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치’ 인프라법 자축한 바이든…야당 원톱도 “함께 해내 자랑스럽다"

김형구 2023. 1. 5. 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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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4일(현지시간) 미국 켄터키주 코빙턴에 있는 클레이 웨이드 베일리 다리 아래에서 ‘인프라법’의 중요성에 대해 연설한 뒤 미치 매코넬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와 악수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집권 3년차를 맞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새해 첫 일정과 발언은 ‘초당적 협치’에 뚜렷한 방점이 찍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4일(현지시간) 2023년 첫 공식 외부 일정을 야당의 최고위 인사와 함께 하며 ‘협치’ 메시지를 연이어 발신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켄터키주 코빙턴을 방문해 미 의회가 2021년 초당적으로 처리했던 인프라법의 중요성에 대해 강조했다. 1조2000억달러(약 1530조원)라는 천문학적 예산이 투입되는 인프라법은 미 전역의 도로와 교량, 통신망 등 인프라 개선과 이를 통한 중산층 재건을 목표로 만들어졌다. 2021년 당시 미 상원에선 여야 의석수가 50대50으로 팽팽해 법안 처리가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하지만 정부ㆍ여당과 야당의 타협을 거쳐 그해 8월 69대30의 압도적 찬성으로 상원을 통과했고, 하원에서도 228대206으로 무난히 가결처리되면서 초당적 협력의 상징이 됐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켄터키주와 오하이오주를 가르는 오하이오강의 한 다리를 뒤로 한 연설에서 ‘초당주의’ 가치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그는 “이 역사적인 프로젝트와 관련해 이곳 오하이오와 켄터키에서 초당적인 인사들과 새해를 시작하고 싶었다”며 “우리는 함께 협력할 수 있고 일을 해낼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이날 행사에는 켄터키를 지역구로 둔 미치 매코널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가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자신의 지역구에서 열린 행사 때문이기도 했지만, 대통령의 새해 첫 일정에 야당 최고위 인사가 참석한 건 이례적인 일이다. 매코널 원내대표가 최근 “민주당과 타협할 수 있는 영역을 찾고 싶다”며 여러 차례 협치의 목소리를 내왔다는 점에서도 이날 동행은 주목되는 장면이었다.

바이든 대통령은 “저는 특별히 이곳에 오랫동안 함께해온 오랜 친구, 동료들과 함께하게 돼 기쁘다. 또 가장 오랫동안 상원에서 리더로 봉사하고 있는 지도자와 함께할 수 있어 더욱 기쁘다”며 매코널 원내대표를 치켜세웠다. 이어 “초당적 인프라법 통과에 있어 매코널 원내대표의 협조가 컸다”며 “당신의 손이 없었다면 이뤄지지 않았을 것이다. 매코널 원내대표의 리더십 덕분에 이뤄졌다”고 거듭 감사의 뜻을 표했다.

미치 매코넬 미국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가 4일(현지시간) 켄터키 주 헤브론에 있는 신시내티/노던 켄터키 국제공항에 도착한 바이든 대통령 쪽을 바라보고 있다. AP=연합뉴스


매코널 원내대표도 “우리는 다른 일들에 대해 큰 차이점을 갖고 있더라도 우리가 합의할 수 있는 것들을 찾고 그것들을 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화답했다. 이어 “저는 초당적 인프라법을 장려했고 지지했다. 우리가 함께 일할 수 있었던 것에 대해 자랑스럽다”고 했다. 이날 행사에는 공화당 소속이면서 인프라법 통과의 한 주역으로 평가받는 롭 포트먼 전 상원의원과 같은 당 소속 마이크 드와인 오하이오 주지사도 참석했다.

백악관 공동취재단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과 매코널 원내대표는 행사장으로 이동하는 같은 차량에 탑승하기도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매코널과 무슨 얘기를 나눴느냐’는 취재진 물음에 “우리는 외교정책, 우크라이나 등 여러 가지에 대해 얘기했다”고 답했다.

바이든 대통령의 이날 협치 행보를 두고 뉴욕타임스(NYT)는 “바이든 대통령은 공화당이 주도하게 된 하원과 함께 백악관이 어떻게 일할 것인지에 대한 로드맵을 제시했다”고 분석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11월 29일 철도노조 파업이 예고되자 이를 막기 위해 여야 상ㆍ하원 원내대표들을 백악관에 초대한 뒤 초당적 협력을 요청하는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말 철도노조 파업이 예고되자 여야 상ㆍ하원 원내대표들을 백악관으로 초대해 파업을 막아달라고 요청한 일도 있다. 여야가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등을 놓고 첨예한 대립을 벌이면서도 국가경제에 큰 악영향이 우려되는 철도노조 파업을 막기 위해서는 초당적으로 손을 맞잡아 ‘협치의 정석’을 보여줬다는 얘기가 나왔다.

바이든 대통령과 공화당이 걷고 있는 일련의 협치 행보는 극한 대치 속에 진영 갈등에만 매몰된 한국 정치권과 비교된다. ‘대화와 타협’이라는 정치의 본래 기능이 미국에선 아직 제 구실을 하고 있음을 보여준 사례들로 평가된다.

김형구 기자 kim.hyoungg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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