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올해의 검색어 1위 기후변화...지구온난화 늦출 ‘기후공학’ 고민해야
기후 기술
2022년 한 해 동안 우리나라 사람들이 구글에서 가장 많이 검색한 단어는 무엇일까? 구글코리아의 최근 발표에 따르면, 올해의 검색어 1위는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도 ‘월드컵’도 아닌 바로 ‘기후변화’였다. 그만큼 기후변화로 인한 기후위기가 우리 일상에 가까이 다가왔다는 방증일 것이다. 2022년 한 해를 마무리하는 시점에서 우리 국민들이 기후변화 키워드를 검색하게 만든 배경을 되짚어보자면, 가장 우선적으로 우리나라에서 발생했던 기후재해 사건들을 떠올려볼 수 있다. 올 3월 발생한 울진·삼척 산불은 통계 자료가 시작된 이래 단일 지역에서 가장 오래, 가장 넓은 면적의 피해를 가져온 산불로 기록됐으며, 무려 2261억원에 이르는 물적 피해를 가져왔다. 올여름 서울 지역에서 발생한 시간당 100㎜가 넘는 초단기 집중호우는 1조4000억원 규모로 추진된 하수관 정비 사업에도 불구하고 강남역 일대를 또다시 침수시키는 피해를 가져왔다. 경남 지역에 2440억원의 재산 피해를 가져왔던 슈퍼 태풍 힌남노는 일반적으로 태풍이 발생하는 열대 해양이 아닌, 북위 25도 이북에서 발생한 첫 태풍으로 기록되기도 했는데, 이는 지구온난화에 따른 해수면 온도 상승의 결과로 해석된다.
인간이 배출한 온실가스 증가의 결과
기상이변을 겪은 것은 비단 우리나라만이 아니다. 올 한 해 동안 전 세계 각지에서는 이상기후 관련한 신기록이 쏟아져 나왔다. 파키스탄에서는 5월에 관측된 기온으로서는 사상 처음으로 섭씨 50도를 넘어섰고, 인도에서는 간발의 차이로 49도가 기록됐다. 유럽 지역에서도 40도가 넘는 폭염에 공항 활주로가 녹아내리고, 철도 레일이 휘는 혹독한 여름을 보내야 했으며, 최소 1만5000명이 폭염으로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런 유례없는 폭염은 500년 만의 대가뭄과 만나며 더욱 강력해져, 연이은 초대형 산불이 유럽 곳곳을 휩쓸었다. 유럽이 한여름 폭염과 가뭄, 산불 피해를 겪는 동안, 안타깝게도 파키스탄 지역에서는 석 달간이나 지속된 폭우로 인해 3000만명의 이재민이 발생하고 국가비상사태가 선포됐다. 되짚어보면 2022년은 전 지구적으로 그야말로 기후재난이라는 표현이 실감 나게 들어맞는 한 해였다고 할 만하다. 올해 유독 이런 이상기후에 대한 뉴스가 더 자주 들려왔던 배경에는, 2000년대 초반 주춤했던 지구온난화 경향이 최근 몇 년 전부터 다시 급격한 상승 추세로 돌아선 것과 연관돼 있다. 가팔라진 지구온난화 추세는 지금까지 인간이 배출한 온실가스 증가로 인한 결과임이 명백하다.
일상으로 다가온 기후위기
지구를 살리기 위한 탄소중립
그러나 암울하게도 이렇게 전 세계 곳곳에서 기후재난을 직접적으로 맞닥뜨리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2015년 파리기후협약에서 합의된 지구 온도 상승폭 1.5도 제한치를 지킬 수 있을 가능성은 요원해 보인다. 올해 11월 이집트에서 열렸던 제27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7)에서는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화석연료 퇴출과 온실기체 배출 감축 강화, 기후변화에 따른 피해국 지원 기금 재원 마련 등 중요한 논의 사항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구체적인 사항들의 합의에 실패했다. 이번 총회에서 있었던 유엔 사무총장의 발언과 같이 우리의 현재는 정말로 “기후 지옥으로 향하는 고속도로에서 가속 페달을 밟고 있는 상황”에 놓여 있는지도 모른다. 탄소 감축 문제에 대한 우리나라 포함 여러 선진국 정부의 대응이 기대에 훨씬 못 미치게 된 데는 에너지 수급과 산업계에 미치는 경제적 부담에 대한 우려가 최근 들어 더 커졌기 때문이다. 기후변화 대응에 대해 비교적 적극적인 목소리를 내왔던 EU도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으로 촉발된 에너지 위기를 겪는 과정에서 화석연료 발전소 가동을 늘리는 방향으로 후퇴하고 있는 현 상황은, 정부 간 협의에 기반한 기후변화 대응의 불안정한 미래와 그 한계를 여실히 보여준다.
