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의 교훈

임상균 매경이코노미 기자(sky221@mk.co.kr) 2023. 1. 5. 1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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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상균 칼럼]
2019년 여름, 테슬라는 전기차 제조 업체로서 각광을 받았지만 투자 대상으로 주식은 그리 매력적이지 못했다. 줄곧 적자를 면치 못했기 때문에 미래 성장성만 갖고 가치를 부여하기에는 부담이 적지 않았다.

2019년 2분기 기준 사상 최대 판매를 기록하면서 대우가 달라지기 시작했다. 전기차와 자율주행이라고 하는 미래형 자동차 시장을 석권할 기업이라며 환호가 빗발쳤다.

2019년 6월 초 11.79달러를 저점으로 본격적인 초대박의 길이 시작됐다. 2020년 2월 초 65달러까지 8개월 만에 6배 급등했다. 코로나 충격으로 조정을 맞더니 다시 거침없는 급등세를 펼치며 지난해 11월 414달러까지 치솟았다. 약 20개월 새 18배 급등이다.

주가 흐름만으로도 사람들이 테슬라에 열광하기에 충분했다. ‘테슬람’ ‘테슬라빠’ 같은 용어가 등장할 정도로 테슬라에 대한 맹목적 추종 세력이 형성됐다. 테슬라에 대한 팬덤은 대략 2가지 배경이었다.

하나는 전기차가 10년 안에 내연기관 자동차를 완전히 대체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또 하나는 테슬라의 오너이자 CEO인 일론 머스크에 열광했다. 가장 혁신적인 경영자로 칭송됐다.

그런 팬덤이 주가를 더 끌어올렸다. 국내 언론에 테슬라 주식으로 수백억원 대박을 내고 덕분에 30대에 사표 냈다는 기사가 나오기도 했다. 다들 테슬라로 인생 역전하겠다며 뒤늦게 달려들었다. 서학개미가 보유한 미국 주식의 30%는 테슬라라고 한다.

하지만 테슬라 주가는 이런 열광 속에 고점을 찍었다. 2021년 11월 4일 414달러가 끝이었다. 2022년 연말 주가는 121달러다. 1년여 만에 70.8% 급락이다.

인류의 미래를 책임질 것처럼 추앙받던 테슬라 주가가 이리 무너지는 과정에는 나름 이유가 작용했다. 미국의 금리 인상이 시작이었지만 테슬라 고유의 악재가 하나둘씩 나왔다. 최근에는 상하이 공장 생산 중단으로 전기차 성장세에 의문이 제기됐다. 머스크는 주식 매각, 정치적 발언 등을 이어가며 ‘팬덤’에서 ‘리스크’로 변모하기 시작했다.

주식 시장의 역사는 더 근본적인 문제를 제기한다. ‘팬덤’이나 ‘맹목적 추앙’으로 투자에서 성공한 사례를 찾아보기 힘들다는 점이다.

2000년대 중반, 중국 국영 기업들이 글로벌 시가총액 상위를 휩쓸던 시기가 있었다. 페트로차이나, 차이나모바일, 중국공상은행 등이 대표적이다. 세계 최대 인구에서 오는 저가의 노동력과 광활한 시장을 무기로 세계 경제를 장악하리라 믿었던 시기였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얘기는 사라졌다.

1980년대 말 일본 버블이 한창일 때는 NTT가 세계 시총 1위에 오르기도 했다. 통신이라는 신기술로 새로운 사업이 날로 번창하던 시기였지만 지금은 투자자 관심권에서 벗어나 있다. 주가는 냉정하다. 본질 가치를 평가해서 제자리를 찾아간다. 그 빈자리를 또 다른 팬덤으로 끌어올려진 새로운 기대주가 차지했다 어느 순간 사그라진다. 네덜란드의 튤립 투기 광풍 이후 전 세계 버블의 역사에 천착했던 로버트 벡크맨은 버블과 대폭락이 수없이 반복돼왔는데도 사람들이 교훈을 얻지 못하는 이유를 이렇게 설명한다.

“사람들은 항상 ‘이번에는 다를 것’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우리를 아프게 하는 것은 무엇이든 잊어버리고 싶어 한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191호 (2022.01.04~2023.01.10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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