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어든 가계 여윳돈…주식투자 줄이고 예금 넣는다
최근 금리 상승과 주식·부동산 시장 침체 등으로 가계가 대출을 줄이고 여윳돈을 주로 예금에 넣는 현상이 뚜렷해졌다.
반면 기업은 원자재 가격과 원/달러 환율 상승 등으로 운전자금이 늘어나면서 1년 전보다 더 많은 돈을 금융기관에서 빌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행이 5일 발표한 '2022년 3분기 자금순환(잠정)'에 따르면 가계 및 비영리단체의 순자금 운용액은 26조6000억원으로 집계돼 1년 전(33조9000억원)보다 7조4000억원이 줄었다.
순자금 운용액은 각 경제주체의 해당 기간 자금 운용액에서 자금 조달액을 뺀 값이다. 보통 가계는 순자금 운용액이 플러스(+·순운용)인 상태에서 여윳돈을 예금이나 투자 등을 통해 순자금 운용액이 대체로 마이너스(-·순조달)인 기업·정부에 공급하는 역할을 한다.
문혜정 한은 자금순환팀장은 3분기 가계 여윳돈(순자금 운용액)이 감소한 데 대해 "일상 회복과 함께 대면 서비스를 중심으로 소비가 늘면서 가계가 금융자산으로 순운용한 규모는 축소됐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지난해 3분기 민간소비 지출은 1년 전보다 10.9% 늘었다. 증가율이 2021년 3분기(5.8%)의 약 두 배다.
자금운용을 부문별로 보면, 특히 가계의 국내 지분증권 및 투자펀드(4조2000억원)가 직전 분기(18조9000억원)나 2021년 3분기(24조6000억원)와 비교해 급감했다.
투자펀드를 제외하고 가계는 지난해 3분기 국내외 주식을 5조6000억원어치 사들였는데, 이는 전년 3분기(27조7000억원)보다 22조1000억원이나 적다.
반면 가계의 장기(만기 1년 초과) 저축성 예금은 1년 사이 19조7000억원에서 37조원으로 불었다.
이에 따라 2021년 2분기 21.6%로 역대 최대 수준이었던 가계 금융자산 내 주식·투자펀드의 비중은 지난해 3분기 17.9%까지 떨어졌다. 반면 예금(43.6%) 비중은 1년 전(40.7%)이나 직전 분기(43.1%)보다 늘었다.
아울러 가계는 지난해 3분기 총 11조원의 자금을 조달했다. 조달액이 1년 전(50조2000억원)보다 39조2000억원 줄었다.
자금 조달액의 대부분은 금융기관에서 빌린 차입금(대출)이었다. 대출 역시 2021년 3분기(49조4000억원)와 비교해 급감했다.
문 팀장은 "대출금리 상승, 대출규제 지속 등으로 예금 취급기관 대출금을 중심으로 가계의 자금조달이 축소됐다"고 말했다.
비금융 법인기업의 경우 지난해 3분기 순조달 규모가 61조7000억원으로 1년 전(26조4000억원)보다 35조3000억원 늘었다.
이는 같은 기준의 통계가 시작된 2009년 1분기 이후 가장 많은 순조달액으로, 그만큼 기업이 많은 자금을 끌어 썼다는 의미다.
금융기관 차입이 47조7000억원에서 57조7000억원으로 10조원이나 증가했다. 한은은 원자재 가격과 원/달러 환율 상승 등으로 운전자금 수요가 늘어 기업들이 대출 중심으로 자금 조달 규모가 커졌다고 설명했다.
일반정부의 경우 순운용 규모가 1년 사이 11조4000억원에서 22조원으로 늘었다.
문 팀장은 "방역체계 전환 등으로 정부 소비의 증가 폭이 줄면서 순운용 규모가 커졌다"고 분석했다.
김은빈 기자 kim.eunb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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