기후공학 기술의 적용을 통해
지구온난화 상승세 둔화 가능성 타진
경제적 영향을 최소화하며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차선책으로서 각국 정부에서 공들이고 있는 방향은 탄소 포획·저장(CCS) 기술 개발이다. CCS 기술은 화석연료를 이용하는 산업에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를 분리·포집해, 지중이나 해양에 저장하거나 화학적인 방법으로 안정화시켜 저장하는 방법 등을 말한다. 하지만, 현재의 기술 수준에서는 실제적인 대기 중 온실기체 감소 효과를 얻기까지 상당히 오랜 기술 개발 기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목전으로 다가온 기후재난을 막을 수 있을지는 상당히 불투명하다. 이런 이유로 최근 기후과학 연구 분야에서는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포트폴리오 접근의 필요성에 대해 논의하기 시작했다. 그 근간을 이루는 두 축은 다양한 방식의 CCS 기술 개발과 더불어, 기후공학의 적용 가능성에 대한 검토다. 기후공학이라는 기술적 접근을 두고 많은 사람들은 영화 ‘설국열차’에서 극적으로 보여주는, 인간의 섣부른 무지에 의해 망가져버린 지구를 떠올릴지도 모르겠다. 영화 ‘설국열차’의 배경이 되는 빙하기의 시작은 과학자들이 성층권에 뿌린 에어로졸에서 기원하기 때문이다. 이 에어로졸이 돌이킬 수 없는 재앙으로 치닫게 된 이유는 지구 기후 시스템이 자체적으로 갖고 있는 양의 피드백을 제대로 고려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같은 영화적 상상력을 가미한 픽션의 불안감과 현실에서 다가올 기후재난 피해의 무게는 엄밀히 따져볼 필요가 있다.
자연적으로 화산 폭발이 일어날 때 성층권까지 뿜어진 화산재는 태양복사를 반사시켜 전 지구적으로 일시적인 냉각 효과를 준다. 대류권 상부의 얇은 권운이 줄어들면 우주로 방출되는 지구복사가 증가해 비슷한 냉각 효과가 생긴다. CCS 기술이 상용화돼 실효성을 갖기까지, 기후공학 기술의 적용을 통해 지구온난화 상승세를 둔화시킴으로써 시간을 벌어줄 수 있다면 우리는 이 선택지의 의미와 영향에 대해서 정확히 검토해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현재 과학자들이 연구하고 있는 부문은 지구 기후 시스템을 비슷하게 모사한 기후 모형을 이용해, 가상의 기후공학 실험들이 갖는 영향과 피드백을 면밀히 계산하는 것이다. 그러나 기후 모형을 통한 접근은 실제 지구가 아니기 때문에 현장 관측 실험을 통한 검증이 반드시 필요하다. 이런 배경 맥락에서, 2021년 미국 하버드대 주도로 성층권 에어로졸 분사 실험이 스웨덴 우주센터에서 진행될 예정이었으나, 주변 지역과의 합의 불충분을 이유로 연기됐다.
기후변화 대응 위한 포트폴리오 접근 필요
기후공학의 필요성, 우려 공론화해 검토해야
기후과학을 연구하는 과학자로서 기후공학 실험에 반대하는 시민단체의 우려가 어떤 부분인지 잘 알고 있고, 많은 부분 동의하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아쉬움이 남는다. 기후공학적 접근의 필요성에 대해서 고려할 때 과학계에서 분명히 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미국 국립과학아카데미에서 최근 발간한 기후공학 컨센서스 보고서에도 잘 담겨져 있다. 과학자, 공학자, 의학자 등 다양한 방면의 전문가가 참여해 2021년에 발간된 이 기후공학 보고서의 서두에서는 기후공학이 탄소 감축 정책의 추진 동력을 약화시키는 책략으로 이용돼서는 안 되며, CCS 기술 개발과 더불어 미래에 예견되는 기후재난으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포트폴리오 전략으로서 고려돼야 함을 밝히고 있다. 그리고, 다양한 기후공학 방안의 개발과 안전성 검토가 적극적으로 이뤄질 필요성이 있다는 데 의견을 모으고 있다.
기술만능주의라는 혐오와 막연한 불안감으로 기후공학이라는 선택지를 무작정 배제하기에는 앞으로 감당해야 할 기후재난의 위험이 예상보다 훨씬 크게, 빨리 다가올지도 모른다. 우리나라에서는 아직까지 기후공학 연구가 추진되고 있지 않지만, 가파른 지구 온도 상승세와 예측치를 데이터로서 가장 먼저 목도하고 있는 기후과학자로서 제안하고 싶은 방향은 기후공학이 갖는 기술적, 경제적, 윤리적, 의학적 함의 전반을 공론화해 검토하자는 것이다. 기후공학에 대한 가능성이 제시된 것은 1970년대로 벌써 한참 오래전의 얘기지만, 기후 연구 강국들을 중심으로 이런 논의와 연구가 최근에 들어서야 가시화되고 있는 데는, 기후공학이 현실적으로 고려해볼 수 있는 몇 안 되는 선택지라는 암울한 자각 때문일 것이다. 이는 우리나라에서도 우리의 기후 환경에 맞는 기후공학 방안을 발굴하고, 실현 가능성을 검토하는 것이 필요한 시점임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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