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경미의 영화로 보는 세상] 폭력이 전하는 사회

데스크 2023. 1. 5.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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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0일 넷플릭스에 공개된 한국 드라마 '더 글로리'가 흥행 가도를 달리고 있다.

'더 글로리'는 유년 시절 학교폭력으로 영혼까지 부서진 피해자 문동은(송혜교 분)이 성인이 된 후, 가해자 박연진(임지연 분)에게 복수하기 위해 온 생을 걸어 치밀하게 준비한 처절한 복수와 그 소용돌이에 빠져드는 이들이 이야기를 담담하게 그려내고 있다.

'더 글로리'에서는 사회에 만연한 다양한 폭력이 한 개인을 어떻게 망치는가를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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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드라마 ‘더 글로리’

지난 30일 넷플릭스에 공개된 한국 드라마 ‘더 글로리’가 흥행 가도를 달리고 있다. 특히 극본을 맡은 작가 김은숙과 배우 송혜교의 만남에 관심이 집중되며 인기몰이 중이다. 김은숙 작가는 그동안 ‘파리의 연인’ ‘신사의 품격’ ‘상속자들’ ‘도깨비’ ‘태양의 후예’ 등의 히트작으로 많은 사랑을 받은 작가이며 송혜교는 멜로퀸으로 활약해 온 스타 배우다. 두 사람의 만남은 2016년 ‘태양의 후예’ 이후 두 번째로 ‘더 글로리’는 두 사람의 첫 장르물이자 복수극 도전이라는 점에서 넷플릭스 공개 전부터 화제를 모았다.


‘더 글로리’는 유년 시절 학교폭력으로 영혼까지 부서진 피해자 문동은(송혜교 분)이 성인이 된 후, 가해자 박연진(임지연 분)에게 복수하기 위해 온 생을 걸어 치밀하게 준비한 처절한 복수와 그 소용돌이에 빠져드는 이들이 이야기를 담담하게 그려내고 있다.


드라마는 폭력의 심각성을 전한다. 박연진은 문동은에게 화장실 청소를 강제로 떠맡기지만 저항하자 구타가 시작됐고 지독한 학교폭력의 희생자가 되고 만다. 동은을 괴롭히는 친구들은 박연진 한 명이 아니다. 전재준(박성훈 분)과 이사라(김히어라 분) 그리고 이들 사이에 끼어 심부름꾼 노릇을 하던 최혜정(차주영 분), 손명오(김건우 분)는 지속적인 폭언과 폭행, 구타와 성희롱으로 동은을 괴롭혔다. 건축가를 꿈꿨던 동은은 가난함을 이유로 학교폭력을 당해야만 했고 자퇴를 할 수밖에 없었다. 드라마는 학교폭력으로 인해 한 사람이 육체는 물론 영혼까지 부서지는 안타까운 모습을 보여주며 학교폭력의 심각성을 일깨워준다.


폭력의 다양한 유형과 후유증을 보여준다. 동은에게 유일한 같은 편 강현남(염혜란 분)이 생긴 이유는 그들이 피해자라는 공통점을 지녔기 때문이다. 가정폭력의 피해자 현남은 남편의 폭력에 매일 시달려야 했고 어린 딸은 고통 속에서 살아야만 했다. 그 고통의 끈을 끊어줄 사람으로 현남은 동은을 선택하고 자신의 남편을 제거해 줄 것을 제안하며 동은과 연대한다. 동은에 대한 한결같은 연정을 보여주는 의사 주여정(이도현 분) 역시 폭력의 피해자다. 의사였던 아버지는 범죄자인 환자를 치료해 주지만 그 환자에게 살해당하면서 정신적 고통을 받는다. ‘더 글로리’에서는 사회에 만연한 다양한 폭력이 한 개인을 어떻게 망치는가를 느낄 수 있다.

배우들의 차분한 연기와 작가의 대사 또한 성공적인 복수극을 완성케 했다. 멜로 퀸으로 불렸던 송혜교는 그동안 우리가 익히 봐왔던 사랑스러운 모습을 싹 걷어낸 채, 화장기 없는 얼굴에 분노도 슬픔도 느껴지지 않는 표정으로 복수의 칼을 휘두른다. 그가 보여주는 연기력와 드라마의 몰입감이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조연 배우들의 뛰어난 연기력도 뛰어나다. 여기에 김은숙 작가의 독특하고 색깔이 묻어나는 대사들도 보는 재미를 더한다. 가해자들에게 날리는 차가운 일갈과 대사 또한 건조하고 서늘한 분위기로 이 복수극의 설득력을 높인다.


우리 사회에서 폭력은 아직도 큰 문제가 되고 있다. 신체적 폭력은 물론 성폭력과 언어폭력에 최근에는 사이버폭력까지 다양한 폭력이 일어나고 있다. 이러한 폭력은 신체적, 정신적인 피해로 이어질 수 있고 심각한 경우 자살 같은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도 하며 또 다른 가해자가 되기도 한다. ‘더 글로리’는 아직 정신적으로 미성숙한 학생들 사이에서 발생하는 학교폭력을 통해 우리 사회에 만연한 각종 폭력의 심각한 피해와 후유증을 고발하고 폭력 예방과 근절을 위한 적극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함을 강조하고 있다.


양경미 / 연세대 겸임교수, 영화평론가 film102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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