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분 높은 ‘꿈의 50층’…부담금 공포는 여전 [재건축 임장노트]
매경이코노미는 이번 호부터 ‘황금알 재건축 단지’를 연재합니다. 재건축 사업을 추진 중인 단지별로 장단점과 미래 가치를 자세히 분석해보고자 기획한 코너입니다.
지지부진하던 사업은 2021년 4월 오세훈 서울시장이 취임한 이후 진척을 보이기 시작했다. 서울시의 재건축 정상화 추진 방향에 따라 여의도, 압구정 등 주요 재건축 단지처럼 잠실주공5단지에서도 주민 간담회가 열렸고, 사업 절차가 재개됐다. 이어 여름에는 사업 발목을 잡던 교육환경평가도 교육환경보호위원회 심의를 통과했다. 잠실주공5단지 정비계획안은 지난 2022년 2월 도시계획위원회 심의를 통과해 주민 공람·공고 등을 거쳐 6월 최종 확정됐다.
정비계획안은 공원 내 일부 시설을 공공주택으로 바꾸고, 교육환경평가 결과에 따라 학교 용지 면적을 늘리는 등의 내용을 담았다. 정비계획안은 가구 수와 용적률, 층수 등을 담은 재건축 사업 밑그림이다. 이 밑그림이 통과되면 사업 승인, 건축 계획 확정 등 본격적인 재건축 절차를 추진할 수 있게 된다. 2014년 잠실주공5단지 조합이 처음 정비계획안을 마련한 지 7년여 만에 재건축 사업이 본궤도에 오른 셈이다.
이때 통과한 정비계획안에 따라 현재 최고 15층 총 3930가구 규모인 잠실주공5단지는 재건축을 거쳐 총 6815가구(공공주택 611가구 포함) 규모 대단지로 탈바꿈한다. 잠실역 역세권에 위치한 단지 내 일부 부지는 용도지역을 상향(제3종 일반주거지역→준주거지역)해 최고 50층까지 지을 수 있게 됐다. 제3종 일반주거지역은 용적률을 최대 300%를 적용해 최고 35층까지만 지을 수 있지만, 준주거지역 용적률 400%를 적용받으면 아파트를 더 높이 지을 수 있다. 당초 잠실주공5단지 재건축 조합이 잠실역 부근에 건설하려던 호텔은 코로나19 등 사회·경제적 환경 변화에 따라 아파트 약 100가구를 더 지어 공급하는 것으로 계획이 바뀌었다.
‘20억’ 76㎡ 보유하면 102㎡ 받아
최근 매매 시세가 수억원씩 출렁이는 등 시장 여건이 여의치는 않지만 잠실주공5단지 자체가 갖는 장점은 탁월하다. 잠실주공5단지가 반포주공1단지 1·2·4주구(디에이치 클래스트)와 함께 강남권 재건축 대장주로 묶인 가장 큰 이유는 대지지분율이 높아서다. 통상 재건축 아파트 대지지분은 보유 평형의 3분의 1 수준으로 본다. 하지만 잠실주공5단지 전용 76㎡의 경우 대지지분이 대략 76㎡로 거의 1 대 1 비율이다. 지분이 많다는 것은 그만큼 조합원 자격을 얻고 있을 때 발생하는 이익이 크다는 의미다.
인근 중개업계와 조합 측에서는 전용 76㎡ 물건을 보유하고 있다면 전용 102㎡ 아파트 한 채를 배정받고도 수억원을 돌려받을 수도 있다고 강조한다. 이는 일반분양가를 3.3㎡당 4500만원 선에 책정했을 때를 가정한 얘기다. 몇 년 전만 해도 터무니없는 가격이라는 비판이 많았지만 최근 강남권 새 아파트 분양가와 잠실권역 평균 시세를 감안해볼 때 충분히 현실성 있는 가격으로 평가된다.
인근에 2008년 입주한 ‘엘스’나 ‘리센츠’는 최근 시세가 많이 빠지기는 했지만 전용 84㎡를 기준으로 20억~21억원대에 형성돼 있다. 3.3㎡당 6000만~6300만원 수준이다. 잠실주공5단지는 잠실역과 가까운 입지 덕에 새 아파트로 준공되는 시점에는 엘스나 리센츠와 비교해 가치가 높을 수밖에 없다.
