엔 안티포렌식 앱을 설치했다. 성상욱 검사 경우 공수처가 압수수색영장으로 휴대전화를 확보했으나 비밀번호 제공을 거부해 포렌식이 이뤄지지 않았다.
임 검사와 성 검사는 모두 "손준성 검사로부터 고발장 작성을 지시받은 사실이 없으며 고발장을 본 사실도 없다"는 취지로 공수처에 진술했다.
임 검사는 한편 '라임 검사 술접대' 사건에도 연루돼 있다.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이 전·현직 검사 4명에게 술접대 등 향응을 제공했다고 2020년 10월 폭로했던 사건이다. 이 사건을 조사한 대검 감찰위원회는 2021년 8월 임 검사에 대해 감봉 3개월 중징계를 의결했다.
김 전 회장은 "옛 대우조선해양 수사팀 검사 3명에게 1000만 원 상당의 술대접을 했다"고 주장했다. 이주형 변호사, 나의엽 검사, 유효제 검사, 임홍석 검사 등은 2016년 대검 부패범죄특별수사단에서 대우조선 분식회계·경영비리 사건을 수사했다.
이 때문에 4명 중 이주형 변호사와 나의엽 검사만 부정청탁금지법 위반으로 기소됐고, 나머지 2명의 검사는 도중 자리를 먼저 떠서 '법상 공직자 1회 한도 수수액 100만 원'을 넘지 않았다는 이유로 불기소 처분됐다. 이주형 변호사와 나의엽 검사도 지난해 10월 '향유 금액이 93만 9167원으로 100만 원을 넘지 않았다'는 1심 재판부 판단에 따라 무죄를 선고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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