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 금지령 어기는 오합지졸인데…푸틴, 추가동원령 내릴까

박소영 2023. 1. 5.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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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우크라이나군의 기습 공격에 100여 명에 가까운 러시아 병사가 희생되는 등 전장에서 러시아군의 중대한 손실이 거듭되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곧 추가 동원령을 내릴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됐다.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전선에서 밀리면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추가 동원령을 내릴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사진은 지난 22일 우크라이나 전선을 시찰하고 있는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가운데) 모습. EPA=연합뉴스


4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전날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도 심야 연설에서 “러시아 지도부가 전쟁의 흐름을 바꾸거나, 최소한 패배를 늦추기 위해 남아있는 모든 자원과 인력을 투입할 것이라는 데 의심의 여지가 없다”며 "러시아의 새로운 공격에 대한 어떠한 시도든 반드시 실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크라이나 국방부도 러시아가 바흐무트에서 대패하는 등 전선에서 밀리면서 추가동원령이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바흐무트는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의 최대 격전지인 도네츠크주에 있는 요충지다. 우크라이나는 자국 국경수비대가 이날 바흐무트 인근 러시아의 공습을 격퇴하고 교전 끝에 적진을 점령했다고 밝혔다.

지난 1일엔 우크라이나의 공격으로 도네츠크주 마키이우카에 위치한 러시아군 임시 훈련소(전문 기술학교)에서 러시아 병사가 최소 89명이 사망했다. 푸틴 대통령의 최측근인 예브게니 프리고진이 이끄는 민간군사기업 바그너 그룹 사병들도 대거 사망했다고 가디언이 3일 전했다. 한나 말랴르 우크라이나 국방차관은 텔레그램에 “중대한 손실을 입은 러시아가 올해 1분기에 2차 부분 동원령을 내릴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지난 1일 러시아군 임시 훈련소가 미국이 지원한 다연장로켓인 고속기동포병로켓체계(HIMARS·하이마스)의 공격을 받았다. 러시아 국방부는 병사들의 개인 휴대폰 사용으로 인한 위치 노출이 원인이라고 발표했다. 사진은 지난달 6일 포로 교환으로 풀려난 러시아 병사가 가족에게 전화하고 있는 모습. AP=연합뉴스


앞서 러시아는 지난해 9월 부분 동원령을 내려 30만 명을 추가 징집한 뒤 자국민에게 엄청난 반발을 산 바 있다. 푸틴 대통령은 추가 징집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지만, 러시아는 이미 추가 동원령을 위해 군불 때기에 들어간 모양새다. 전사한 러시아군의 부인들을 대표한다고 주장하는 한 단체는 지난 3일 푸틴 대통령에게 “전쟁에 수백만 명을 동원해야 한다”고 요구하며 징집 연령 남성들의 출국을 금지하기 위해 국경 폐쇄를 촉구했다.

같은 날 러시아 중부 사마라주 일부 도시에서 열린 '임시훈련소 희생 병사 추모 행사'에 친정부 인사들이 참석해 서방과 우크라이나를 비난하며 "복수를 위해 전쟁에 참여하자"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러시아가 임시 훈련소의 사망자 수를 공식 인정한 것도 부분 동원령을 위한 명분 쌓기로 봤다. 김기원 대경대 부설 한국군사연구소 교수는 “공격을 당한 임시 훈련소는 숙련된 직업군인이 아닌 예비군 집합소”라며 “러시아는 이번 피해 상황을 공개함으로써, 우크라이나의 무자비함을 강조하고 추가 동원령에 대한 국내 지지를 끌어내려는 의도”라고 분석했다.

미국전쟁연구소(ISW)는 “지난달 말 러시아군 관계자들은 중앙은행을 통해 남성 채무자에게 군 소집 소환장을 보내는 등, 병력을 동원할 온갖 수단을 찾고 있다”고 전했다.

러시아인들이 지난 3일 러시아 중부 사마라에서 열린 마키이우카 임시 훈련소에서 사망한 러시아 군인을 추모하는 행사에 참석해 헌화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실제 추가 동원령이 발령돼 병력이 보충된다해도 러시아군의 전쟁 수행능력이 향상될지는 미지수다. 지난 동원령으로 소집한 이들이 제대로 훈련도 받지 못하고 최전선에 배치돼 사실상 ‘인간 방패’ 역할을 하면서 많은 병사의 사기가 저하됐었다. 이번 임시훈련소 폭격도 신병들이 심리적 안정을 위해 휴대전화로 가족들과 수시로 연락하면서 우크라이나군에 위치가 발각돼 대참사로 이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김기원 교수는 “푸틴 대통령이 전쟁을 끝낼 의지가 없다면, 러시아 입장에선 추가 동원령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봤다. 이어 “징집된 신병들이 군사기술과 전투 의지가 부족하고, 동원령으로 민중 봉기가 일어나더라도 새 병력을 계속 투입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박소영 기자 park.soyoung0914@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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