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바이오·헬스 세계 시장점유율 0.8%...10%로 올리면 경제 효과 2조달러
바이오·헬스케어
2019년 12월 중국에서 첫 코로나19 환자가 확인된 후 2022년 12월 기준 세계 약 6억4800만명(전 세계 인구의 약 8.7%)의 확진자가 발생했으며, 그중 약 665만명(확진자 중 약 1%)이 사망에 이르렀다. 2021년 12월 말 기준 통계와 비교하면 전 세계 약 2억7800만명(전 세계 인구의 약 3.5%)의 확진자가 발생했으며, 그중 약 540만명(확진자 중 약 2%)이 사망했다. 지난 1년간 확진자 수는 133%가량 폭발적으로 증가했으나, 사망자 수는 23%가량 증가에 그쳤다. 이런 변화에 가장 큰 이유는 전파력이 뛰어난 오미크론 변이의 확산과 백신 보급이 급속도록 증가해 중증 환자가 줄었기 때문이다. 전 세계적으로 1300억회 이상의 백신이 투여됐고, 약 50억명 인구가 백신 접종 완료됐으며 이는 전 세계 인구의 약 64.7%에 이른다. 지금은 서서히 팬데믹에서 엔데믹으로 바뀌고 있는 추세기에, 포스트 팬데믹 상황을 정확히 파악하고, 발 빠르게 움직여야 할 시기다.
팬데믹은 인류 생활 전반에 큰 영향을 미쳤다. 2022년 12월 기준 각국은 팬데믹 중 불가피한 경기 부양 정책으로 과도한 자본 유동성 증가로 유례없는 물가 상승이 발생했다. 과열된 경제 상황을 통제하기 위해 각국의 중앙은행은 급격히 금리를 올림으로써 세계 증시는 출렁이기 시작했다. 이런 현상은 2000년대 초반 닷컴 버블, 2000년대 후반 세계 금융위기와 비슷한 양상을 띠게 된다. 당시 버블의 중심에 있던 IT·금융 산업은 위기 직후 증시가 30% 이상 하락한 반면, 비교적으로 헬스케어 비즈니스는 하락폭이 적었으며(약 10%), 위기 이후에 헬스케어 비즈니스 시장점유율이 크게 늘어났다. <표 1>은 미국 중심의 세계적인 빅테크 기업들과 헬스케어 기업들의 뉴욕 증시 현황을 나타내고 있다. 빅테크 기업들의 경우 2022년 12월 기준으로 2021년 12월 31일 대비 평균 증시 하락율 41%에 달하나, 헬스케어 기업들의 경우 하락률이 6%에 그쳤다. mRNA 기반 백신 개발·사업화를 주도한 모더나의 경우 주가가 2021년 12월 말 대비 약 30%가량 하락했으나(2021년 12월 31일 254달러 vs 2022년 12월 22일 177달러), 팬데믹 직전인 2019년 12월 31일(20달러) 대비 현재 주가는 785% 증가했다. 즉, 헬스케어 비즈니스는 세계 경제위기에 매우 강했고, 위기 이후에 시장점유율이 높아지는 경향을 확인할 수 있다. 이에 기반해, 엔데믹으로 가는 현 상황에서 향후 헬스케어 비즈니스는 성장할 것으로 쉽게 예측할 수 있다.
팬데믹을 거쳐 엔데믹으로 전환하는 시점에서 바이오 헬스케어 비즈니스 산업의 전망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NovaOne Advisor 보고서에 따르면 바이오테크놀로지 시장은 2021년 1조달러에서 2030년 3조8800억달러로 매년 13.11%의 성장률로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또한, Fortune Business Inside 보고서에 따르면 의료기기 시장은 2021년 4900억달러에서 2029년 7200억달러로 매년 5.5% 정도 성장률을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흥미롭게도, 팬데믹을 거치면서 환자들이 병원을 방문하는 횟수가 급격히 줄어들어, 전통 의료기기 시장은 줄어들었으나, 체외진단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했고, 엔데믹으로 가면서 디지털 헬스케어 기술이 중요시되고 있다고 판단했다.
