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단 사고에 뿔난 SRT 사장..."현재 철도 유지보수 체제 불안"
지난해 말 통복터널에서 발생한 전차선 단전사고와 관련해 이종국 SR(수서고속철도) 사장이 "지금처럼 건설과 관리가 분리된 현재의 유지보수 체제로는 철도 안전을 담보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이 사장은 5일 수서역에서 긴급기자회견을 갖고 "통복터널 단전사고는 부실한 자재사용과 공사과정에 대한 허술한 관리 때문에 발생했다"며 현 유지보수 제도의 전면적인 개선을 요구했다.
현재 도시철도를 제외한 고속·일반·광역 철도의 유지보수는 철도산업발전기본법에 따라 코레일이 20년 가까이 독점하고 있다. 그러나 시대 흐름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제기되면서 코레일의 유지보수 독점권을 폐지하기 위한 법안이 국회에 제출돼 있다.
앞서 지난해 12월 30일 수서고속철도 천안아산역~평택지제역 사이인 통복터널에서 하자보수공사에 사용된 부직포가 전차선으로 떨어지면서 갑자기 전기공급이 끊겼다.
또 선로 주변에 떨어진 가느다란 부직포 조각이 사고 지점을 지나던 SRT 열차의 환기구 등으로 빨려 들어가 열차의 전기장치에도 고장을 일으켰다.
이 때문에 SR이 보유한 총 32편의 열차 가운데 25편성에서 67개의 주전력변환장치(모터블록)가 훼손돼 차량복구에만 91억원이 소요되는 등 모두 130억원의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집계됐다.
당시 하자보수는 터널시공사인 GS건설이 담당했으며, 하자관리는 코레일 소관이었다. SR이 자체조사한 바에 따르면 하자보수 과정에서 겨울용이 아닌 여름용 접착제를 사용하는 등 부실한 자재사용과 관리 허술이 확인됐다.
이 사장이 유지보수 문제를 거론한 건 이번 통복터널 사고 때문만은 아니다. 아직 원인조사가 진행 중이지만 지난 7월 대전조차장역에서 발생한 SRT 열차 탈선사고도 폭염으로 선로가 솟고 휘는 '장출' 현상이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장출 탓으로 결론이 나면 유지보수를 담당하는 코레일은 책임을 면키 어렵게 된다. 당시에도 SR은 열차운행에 상당한 차질을 빚었다. 이런 연이은 사고에 대한 불만과 우려가 유지보수 체제 개선 요구로 이어진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이 사장은 또 철도산업의 효율성 향상을 위해 ▶독자 차량정비·차량부품 공급확대 ▶코레일 위탁계약 전면 재검토 ▶독자 예약발매시스템 구축 ▶객실승무와 콜센터 등 코레일 자회사 위탁업무 재정비 등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SR이 보유한 차량은 모두 코레일에 정비를 위탁하고 있지만, 제때 정비가 이뤄지지 않아 차량 운행에 지장이 크다는 불만이 적지 않다. 또 승차권 발매 역시 코레일 시스템을 사용 중이기 때문에 독자적인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는 게 SR 측 설명이다.
코레일의 자회사인 코레일네트웍스와 코레일관광개발에 각각 위탁 중인 콜센터와 객실승무서비스 역시 내부 평가가 좋지 않다고 한다. 콜센터는 이번 통복터널 사고 때 SR에서 긴급한 고객 응대를 위해 운영시간 연장을 요청했지만 거부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객실승무원도 코레일관광개발 내부 노사 갈등으로 지난 한해에만 156일간 사복투쟁을 벌이는 등 SRT 이미지에 막대한 손실을 가져왔다는 게 SR의 평가다. 콜센터와 객실승무 등을 코레일 자회사에 위탁한 건 정부 방침 때문이다.
이 사장은 “모두 쉽지 않은 데다 대 정부 설득도 필요한 과제이지만 승객 편의와 철도산업발전을 위해 하나하나 바꿔 갈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갑생 교통전문기자 kksk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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