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와 포스텍...기술의 미래를 논하다
Tech West: 스타트업에서 유니콘까지
김무환 포스텍 총장
박성진 포스코 미래기술연구원 전무
A. 박 전무 = 포스코그룹은 미래 성장동력 확보, 청년 일자리 창출, 지방 경제 활성화를 위해 2019년부터 1조 펀드를 기반으로 벤처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다. 2023년 포스코는 두 번째 CES 참가로, 20개 벤처 기업을 글로벌 투자사와 고객들에게 소개하고자 한다. 영광스럽게도 이 중 1개 기업이 CES 최고혁신상을 수상하고, 4개 기업이 CES 혁신상을 수상해 포스코 벤처 생태계의 우수성이 입증됐다고 생각한다.
Q. CES는 가전 등 상품을 처음으로 대중에게 소개하는 전시 행사인데, 포스텍은 부스에 참가했을 뿐 아니라 20학번 학생 전원을 CES에 보냈다. 파격적인 시도인데 학생들이 CES를 통해 무엇을 보고 배울 것이라 기대하는가.
A. 김 총장 = 지금까지 우리는 CES가 단순히 기업들이 최신 기술을 공개하는 장이라고 생각해왔다. 하지만 최근 몇 년 사이 제조업이나 중공업에 IT 기술과 로보틱스가 도입되고, 자동차는 자율주행 기술을 탑재하는 등 여러 분야의 융합이 이뤄지면서 CES는 이제 모든 산업과 인류의 삶 전반을 다루게 됐다.
학생들은 자신의 전공과 관계없이 지금까지 배워왔던 학문이 기술로 진화해 인류의 미래를 어떻게 바꾸게 되는지를 스스로 깨닫게 될 거다. 자신의 분야에 접목해 어떤 분야로 나아가야 할지를 생각해보는 기회가 되기도 한다. 특히 스타트업이 모이는 ‘유레카파크(Eureka Park)’에서는 비슷한 나이 또래 학생들이 어떤 아이디어를 세상에 내놨는지 알게 될 거다. 게다가 저희는 항공권 구입에서 일정에 이르기까지 모두 학생의 자율에 맡겼다. 저는 학생들이 어떤 프로젝트가 주어졌을 때 자기 주도적으로 계획을 설계하고, 실행해나가는 ‘자기 주도성’을 배우기를 바란다.
Q. 이번 CES에서 특히 주목하고 싶은 기술이나 분야는 무엇인가.
A. 김 총장 = ‘헬스케어’와 ‘지속 가능성(suistainability)’, 두 분야에 주목하고 싶다. 그간 기술이나 기계에 집중하던 CES가 최근 들어 부쩍 인간 안보(human security)에 집중하는 행보를 보였는데 올해는 그 행보가 더욱 확대된다고 본다. 무엇보다 5일에 열리는 키노트(The Future of Care in America: A New Hybrid Model)에는 미국의 여러 헬스케어 기업과 함께 위스콘신과 미시간을 아우르는 대형 병원도 참석할 예정이라 어떤 내용이 나오게 될지 궁금하다.
두 번째로 지속 가능성인데, 2023년에는 CES 역사상 처음으로 농업 기술 임원이 키노트 무대에 선다. ‘농기계의 테슬라(농슬라)’라고 불리는 존디어(John Deere) CEO인 존메이(John May)다. 2019년부터 CES에 출품했던 존디어는 자율주행 트랙터로 유명하다. 이 회사는 180년 동안 농업 생산성 향상에 집중해왔고 현재 글로벌 농기계 시장점유율은 32%에 달한다. 이런 회사가 전면에 서게 된 것은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과 중국 봉쇄 등 곡물 가격 상승의 다양한 국제적 정세 때문이다. 안정적으로 식량이 공급될 수 있으려면 결국 농업의 혁신이 필요하고, 이런 농업 혁신을 중요한 무대에 세운 것은 CES가 기업의 혁신성 그 자체보다는 기업이 보유한 혁신 기술이 향하는 방향에 높은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는 뜻이라고 본다.
A. 박 전무 = 포스코그룹의 미래 핵심 사업인 친환경 미래 소재 분야와 관련된 친환경 철강, 이차전지 소재, 수소·저탄소에너지, 인공지능 기반의 스마트팩토리 등 기술과 기업에 주목하고 있다. 이번 참가를 통해 친환경 미래 소재 분야의 혁신 기술과 기업을 센싱하고자 한다. 자체적으로 전문가 투어를 구성해 포스코그룹 임직원을 대상으로 모빌리티, AI·빅데이터 등 약 40여개 기업을 둘러볼 예정이다.
Q. 지난해에 이어 포스코그룹은 포스텍, RIST(포항산업과학연구원)와 더불어 산학연 공동 벤처관을 구성했고, 이점이 ‘Today‘s Research, Tomorrow’s Business’로 표현되는 포스코 벤처 플랫폼의 차별화 포인트로 보인다. 포스코 벤처 플랫폼의 대표적 성과와 더불어 산학연 기반의 포스코 벤처 플랫폼이 이차전지와 수소 등 포스코그룹의 신사업 전략과 어떤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을지 궁금하다.