마지막으로, Precedence Research 보고서에 따르면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은 2021년 2700억달러에서 2030년 1조3500억달러으로 매년 19.2%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디지털 헬스케어 산업의 성장은 인공지능, 빅데이터 등 소위 4차 산업혁명이라는 시대적 흐름과 팬데믹이 가져온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텔레헬스, 텔레메디슨 등의 키워드로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CES 2022에서는 역사상 최초로 헬스케어 기업 애보트 대표 로버트 B. 포드가 기조연설을 했다. CES 2023에서도 디지털 헬스케어는 중요한 주제로 선정됐다. 원격 의료 선두 기업인 텔레닥 최고의료책임자인 버디아 라만 탄젤라 박사와 마쉬필드 클리닉 헬스 시스템 최고경영자인 수잔 터니 박사가 ‘The Future of Care in America: A New Hybrid Model’이라는 주제로 CES 2023 기조강연을 할 예정이고, 여기에는 디지털 헬스케어 전반의 흐름과 새로운 모델이 제시될 것으로 예상된다. 1967년 처음으로 CES에 참여했고, 지난 38년간 지속적으로 CES에 참가하고 있는 필립스는 2030년까지 약 30억명의 생명을 개선시키고 혁신적인 헬스케어 기술을 개발하고 있으며, 뉴히어라사의 보청기는 마치 스마트 이어폰과 같은 디자인을 갖지만 FDA 승인을 받은 보청기를 선보일 예정이다.
바이오·헬스 산업 전망과 우리의 전략
위에서 언급한 것과 같이 글로벌 바이오·헬스 시장은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으나 우리나라의 바이오·헬스 시장점유율(0.8%)은 기존 3대 주력 산업인 조선(36%), 반도체(18%), 자동차(6%)에 크게 못 미친다. 이 시장점유율을 10%로 올려도 약 2조달러의 경제 효과를 이룰 수 있다.
다른 제조업 기반 산업과 달리, 바이오·헬스 사업은 한 가지 파괴적인 기술이 시장의 판도를 바꿀 수 있고, 이런 혁신 기술은 최우수 인재에 의해서 만들어진다. 따라서, 세계 바이오·헬스 산업을 이끌어 나가기 위한 최우수 인재 양성이 시급한 상황이고, 의사과학자야말로 바이오·헬스 산업의 핵심적인 인재라고 할 수 있다. 다만, 이제껏 우리나라에서는 국가 차원에서 다양한 의사과학자 양성 관련 프로그램이 시도됐으나 연간 의대·의전원 졸업생 3300명 중 1%만이 기초의학 분야를 진로로 선택해, 의사과학자로 성장하는 숫자가 턱없이 부족하다. 그뿐 아니라, 이런 의사과학자들조차 직업 불안정성과 연구 기회 부족 등으로 커리어를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
전통적 형태의 의사과학자가 기초의학 분야와 임상을 연계해 임상에서 발견한 문제를 연구를 통해 해결하는 의사과학자라면, 공학·과학 기반 의사과학자는 이공계적 시각으로 임상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해결하고 더 나아가 기술 사업화 성공을 이끄는 ‘의사과학자’다. 공학·과학 기반 의사과학자는 인공지능, 빅데이터 등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새로운 기술을 활용해 최첨단 의료기기, 신약, 재생의학, 의료용 소재 개발 등을 통해 고령화 시대의 의료비용 절감·기술 이전, 벤처 창업 등 폭발적인 경제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실제로, 미국 칼 일리노이 공대에서는 세계 최초의 공학 기반 의대를 설립해 공학 원리를 적용한 의학 교육을 시행하고 있고, 싱가포르국립대는 기존 의대 운영과 더불어 미국 듀크대와 연계해 연구 프로젝트 중심의 듀크-NUS 의대를 신설하는 등 기초의학 기반 의사과학자와 공학·과학 기반 의사과학자 양성이 다양하게 시도되고 있다.
외국의 사례에서 본 것과 같이 우리나라에서도 전통적 형태의 의사과학자 양성과 신개념 공학·과학 기반의 의사과학자 양성이 균형 있게 시행된다면, 상호보완적 협력관계 구축을 통해 대한민국 바이오·헬스 산업과 세계 시장을 선도할 수 있는 인재를 양성할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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