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원, 저출산 승부수 "아이 낳으면 대출 원금 탕감 검토"
나경원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이 신혼부부에게 저금리로 주택자금을 빌려주고, 출산을 하면 이자 뿐 아니라 원금 일부까지 탕감해주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나 부위원장은 5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여론조사를 해보면 결혼하지 않는 이유로 남녀 모두 ‘결혼자금 부족’을 가장 많이 꼽는다”며 “청년들이 경제적 이유로 결혼과 출산을 미루거나 포기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지난해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1인 가구에 ‘결혼하지 않는 이유’를 물었더니 30.8%가 결혼 자금 부족을 꼽았다. 고용불안정(14.4%), 결혼상대 못 만남(13.4%), 결혼 필요성 못 느낌(12.3%), 출산양육부담(12%)가 뒤를 이었다.
나 부위원장은 “결혼 생활 초기 안정을 위해 주택 부분을 해결해야 한다”라며 “지금 신혼부부나 청년의 주택구입, 전세자금 저리 대출제도는 마련돼 있지만 저출산 대책으로서는 불충분하다고 본다”라고 말했다. 그는 “실질적으로 출산과 연계해 아이 출산에 따라서, 지금껏 해온 이자를 낮춰주는 것보다 더 과감하게 원금에 대해서도 일정 부분 탕감할 수 있는 부분은 없는지 들여다보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국토부 등 관계부처와 함께 정교하게 검토하고 논의하겠다고 덧붙였다.
나 부위원장은 앞서 지난달 22일 충북도청에서 연 간담회에서 “헝가리의 경우 아이를 낳으면 초저리로 빌려준 결혼자금의 이자를 탕감해주고, 둘째를 낳으면 원금의 절반을, 셋째는 전액 탕감하는 정책으로 결혼율이 20% 올랐다”며 “한국도 신혼부부에게 2억원 정도를 20년 동안 대출해주면 일상생활이 안정화될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그는 “많은 이들이 ‘돈을 준다고 아이를 낳겠느냐’ 얘기하는데, 물론 돈 주는 것만으로 (출산을)결심하지 않을거라 생각한다”라면서도 “그런데 그 어느 나라도 돈을 투입하지 않고 출산율을 제고한 적은 없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다자녀 가정에 대한 실질적인 혜택이 부족하다는 점을 언급하며 “현재 8세까지 지급하는 아동수당의 지급 연령 확대를 추진 중인데, 다자녀 가구 아동 먼저 (지급 연령 확대)할 수 있는 부분은 없을지 또 둘째, 셋째아이의 경우 아동수당을 다르게 하는 건 어떨지 검토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나 부위원장은 육아휴직 제도의 개선도 약속했다. 정부는 올해부터 육아휴직 기간을 12개월에서 18개월로 연장하기로 결정했다. 위원회는 여기에 더해 육아휴직과 근로시간단축제를 연계해 소득은 보장하면서 경력단절을 보완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나 부위원장은 “육아휴직을 쓸 때 가장 고민하는 부분이 경력단절이다”라며 “근로시간 단축제도가 있긴 하지만, 단축 시간의 제한도 있고 단축으로 인한 소득감소 등을 우려한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위원회가 추진하는 것 중 하나는 육아휴직과 근로시간 단축이 동시에 들어가는 제도”라고 말했다. 나 부위원장은 “육아휴직이지만 근로를 실질적으로 하면서 경력단절은 이뤄지지 않고, 근로시간은 단축됐지만 육아휴직에서 보장하는 일정 급여는 보장되는 소위 ‘반반육아휴직제도’다”라고 말했다.
위원회는 육아휴직 시 기업이 근로자에 불이익을 주는 것을 막기 위한 방안을 고심 중이다. 나부위원장은 “국방부에선 육아휴직 시 (인사고과에서) 평균 점수를 주는 것으로 내부규정을 정했다고 한다”라며 “(이런 방침이)사기업으로 확대되도록 권고하겠다”라고 밝혔다.
당대표 출마 계획 묻자 “당과 국민 요구 있어 고민 중”
나 부위원장은 국민의힘 당대표 출마 계획에 대해 묻자 “대통령이 맡긴 중요한 업무라 어떻게 하면 잘할까 고민하고 있다”면서도 “한편으로는 당이나 국민의 요구가 있어 이 부분을 어떻게 조율할 지 고민 중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 위원회가 나경원이 부위원장 되기 전에는 존재감이 없었다는 얘기하는 분도 있고, 당대표하면서 (부위원장)하는게 더 힘있게 할 수 있지 않겠냐고도 말한다”라며 “만약에 제가 당권에 도전한다며 이 직은 당연히 내려놔야 하는게 맞지 않나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렇게 된다면 제가 그 자리에서 더 크게 도와줄 부분이 있지 않나 고민도 해봤다”라고 덧붙였다.
나 부위원장은 “최근 골드만삭스는 한국의 경제규모가 2050년 인도네시아ㆍ이집트ㆍ나이지리아보다도 더 쪼그라드는 나라가 될거라고 했다”라며 “지금 인구위기의 마지막 골든타임이라고 하는데, 1990년대생이 부모가 될 수 있는 해가 7~8년 남아있어서다. 2000년대 태어난 사람이 부모가 되기 시작하면 아무리 출산률을 높여도 모수 자체가 적어서 부족해진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결혼에서 전통적으로 아이 낳게 하는 방안도 제도적으로 보완하겠지만 또 한축으로는 어떻게 태어난 아이든 차별받지 않도록 미혼모, 사실혼, 등록동거혼 등에 대해서도 적극적인 정책 도입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이에스더 기자 etoil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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