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반지도 주던' 신의직장'...700명이 1000억 털렸다, 무슨 일 [사건추적]

김민주 2023. 1. 5.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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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 8% 배당금을 준다고 속여 전국에서 700여명에게 1000억원 넘는 돈을 받아챙긴 사기 사건이 발생해 경찰이 수사하고 있다. 중앙포토

공매 물건 매매 사업에 투자하면 높은 수익을 안겨주겠다고 서민들을 속여 1000억원대 피해를 준 일당 주범 A씨(59)가 사기 혐의로 최근 구속됐다. 부산에 본거지를 두고 활동한 이들 일당은 많은 돈을 투자한 이들에게 수당과 금붙이, 리베이트 등을 주는 수법으로 피해자를 늘린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부산과 경남은 물론 서울·전남 등 전국에서 700명 넘는 피해자가 생긴 것으로 파악하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공매 투자하면 8% 고리” 유혹에 피해자 홀렸다


5일 부산 연제경찰서에 따르면 A씨는 공매투자 전문가를 자처하며 사기 행각을 해왔다. 그는 2020년 7월부터 연제구 연산동에 자산관리와 투자회사 사무실 등을 차려놓고 “공매로 나오는 저평가 부동산을 싼값에 사들인 뒤 비싼 값에 팔아 수익을 남기고 있다”며 “돈을 투자하면 부동산을 사들이는 데 쓴다”는 말로 투자자를 모은 것으로 조사됐다. 3개월 단위로 투자 약정 기간을 설정하며, 이 기간 매달 투자금의 8%를 배당금으로 주고, 약정 기간이 지나면 투자금액 전체를 돌려준다는 조건이었다고 한다.
A씨 투자회사 투자약관. 김민주 기자
경찰은 A씨가 초기에는 실제 배당금을 지급한 것으로 파악했다. 이를 통해 피해자들은 A씨를 신뢰하게 됐고, 고수익을 얻을 수 있다고 판단해 투자 약정 기간을 연장하거나 “좋은 투자처가 있다”고 주변인에게 추천한 피해자도 상당수였던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 관계자는 “A씨가 일부 공매 물건을 보유했던 것은 사실이지만 매매를 통해 큰 수익을 올릴 수 있을 만한 수준은 아니었다”며 “배당금으로 지급된 돈은 공매 수익이 아니라 다른 피해자들이 투자금 명목으로 A씨에게 건넨 돈이었다. 일종의 돌려막기를 하며 계속 투자자를 모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건 초기 피해자는 80여명 수준으로 추산됐지만, 수사 과정에서 경찰은 부산과 경남은 물론 서울·전남 등 전국에서 700명 넘는 피해자가 발생한 것으로 파악했다. 피해자는 대부분 40~60대 여성으로 1인당 피해액은 수천만원~수억원 수준이며, 피해액수는 총 1070억원에 이른다. 경찰은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로 A씨를 구속해 사건을 검찰에 송치했다.


‘팀장’ 직급에 금붙이 주며 유치 경쟁, 피해 키웠다


피해자들은 “A씨가 돈을 가져오는 투자자들을 매우 치밀하게 관리했다”고 말했다. A씨 회사에 5억원을 건넸다는 피해자 B씨는 “2000만원 넘는 돈을 가져온 투자자는 A씨 투자회사로 출근하게 했다. 출퇴근 시간이 여유롭고 특별히 하는 일도 없는데 한 달에 100만원 넘는 ‘출근수당’을 줬다. 마치 ‘신의 직장’ 같았다”고 했다.
A씨 투자회사에서 팀장급으로 일했던 피해자가 정리한 해당 팀 투자 현황. 김민주 기자

A씨 사무실에는 이처럼 ‘출근 도장’을 찍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A씨는 이들을 대상으로 투자설명회 등을 진행했다고 한다. B씨는 “(A씨가) 많은 직원과 투자자들이 정보를 활발하게 공유한다는 인상을 주고, 처음 사무실에 찾아온 이들을 홀리려고 했던 것 같다. 출근 수당을 받으면서 A씨 사기 들러리를 서준 셈”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다른 피해자 C씨에 따르면 A씨는 투자자 중 ‘특별관리’가 필요한 일부에게 팀장 등 직급을 주기도 했다. C씨는 “팀장들은 주로 초기에 A씨에게 투자했던 피해자들이다. 약정대로 8% 배당금이 나오자 A씨를 믿게 됐고, 사람을 모아오면 팀장 직급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A씨는 투자금을 유치한 팀장들에게 추가 수당과 일정 비율 리베이트는 물론 금반지·귀걸이 등을 선물로 주며 유치 경쟁을 부추겼다. 팀장들을 정기적으로 경남 양산 등지의 고급 식당에 초청해 음식을 대접하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차명으로 투자금 빼돌린 정황, 철저한 수사를”


피해자들은 지난해 5월 투자회사가 부도를 맞기 직전까지도 A씨가 투자금을 긁어모았으며, 이 가운데 상당 액수는 다른 일당과 주변인 등 차명으로 빼돌렸을 것으로 보고 자금을 추적하고 있다. 이들은 “A씨가 투자사에서 함께 일했던 다른 일당이나 동거인 등을 통해 사무실을 정리하고 투자금도 빼돌렸을 것으로 보인다. 철저한 경찰 수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피해자 심리 지원 등 관리 필요성도 제기된다. B씨는 “대부분 피해자는 전세자금이나 자녀 결혼비용, 카드론 대출 등을 통해 투자액을 마련했다. 아직 가족에게 피해 사실을 알리지 못하거나 빚 독촉에 시달리는 이들 또한 부지기수다. 심리적으로 매우 위축된 상황”이라며 “당장 생활이 불가능해진 고령자 등에 지원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김민주 기자 kim.minju6@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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