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핀테크 트렌드 네 가지...‘임베디드 파이낸스’ 주목하라

2023. 1. 5.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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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테크 프리뷰
2023 핀테크 트렌드

‘임베디드 파이낸스’ 모바일에서 간편하게 결제 지원

‘얼터너티브 파이낸스’ 금융 소외자 위한 대안 금융

미국에서는 추수감사절, 블랙프라이데이, 사이버먼데이로 이어지는 5일간이 최대 할인 행사 기간이다. 미국의 기업들은 이 시즌을 맞아 매출을 올리고 재고를 처분하면서 한 해를 마무리한다.

그동안 시장에서는 경기 침체 우려가 많았다. 그래서 블랙프라이데이 실적이 저조할 것이라는 예상이 우세했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역대 최고 매출이었다. 여러분이 잠든 사이, 어도비가 발표한 사이버먼데이 온라인상거래 매출 실적은 113억달러로 2021년보다 5.8% 늘어났다.

경기 침체 염려감이 크고 지갑이 닫히는 소리가 곳곳에서 들리지만 미국인들이 물건을 많이 산 이유 중 하나는 바로 모바일의 편리함 때문이었다.

이와 관련, 전자상거래에 침투하고 있는 임베디드 핀테크의 세계에 대해 정리해본다.

2023년에 뜰 핀테크 섹터

그동안 핀테크(잠깐용어 참조) 스타트업 하면 로빈후드처럼 온라인으로 주식과 가상화폐를 사고파는 모바일 거래소를 많이들 생각했다. 올 들어 임베디드 파이낸스가 갈수록 부상하는 모습이다. 임베디드 파이낸스는 무엇인가? 임베디드 파이낸스란 금융 상품을 중개 재판매하는 것을 뛰어넘어, 플랫폼 안에 핀테크 기능을 내장 탑재한 것을 가리킨다.

그동안 스타트업과 전통 금융기관은 힘겨루기를 많이 했다. 대표적으로 네이버, 카카오 등과 금융권이 격돌한 사례가 있다. 하지만 임베디드 파이낸스는 협업 모델에 가깝다. 은행은 신용과 인프라를 제공하고 스타트업은 테크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말이다.

2023년에 주목받을 네 가지 핀테크 트렌드 4개를 꼽으라면 이 정도가 될 것 같다.

임베디드 파이낸스: ‘모바일에서 간편하게 결제를 지원하는 금융’ 정도로 보면 된다. 뒤에서 설명을 다시 하겠지만 쇼핑몰 솔루션을 제공하는 쇼피파이나 선구매 후지불 서비스인 BNPL이 대표적이다. 특히 2022년은 블록이라는 스타트업이 BNPL 스타트업인 애프터페이를 290억달러에 인수하며 주목을 끌었다. 이 가운데 BNPL은 이자 수수료 급등에도 불구하고 그 시장 규모가 2021년 1200억달러에서 2026년 5760억달러로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얼터너티브 파이낸싱: 대안 금융이라고도 할 수 있다. 금융 소외자를 위해 금융권을 대신해 스타트업들이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가리킨다. 작게는 개인을 위한 담보대출부터, 크게는 무역 보증까지 다양한 영역에서 얼터너티브 파이낸싱이 일고 있다.

ESG 이니셔티브: 환경·사회·거버넌스의 준말인 ESG를 금융이라고 하기는 뭐하지만, 사실 금융으로도 볼 수 있다. ESG에 몰려드는 돈만 2025년까지 53조달러에 달할 것이라는 블룸버그 분석이 있었다. 예를 들어 이산화탄소 배출권 거래 역시 금융이다. 얼마 전 세일즈포스가 탄소 배출 플랫폼을 내놓겠다고 한 것 역시 ESG 금융에 해당한다.

블록체인: 코인 시장이 사실상 폭파되다시피 하면서 블록체인에 대한 관심이 떨어지고 있지만 송금을 위한 방식으로 블록체인 기술은 여전히 주목을 받고 있다.

블랙프라이데이에 쇼피파이 매출액이 전년보다 17% 껑충 뛰었다고 한다. 쇼피파이는 캐나다의 전자상거래 플랫폼으로 캐나다 시가총액 1위 기업이다. 쇼피파이는 중소 전자상거래 판매자들을 위해 결제를 포함해 각종 솔루션을 제공하는 B2B 기업 간 기업 솔루션 기업이다.

사실 작은 전자상거래 업체들이 쇼핑몰을 운영하려면 신경 쓸 것이 매우 많다. 재고도 관리해야 하고 배송도 대응해야 하고 환불도 해줘야 한다.

사실상 이 모든 것을 작은 업체들이 다 다루는 것은 불가능하다 보니, 솔루션이 필요했고 쇼피파이가 이를 대신하는 것이다.

글로벌 금융 기업 레이먼드제임스의 브라이언 피터슨 연구원은 “쇼피파이의 매출액 상승률 17%는 연구원들이 예상한 4분기 매출액 성장률 8%보다 매우 높은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또 이번에 주목받았던 것은 BNPL(선 구매 후 지불) 서비스였다. 어도비에 따르면 블랙프라이데이 동안 BNPL 방식의 매출액이 전년 동기 대비 68% 증가했다고 한다. BNPL은 Buy Now Pay Later의 준말이다. 소비자가 가맹점으로부터 물건이나 서비스를 구매하면 BNPL 서비스 제공자가 그 대금을 가맹점에 먼저 지급하고 소비자는 이후 BNPL 서비스 제공자에게 결제 대금을 분할 납부하는 방식의 결제 시스템을 말한다.