15층 이하 중층 단지 치고 기존 용적률이 드물게 낮다는 점도 잠실주공5단지의 매력이다.
용적률은 대지 면적 대비 건물 연면적을 뜻한다. 말하자면 같은 크기의 땅에 건물을 얼마나 높게 지을 수 있는지를 나타내는 지표다.
이미 지어진 아파트의 현재 용적률은 낮으면 낮을수록, 해당 지역에 허용된 용적률은 높으면 높을수록 새롭게 확보할 수 있는 가구 수가 많아진다. 반대로 기존 용적률이 이미 허용 용적률에 가깝다면 추가로 확보할 수 있는 가구가 적어지고, 아파트 매입비용에 추가 분담금까지 더해 최악의 경우 손해를 볼 수도 있는 구조다.
재건축업계에서는 15층 이하 중대형 면적 재건축 아파트의 경우 용적률이 180% 이하면 사업성이 좋은 것으로 보는데 현재 잠실주공5단지 용적률은 그보다 한참 낮은 138%다. 지난해 초 잠실주공5단지가 제3종 주거지역에서 준주거지역(서울시 기준 용적률 400%)으로 종 상향된 덕분에 추가로 확보할 수 있는 용적률도 넉넉하다. 이에 따라 잠실주공5단지는 조합원 물량을 제외하고 추가로 확보해 일반분양할 수 있는 가구가 2000여가구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비업계는 잠실주공5단지 일반분양 수익으로 공사비와 사업비를 조달하고도 이익이 남을 것으로 점친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잠실주공5단지 최고 층수를 50층까지 확보한 덕분에 사업성뿐 아니라 희소성까지 높아졌다”며 “5년 이상 자금을 묶어둘 여유만 있다면 지금도 충분히 매력적인 투자처”라고 평가했다.
입지 자체도 우수하다. 단지 인근에는 백화점과 대형마트 등 편의시설은 물론 한강시민공원, 서울아산병원, 삼성의료원과도 가깝다. 잠실종합운동장 복합개발(MICE)이 예정돼 있는 점도 호재다.
그렇다면 잠실주공5단지에 지금 투자하는 것은 어떨까. 일단 몇 가지 변수를 살펴봐야 한다.
우선 현행법대로라면 잠실주공5단지는 초과이익환수제 적용이 확실하다. 재건축 과정에서 집값이 많이 오르면 그만큼 초과이익환수제 분담금 규모가 커지는 구조다 보니 잠실주공5단지처럼 재건축 사업이 장기화된 아파트는 수천만원, 수억원 이상 추가 세금을 낼 가능성이 남아 있다.
게다가 잠실주공5단지는 재건축 사업이 아직 초기 단계에 있는 만큼 초과이익환수제가 완화된다 하더라도 추가 분담금을 얼마나 부담해야 하는지 명확하게 계산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정부가 재건축 관련 규제 완화를 약속했지만 후속 입법 과정에서 난항을 겪으면서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개선안은 여전히 국회 계류 중이다. 조합 측은 “공사비를 높게 책정하는 등의 방법으로 비용 부담을 최대화해 초과이익환수금을 최소화한다”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새해 쟁점 법안 통과 여부는 잠실주공5단지뿐 아니라 재건축 시장의 주요 변수가 될 전망이다.
목돈을 최소 5년 이상 묶어놔야 한다는 점도 부담스럽다. 송파구가 투기지역으로 지정돼 있을 뿐 아니라 매매 시세는 대출이 아예 불가능한 20억원대에 형성돼 있다. 반면 전세는 층·향·평형에 따라 3억8000만~6억원 선에 책정돼 있다. 취득세 등을 포함해 자기자본이 15억원 이상은 있어야 매수가 가능한 셈이다. 반면 조합권이나 일반분양 이후 분양권 매매는 어렵기 때문에 10억원에 달하는 돈을 5년 이상 묵혀야 한다. 잠실이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돼 있어 직접 거주하지 않으면 투자자가 진입하기에도 쉽지 않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191호 (2022.01.04~2023.01.10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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