A. 박 전무 = 연구 중심 대학인 포스텍의 우수한 R&D 성과를 기반으로 창업을 지원하고 있다. 또 체인지업그라운드와 포스코의 실용화 전문 연구기관인 포항산업과학연구원을 통해 벤처 기업의 사업화를 추진한다. ‘오늘의 연구가 내일의 산업이 된다’는 저희의 비전이 현실이 되도록 벤처 기업의 전 주기 성장 단계별 투자, 육성 시스템을 구축했다. 그리고 포스코그룹의 미래 신사업 후보로 예비 유니콘 기업을 선정해서 투자하고 집중 육성하고 있다.
Q. 미래 가장 유망한 기술 분야는 어떤 분야가 있다고 생각하는가.
A. 김 총장 = 모든 분야가 다 유망하다고 생각한다. 과거에는 유망한 분야를 쉽게 꼽을 수 있었지만 실제로 지금 혁신이라 일컬어지는 분야는 거의 각기 다른 분야의 융합으로 이뤄져 있다. 앞서 소개한 ‘농슬라’의 자율주행 트랙터 역시 농업과 자율주행, 그리고 트랙터 제조에 필요한 소재, 전기, 기계공학이 모두 들어갔다.
A. 박 전무 = 미래의 가장 유망한 기술 분야는 전 세계에서 가장 유능한 엘리트들이 연구하고 싶고, 일하고 싶어 하는 분야라고 생각한다. 저희는 분야를 특정하지 않고 글로벌 최고 수준의 혁신 기술을 보유한 유망 벤처 기업을 발굴, 육성, 투자하고 있다. 그룹사 관점에서는 친환경 철강 소재, 이차전지 소재, 수소와 AI 분야에 관심이 많다.
Q. 포스코의 벤처 플랫폼의 글로벌 전개 계획을 말씀해달라.
A. 박 전무 = 포스코그룹은 포스텍을 중심으로 벤처 성장 단계별 전 주기 펀드를 구성해 유망 기업에 전략적 투자를 하고 있다. 특히 미국과 유럽, 싱가포르 등 다양한 지역에 해외 판매망을 보유한 포스코인터내셔널을 중심으로 친환경 미래 소재 분야의 뛰어난 성장성과 기술력을 보유한 예비 유니콘 기업의 글로벌 진출을 지원할 계획이다.
Q. 포스텍은 학생 창업팀이라는 색다른 행정조직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A. 김 총장 = 학생은 사회 경험이 부족하고, 빈번한 피버팅(pivoting)과 실패에 대한 불안감, 학업 병행에 따른 시간 부족 등 지원이 필요한 부분이 생긴다. 따라서 다양한 교육·지원 프로그램과 동문 기업, 산업계와 투자자와의 협력 네트워크 구성 등 대학 차원에서의 체계적인 관리와 섬세한 지원이 필요하다. 포스텍의 이런 시도가 3년 만에 어떻다고 대답하기는 어렵지만, 신설 전에는 연간 평균 3.6건에 불과했던 학생 창업 건수가 9.5건으로 대폭 늘어났다.
Q. 창업자들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유니콘 기업과 같은 기업을 만들어내기 위해서 필요한 지원책은 무엇이 있나.
A. 김 총장 = 창업은 사실 매우 힘들고 고통스럽다. 성공적인 사례가 많기는 하지만 확률은 극히 낮은 편이다. 그 확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중간에 꺾이지 않는 마음’이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월드컵에서 우리 대표 선수들이 그랬던 것처럼 말이다. 대학의 관점에서는 학생들에게 이런 프로그램과 자세를 심어줄 수 있는 지원책이 필요하다. 포스텍은 3개월 여름방학을 통해 사회나 현장 경험을 할 수 있는 SES(Summer Experience in Socia)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다만 유니콘 기업을 만들기 위해서는 단발성의 지원보다는 스타트업의 출발과 성장까지 체계적이고 꾸준한 지원 체계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A. 박 전무 = 창업자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자본과 시장이다. 창업 초기에 기술을 사업화하고, 사업화한 기술이 상용화돼 자생 가능한 수준에 도달할 때까지 자본의 조달이 필요하다. 포스코그룹은 전 주기 펀드를 구축해 우수 기업들의 창업과 데스 밸리 극복을 돕고 있다. 그리고 시장은 벤처 기업이 만든 제품과 서비스를 판매할 수 있는 마켓을 의미한다. 대다수 기업들의 경우 시장을 제대로 찾지 못하거나 찾았다고 해도 기업 인지도 부족 등으로 인해 판로 개척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런 기업들이 시장에 안착할 수 있도록 제품과 서비스의 테스트베드를 제공하고 국내외 시장 진출 시 브랜드 파워를 보강해줄 수 있는 판매 지원이 필요하다.
Q. 탄소 감축을 위한 기술에 대해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앞으로 기후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스타트업에 대한 지원 방안을 마련할 계획인가.
A. 김 총장 = 탄소 감축은 인류 전체의 생존이 걸린 중요한 아젠다라 할 수 있다. 다차원적이고 다국가적인 관점에서 잘 정리된 아젠다에 맞춰 매우 어려운 기술들이 개발되고 천문학적 비용을 들여 사회의 에너지 소비 패턴과 생산 시스템을 개조해야 한다. 이런 관점에서 포스텍도 장기적인 안목으로 학생들을 교육하고, 이와 관련된 스타트업을 지원하겠다.
A. 박 전무 = 포스코그룹 역시 탄소 감축을 위한 기술에 관심이 많다. 탄소 포집·활용·저장 기술을 보유한 벤처 기업에는 포스코 벤처 플랫폼을 통해 아낌없는 지원을 할 예정이다.
이새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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