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칼럼]'하루천자' 나를 찾는 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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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김풍 작가와 가볍게 만난 자리에서, 요즘 사람들이 글쓰기에 부쩍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는 이야기를 나누었다.
글쓰기 책이나 모임에 대한 관심도 많다.
사람들이 왜 이토록 글쓰기에 관심을 가질까에 대해서는 몇 가지 대답이 있을 수 있다.
글쓰기를 꾸준히 해 책을 출간하거나, 칼럼을 쓰는 등 부업처럼 글쓰기를 활용할 수 있는 것에 대한 기대도 글쓰기에 대한 관심에 한몫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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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 얼마 전 김풍 작가와 가볍게 만난 자리에서, 요즘 사람들이 글쓰기에 부쩍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는 이야기를 나누었다. 글쓰기 특강을 하면, 수백 명에서 수천 명에 이르는 사람이 모이곤 한다. 글쓰기 책이나 모임에 대한 관심도 많다. 모르면 몰라도, 새해에 꾸준한 글쓰기를 결심한 이들도 적지 않을 것이다.
사람들이 왜 이토록 글쓰기에 관심을 가질까에 대해서는 몇 가지 대답이 있을 수 있다. 하나는, 부업에 대한 관심이다. 최근 N잡러와 부업 열풍 등이 불면서, 많은 사람들이 어떻게 삶에서 부수입과 두 번째 정체성을 얻을지에 관심을 갖고 있다. 글쓰기를 꾸준히 해 책을 출간하거나, 칼럼을 쓰는 등 부업처럼 글쓰기를 활용할 수 있는 것에 대한 기대도 글쓰기에 대한 관심에 한몫할 것이다. 더 중요한 것은 ‘자아 찾기’가 아닌가 싶다. 김풍 작가는 사람들이 사실상 글 쓰는 시간 외에 자기를 되돌아볼 시간 자체가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하루종일 스마트폰으로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뉴스, 유튜브, 게임 등을 들여다보고 있으니, 자기 자신을 성찰할 시간이 없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글을 쓰면서라도 자기를 돌아보고 성찰할 시간을 갖고 싶은 욕망이 있지 않겠느냐고 했다. 나는 그 말에 깊이 공감했다.
지하철에서 주위를 둘러보면, 과장 없이 열에 아홉은 휴대폰을 들여다보고 있다. 가끔 책을 읽거나 눈을 감고 있는 사람이 있는 정도다. 길을 걸으면서도 귀에 이어폰을 꽂고 있거나, 스마트폰으로 유튜브를 보면서 걷는 경우도 많다. 어디에서든 ‘가만히’ 앉아서 생각하거나 글을 쓰는 사람은 거의 보지 못하는 것 같다. 과거에는 카페에서 자기만의 다이어리에 부지런히 무언가를 쓰는 사람들을 어렵지 않게 보았다. 그러나 요즘에는 우리 관심을 초 단위로 빼앗는 것이 우리 손안에 있다 보니, 자신을 성찰할 시간 자체가 없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몰라도 MZ세대(밀레니얼+Z세대)의 질병이라고 하는 ‘번아웃’을 호소하는 사람들도 부쩍 많아졌다. 일도 일이지만, 우리 시대 번아웃의 본질은 ‘관심 자체의 쉴 수 없음’이라고 볼 여지도 있다. 화장실 가는 시간, 출퇴근하는 시간, 밥 먹는 시간 등 모든 여백 시간을 스마트폰으로 빽빽하게 채우다 보니, 잠들 때가 돼서는 어째서인지 하루에 여유가 하나도 없었다고 느끼곤 하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내가 누구인지, 지난 1년간 무엇을 했는지, 어떤 삶으로 나아가고 있는지 등 우리 존재의 고민이랄 것은 잊히고, 매일매일의 자극밖에 남지 않는 느낌에 시달린다. 그 와중에 간신히 MBTI 정도를 붙잡고 알파벳 속에서 ‘나’를 찾으려고 해보지만, 그것으로 존재에 대한 고민이 충분할 리 없다. 우리는 ‘백지’에 내가 있을 것 같은 느낌으로, ‘글쓰기’를 찾는다.
글쓰기 모임 시간은 저마다 사람들이 묵혀두고만 있었던 내면을 쏟아내며 공감하고 이야기하는 시간이다. 정신없이 살아가느라 잊고 있었던 부모님에 대한 기억, 차마 주변에 털어놓지 못했던 내면의 상처, 부끄러워 감추고 있었던 꿈에 대한 이야기들이 터져 나온다. 백지는 우리가 자기 자신을 찾기를 바라며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아시아경제에서 ‘2023 범국민 뇌 건강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하루만보 하루천자’ 운동을 시작한다. 스마트폰을 잠시 주머니에 넣어두고, 가만히 세상과 호흡하며 산책을 하고, 노트를 펼쳐 글을 쓰는 습관을 길러보면 어떨까. 하루 삼십 분이면 가능한 일이다. 그런 하루 삼십 분이 잃어버린 나의 시간도, 나도, 나의 삶도 되찾아줄지 모른다.
정지우 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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