소비자와 판매자 사이에 BNPL 업체가 있어 소비자가 결제하면 BNPL 회사가 먼저 결제를 해주는 방식이다. 다만 일반 신용카드사 수수료보다 높은 수수료를 받는다. 어펌홀딩스가 대표적인 미국의 BNPL 기업이다. 사실 BNPL은 그동안 과소비를 조장한다거나 이자가 높아지면 서비스가 어려워질 것이라는 지적이 있었지만 이번 블랙프라이데이를 통해 다시 한 번 존재감을 보여줬다.

인터뷰 | 크리스티 김 토모크레딧 CEO
신용점수를 올리는 토모크레딧
미국에서 신용카드를 발급받는 것은 매우 까다로운 일인데, 한국과 달리 신용이 없으면 카드 발급이 거부되고 설령 만든다고 하더라도 사용할 수 있는 한도가 매우 낮아서다.

미국 실리콘밸리 포스터시티에서 만난 토모크레딧의 크리스티 김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는 MZ세대들과 이민자들을 위해 맞춤형 신용카드를 발급하고 있는데, 바로 토모크레딧 신용카드다.

토모는 신용평가사인 FICO 점수에 의존해 카드를 발급하지 않는다. 고객들이 보내온 데이터를 인공지능으로 분석해 설령 신용점수가 없더라도 ‘나에게 맞는 한도’를 설정해 신용카드를 발급해준다. 현재 월간 활성 사용자 수는 300만명에 달한다.

토모는 어떻게 핀테크를 혁신하고 있는지 한 번 들어보겠다.

크리스티 김 토모크레딧 CEO. (토모크레딧 제공)
Q. 어떤 계기로 창업했나.

A. UC버클리 경영학부(UC Berkeley Haas School of Business)를 휴학하고 크립토 헤지펀드에서 일했는데 신기한 경험을 했다. 다들 돈을 잘 버는 젊은 글로벌 인재들인데 미국 내에서 신용카드 발급이 안 되더라. 그래서 느꼈다.

Q. 창업 아이디어는 어디서.

A. 제가 유학생일 때 겪었던 문제를 똑같이 사람들이 겪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변한 게 없구나 싶었다. 사용자들이 제공하는 데이터를 갖고 언더라이팅(Underwriting·보험사가 보험 가입 희망자의 계약 승인 여부를 결정하는 최종 의사 결정 과정)을 하면 어떨까 싶었다.

Q. 창업할 때 검증하고 싶은 가설은 무엇이었나.

A. 유학생들처럼 실제 신용은 좋은데, 단순히 신용점수가 없기 때문에 거절되는 사람이 많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미국에서 신용카드는 금융위기 때 규제를 많이 받았다. 그러다 보니 대학생들 사이에 신용카드에 대한 인식이 좋지 않다. 하지만 사회에 진출하면 필요한데, 신용을 쌓으려면 시간이 오래 걸린다.

Q. 어떤 비즈니스 모델을 그렸나.

A. 토모크레딧 카드는 마스터카드와 연동이 돼 있다. 보통 신용카드를 쓰면 매장에서 카드 수수료를 카드사에 주는데, 그 수수료를 저희 토모크레딧에 일정 부분 준다. 결제금액의 약 2.3%를 받는다.

Q. 토모의 장점은 무엇인가.

A. 신용카드사들은 신용이 없다는 가정하에 작은 한도를 주는데, 토모는 데이터를 활용해 맞춤 한도를 준다. 카드를 은행 계좌에 연동하면 데이터를 받는데 월급은 꾸준히 들어오는지, 현금흐름 비율이 일정한지, 입금과 출금 비율이 적정한지 등을 살핀다. 일반적으로 신용카드사들은 신용평가사들이 제공하는 신용도만 보는데, 저희는 보다 포괄적으로 본다.

Q. 어느 정도 한도를 받을 수 있나.

A. 많으면 3만달러 한도도 주고, 낮으면 수백달러 수준이 된다(미국에서는 신용이 없으면 월 신용카드 한도가 약 500달러 선). 보통 신용카드사들은 생년월일과 사회보장번호(SNS 번호)를 입력하면 신용점수를 알 수 있다. 750점 이상일 경우 5000달러 정도 된다. 반면 토모는 인공지능 분석을 통해 맞춤형 한도를 제공한다. (현재 토모의 신용카드는 미국 내 2만개 이상 은행과 연동이 된다.)

Q. 고객이 파산할 경우 위험하지 않나.

A. 카드를 만들 때는 잔액이 없어도 되지만, 저희는 7일마다 전액 입금을 요청한다. 직불카드와 신용카드의 중간 정도 개념이 될 것 같다. 다만 직불카드와 달리 신용을 효과적으로 쌓고 관리할 수 있는 것이 토모의 장점이다.

Q. 은행들도 유사한 사업을 할 수 있지 않나.

A. 토모는 데이터 회사다. 대형 은행들은 사실 위험을 짊어지지 않으려고 하지만 혁신은 하고 싶어 한다. 토모는 앞으로 특허 사용 계약 모델로 비즈니스 모델을 발전시키고 싶다. 최근 들어 많은 MZ세대가 자동차를 구매하려고 하는데 신용이 필요하다. 오토론을 받을 때 신용이 좋다면 5000달러나 차이가 난다. 그래서 이들을 위해 신용을 관리할 수 있는 구독 서비스를 준비하려고 한다.

Q. 현재 사용자는 얼마나 되나.

A. 월간 활성 사용자 수는 300만명이고 사용되는 신용카드는 약 10만장 이상이다. 약 2년 전에 카드 발급 서비스를 했는데 그동안 누적 거래액은 2억~3억달러에 달한다.

잠깐용어 *핀테크

금융(Finance)과 기술(Technology)의 합성어의 준말이다. 금융 서비스를 모바일 인터넷 환경으로 옮기는 것을 말한다.

[이상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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