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리의 '스페어 인생'..."날 바닥 쓰러뜨렸다" 윌리엄 폭행 폭로
왕실로부터 독립한 영국 해리 왕자가 부인 메건 마클과 함께 왕실에 대한 폭로 수위를 점점 높여가고 있는 가운데, 마침내 친형인 윌리엄 왕세자를 직접 겨냥했다. 윌리엄 왕세자가 자신을 바닥에 쓰러뜨리고 멱살을 잡는 등 물리적으로 폭행을 가했다고 주장하고 나선 것이다.
5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은 아직 출간되지 않아 엄격한 보안 속에 있는 해리 왕자 자서전 ’Spare’의 내용을 입수했다며 이 중 일부를 공개했다. 자서전은 다음 주 출간 예정이다.
가디언이 공개한 자서전 내용에 따르면, 해리는 지난 2019년 런던에서 윌리엄 왕세자(당시 왕세손)가 자신의 부인인 메건에 대해 “무례하다”, “거칠다”라고 비방했다고 주장했다.
해리는 자서전에서 “당시 형에게 ‘언론의 내러티브를 반복하고 있다’고 반박했다”면서 “형은 이성적이지 않았고, 결국 우린 서로에게 소리를 지르게 됐다”고 전했다.
또 “나는 ‘왜 형의 예비용이 돼야 하냐’며 받아들이지 못했는데, 형은 이런 나를 이해하지 못했다”며 “그러면서 형은 마치 상속자인 것처럼 행동했다”고 비난했다.
해리는 “아버지(찰스 3세)는 내가 태어난 날 어머니(다이애나비)에게 ‘당신은 나에게 상속인과 여분을 줬다. 내 할 일은 이제 끝났다’고 했다”라고도 말했다.
해리의 이런 발언들은 책 제목인 ‘spare’라는 단어와 맞닿아 있다. spare는 ‘여분의, 예비의’라는 뜻인데, 이는 해리가 자신을 ‘윌리엄의 예비용이었다’고 자조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가디언은 책 제목인 ‘spare’에 대해 “첫째 아들(윌리엄)은 권력과 재산의 상속자이므로 둘째 아들(해리)은 맏아들에게 무슨 일이 생길 경우를 대비해 있는 존재라는 의미”라며 “이에 대해 해리가 분노했다는 것”이라고 풀이했다.
해리는 아울러 “난 겁에 질려 부엌으로 갔고 형에게 물 한 잔을 주면서 ‘형, 이러면 내가 말을 못 하겠어’라고 했는데, 형은 물을 내려놓고 갑자기 내게 와서 멱살을 잡고 바닥으로 쓰러뜨렸다”고 주장했다.
해리는 당시 윌리엄의 폭행 때문에 개 밥그릇 위로 쓰러졌고 이로 인해 그릇이 깨져 등에 심각한 상처를 입었다고 말했다.
해리는 “형이 ‘어렸을 때처럼 너도 반격해’라고 했지만 나는 거부했다”며 “형은 자리를 떴고, 다시 돌아와서 유감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사과했다”고 덧붙였다.
해리에 따르면 부인 메건은 나중에 그의 등에서 찰과상과 타박상을 발견했지만 그다지 놀라지도, 화를 내지도 않고 다만 슬퍼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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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 자서전서 윌리엄 폭행 및 메건 유산·극단선택 시도·왕실 인종차별 등 주장
해리는 지난 2016년 미국 배우 출신인 메건을 만났고, 그와 2018년 5월 영국 윈저 성에서 결혼해 2019년 5월 아들 아치를 얻었다. 하지만 2020년 1월 왕실로부터 독립을 선언, 미국 캘리포니아로 이주했다. 이 때문에 딸인 릴리벳은 2021년 캘리포니아에서 태어났다.
미국 이주 후 부부는 왕실에 대한 폭로를 이어오고 있다. 2021년 오프라 윈프리 쇼에서 “왕실은 아이(아치)의 피부가 검다는 이유로 왕자가 되길 원치 않았다”고 폭로하거나 지난해 12월 공개된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해리와 메건’을 통해 “왕실은 형을 보호하기 위해선 거짓말을 했지만, 나를 보호하기 위해 진실을 말하는 데는 인색했다”고 주장한 것 등이다.
그러다 이번 자서전 출간을 통해 비난의 화살을 직접적으로 형 윌리엄에게 겨누기 시작했다. 자서전에선 해리가 주장하는 윌리엄의 폭행 외에도 메건이 겪은 유산, 극단적 선택 시도, 왕실의 인종 차별 등이 언급됐다.
가디언에 따르면 이번 주말 영국 ITV의 ‘News at Ten’과 미국 CBS의 탐사보도 프로그램 ‘60 Minutes’에서 자서전의 내용이 책 정식 출간에 앞서 다뤄질 예정이다. 미리 공개된 ITV 인터뷰 예고편에서 해리는 “아버지와 형을 되찾고 싶다”고 말했다.
하수영 기자 ha.su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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