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d '연내 금리인하 없다' 재확인…한국도 '진퇴양난' [고금리 뉴노멀 시대]
지난해 기준금리를 4.25%포인트 올린 미 연방준비제도(Fed)가 올해에도 ‘금리 인하는 없다’는 강력한 긴축 의지를 재확인했다. 하지만 Fed의 경고에도 시장은 여전히 믿지 못하겠다며 ‘낙관론’에 더욱 불을 지피고 있다. 금리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한국은행의 셈법도 복잡해질 전망이다.
4일(현지시간) Fed가 공개한 지난해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의사록에 따르면 위원 19명 전원이 “인플레이션이 용납할 수 없을 정도로 높은 수준”이라며 통화긴축 기조를 유지해야 한다고 봤다. 지난달 위원들이 제시한 점도표(최종 기준금리 전망)에 따르면 올해 말 기준금리 전망치는 5.00~5.25%로, 현재(4.25~4.50%)보다 0.75%포인트 높은 수준이다.
기준금리 인하 전망 ‘0명’인데…시장은 “Fed 못 믿는다”
올해 기준금리 인하가 적절하다고 보는 의원은 아무도 없었다. 이들은 “인플레이션이 2%로 향하고 있다는 확신을 줄 때까지 제한적인 정책 기조를 유지해야 한다”고 의견을 모았다. 일부 위원들은 “과거 사례가 보여주듯 너무 빠른 통화 정책 완화를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올해부터 FOMC 투표권을 갖는 닐 카시카리 미니애폴리스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도 이날 에세이를 통해 기준금리가 상반기에 5.4% 수준에 이를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현재보다 무려 1%포인트 이상 오른다는 의미다. 카시카리 총재는 대표적인 ‘매파’(통화긴축 선호) 위원으로 분류된다.
이런 강한 메시지가 나오는 것은 시장의 ‘낙관론’을 잠재우기 위한 의도로 풀이된다. 위원들은 “시장 참여자들의 오해로 금융 여건이 부적절하게 완화되면 물가 안정을 위한 위원회의 노력이 복잡해질 것”이라며 “(금리 인상) 속도 조절을 통화 긴축 완화로 받아들이게 해선 안 된다”고 경고했다.
실제 시장은 Fed의 경고를 곧이곧대로 받아들이지 않는 분위기다. 의사록이 공개된 이날에도 S&P500 지수가 0.75% 오르는 등 뉴욕증시는 3거래일 만에 일제히 반등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최근 투자은행 이코노미스트 2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대부분이 ‘올해 3~4분기에 금리를 인하할 것’이라며 Fed와 상반된 전망을 내놨다.
전문가들은 우선 과열된 미 고용시장이 진정해야 Fed의 긴축 의지도 완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제롬 파월 Fed 의장도 임금에 영향을 크게 받는 서비스 물가가 여전히 높은 오름세를 유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지난해 11월 미국 기업들의 구인건수가 시장 예상치(1000만건)를 크게 웃도는 1046만건을 기록하는 등 고용 지표는 여전히 불타오르고 있다.
고민 커지는 한은…가만히 있어도, 따라 올려도 문제
금리 격차가 더 벌어지면 자산 가치 하락을 우려해 외국인 투자자금이 유출되고 원화 가치도 크게 떨어질 수 있다. 전례 없는 고금리 상황에서도 한은이 최소한의 금리 인상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오는 13일 열리는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에서도 한은은 베이비스텝(0.25%포인트 인상)을 밟을 가능성이 크다.
그렇다고 Fed의 인상 폭을 그대로 따라서 올리기도 쉽지 않다. 이미 현실로 닥쳐온 가계 대출과 기업 대출 부실화가 가속할뿐더러 프로젝트파이낸싱(PF) 위기에 봉착한 국내 부동산 시장도 더욱 악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한은 입장에선 고민스러운 시점이 다가왔다”며 “고금리 상황을 고려하면 한은이 금리를 크게 올리기 쉽지 않지만, 높은 수준의 물가가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도 큰 만큼 (최종 금리가) 3.5%를 넘어설 여지도 있다”고 설명했다.
나상현 기자 na.sangh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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