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부 ‘알프라졸람’ 복용 주의…유산·조산, 저체중아 위험
자연유산 2.38배, 저체중아 3.65배, 조산 2.27배↑…신생아 건강도 위협
불면증이나 우울증, 공황장애는 물론 과민성대장증후군, 비만 등에까지 광범위 처방되는 향정신성약물 ‘알프라졸람’ 복용이 임신 여성에게 자연유산과 조산, 저체중아 출생 위험을 높이는 것으로 확인됐다.
임신부가 이런 약 처방을 받을 때는 반드시 의료진에게 임신 사실을 알려야 한다는 지적이다.
인제대 일산백병원 산부인과 한정열 교수팀은 2000년 1월~2019년 12월 보건복지부가 지원하는 ‘한국마더세이프(임신약물정보센터)’에 등록된 출산 여성을 대상으로 임신 중 알프라졸람 복용 그룹(96명)과 미복용 그룹(629명)으로 나눠 임신 및 출산에 미치는 영향을 비교했다.
그 결과 알프라졸람 복용 그룹의 자연유산 비율은 14.6%(14명), 저체중아 출산율은 7.5%, 임신 37주 이전 분만하는 조산율은 8.5%로 미복용 그룹(각각 6.0%, 2.1%, 3.8%)보다 훨씬 높았다. 위험도로 따지면 알프라졸람 복용 그룹이 미복용 그룹에 비해 자연유산 위험은 2.38배, 저체중아 출산은 3.65배, 조산 위험은 2.27배 높았다.
신생아 건강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 알프라졸람 복용 그룹의 출생 후 ‘1분 아프가 점수(APGAR score)’를 분석한 결과, 7점 이하가 될 위험이 미복용 그룹에 비해 2.19배 높았다.
아프가 점수는 출생 직후 신생아 상태(심박동, 호흡능력, 반사능력, 근육긴장, 피부색)를 점수로 평가하는 방법이다. 보통 신생아들의 생후 1분 아프가 점수는 8~10점이다. 아프가 점수가 6점 이하면 집중 관리가 필요하다.
선천성 기형 위험은 두 그룹 간 차이가 없었다. 해외에서도 비슷한 연구결과를 보였다. 캐나다 토론토대에서 14개 연구를 메타분석한 결과, 알프라졸람을 포함하는 벤조디아제핀계 약제를 복용한 여성이 미복용 여성보다 자연유산은 1.86배, 조산은 1.96배, 저체중아 출산 2.24배, 신생아집중치료실 입원 위험은 2.61배 높았다.
알프라졸람은 불안 우울증 공황장애 등 정신질환뿐만 아니라 감기 같은 호흡기질환이나 불면증편두통 비만 환자도 처방받고 있어 가임기 여성들의 주의가 필요하다.
실제 이번 조사에서 알프라졸람 복용 원인 분석 결과, 과민성대장증후군이 20.8%(20명)로 가장 많았고 우울증 16.7%(16명), 호흡기질환 12.5%(12명), 공황장애 11.5%(11명), 편두통을 포함한 기타 신경병증 11.5%(11명), 비만 9.4%(9명), 불안 7.3%(7명), 불면증 7.3%(7명) 순으로 나타났다. 국내 다른 연구결과에서도 가장 많이 처방되는 수면진정제 약물로 알프라졸람이나 디아제팜 같은 벤조디아제핀계 약물로 조사됐다.
한 교수는 “알프라졸람은 정신질환뿐만 아니라 불면증, 호흡기질환, 비만 치료 등에도 사용되고 있다”며 “임신부가 약 처방을 받을 때는 반드시 의료진에게 임신 사실을 알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정신질환 치료를 위해 알프라졸람을 복용해야 하는 여성도 있다”며 “의료진과 임신 전에 충분한 상담을 통해 복용하고 복용할 때는 여러 약물보다 단일 약물을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알프라졸람 등 벤조디아제핀계 약물은 태아세포에 축적, 스테로이드 합성을 일으키기도 하고 산화성 물질 억제에 중요한 글루타티온(glutathione)을 떨어뜨려 조직의 산화성 손상을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임신 중 금기약품 1078개 중 절대 복용하면 안되는 약물 131개를 1급으로 분류하고 있다. 나머지는 2급에 해당하며 원칙적으로 사용이 금지되나 처방자 판단에 따라 복용이 가능하다. 알프라졸람과 트리아졸람을 포함한 벤조디아제핀은 2등급으로 분류하고 있다.
이번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프론티어스 인 파마콜로지(Frontiers in Pharmacology)’ 최신호에 발표됐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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