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단]선거제 개혁, 기호순번제 폐지가 핵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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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이 신년 벽두 중대선거구제 개편을 거론하면서 쟁점이 되고 있다.
국회의장도 차기 총선 1년 전인 4월까지 선거제 개혁이 이뤄져야 한다고 나섰다.
정치 기득권의 문제는 선거제 개편을 제기한 대통령의 리더십과 현행 대통령제의 몫이 크지만 별론으로 한다.
제도 개편 전망이 불투명한 또 하나의 이유는 현재의 양당 독과점의 해소책이 동반되지 않으면 개혁효과를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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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 대통령이 신년 벽두 중대선거구제 개편을 거론하면서 쟁점이 되고 있다. 국회의장도 차기 총선 1년 전인 4월까지 선거제 개혁이 이뤄져야 한다고 나섰다. 국회에는 이미 선거구제 문제를 비롯한 정치개혁을 위해 특위가 구성돼 있다. 이구동성으로 선거제를 포함한 정치개혁을 말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 개혁이 이뤄질 가능성이나 그 방향은 불투명하다. 기성 정당들의 기득권과 양당 독과점 특혜의 해소가 관건이다. 선거제 개혁을 말하면서도 늘 용두사미가 됐던 이유는 현역 의원들의 기득권을 넘어서지 못했기 때문이다. 특히 지역구의 축소나 변경을 동반하는 선거구제의 개편은 어려웠다. 민주화 이후 수없이 선거제 개편이 거론돼 오면서도 소선거구제와 지역구 수는 크게 바뀌지 않았다. 비례대표 강화를 외치며 개편된 현행 ‘준연동형’ 선거제도 기존 지역구와 양대 정당의 기득권을 넘어서지 못한 결과 만들어진 기형의 제도다. 정치 기득권의 문제는 선거제 개편을 제기한 대통령의 리더십과 현행 대통령제의 몫이 크지만 별론으로 한다.
제도 개편 전망이 불투명한 또 하나의 이유는 현재의 양당 독과점의 해소책이 동반되지 않으면 개혁효과를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렇다 보니 최근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는 2~4인의 중대선거구제를 놓고도 논란이 되고 있다. 모든 제도에는 장단점이 있어 강조점이 다르기도 하지만, 양당 독과점 특혜제도가 해소되지 않으면 중대선거구제로 개편해도 장점을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중대선거구제는 이미 우리 지방선거에서 채택하고 있어 그 실상을 보고 있다. 거대 양당은 ㉮, ㉯, ㉰ 추가 기호까지 붙이며 앞자리를 차지해 싹쓸이하고 있다. 간혹 기득권 제3세력이 틈새 혜택을 보는 정도다. 정당 공천을 1인으로 제한하든가, 근원적으로 기호 순번제를 없애고 추첨제로 해야 그나마 중대선거구제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이 또한 결국 기득권을 넘어설 수 있느냐의 문제다.
비례대표제의 확대 대안도 마찬가지다. 정당이 민심과 유리될 경우 비례대표제는 국민 대표성을 더 왜곡할 수 있다. 기능적 대표성과 전문가 충원 통로로 도입된 비례대표제가 정당 실력자들의 정치 이권 무대로 활용되기도 했다. 비례대표제는 민심 그대로에 가장 가까울 수 있다. 그러나 이를 매개하는 정당민주주의가 동반되지 않으면 안 된다.
사실 양극화의 진영정치를 이끄는 핵심 제도는 선거구제보다 양당 독과점을 보호하는 공직선거법 제150조에 규정하고 있는 기호 순번제다. 큰 정당 순으로 앞번호를 주고, 후보보다 정당을 앞세운다. 국회의원 선거, 특히 지방선거의 경우에는 기호 1, 2번이 당락을 좌우한다. 그렇다보니 민심에 충실하기보다 당 권력에 충성한다. 당내 민주주의가 작동하지 않는다. 바로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에서 그대로 보고 있다. 민심을 이반한 정당은 퇴출되고 새로운 대안이 등장하는 정당정치의 민주화가 작동하지 않고, 양대 세력이 주고받을 뿐이다.
기호 순번제는 제도 선택 이전에 시정해야 할 불공정한 특혜 제도다. 다른 나라들에서는 이보다 더 약한 유사한 제도도 위헌 결정을 받았다. 대부분 추첨제다. 1967년 대선에서 제1당 민주공화당 후보 박정희가 기호 6번으로 당선됐듯이 우리도 한때 추첨제였다. 현행 교육감 선거처럼 추첨제와 더불어 순환 배열 방식으로 바꿔야 한다. 그러면 소선거구제라 하더라도 양당 독과점 폐해가 해소되고 중대선거구제일 경우도 개혁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김만흠 한성대 석좌교수, 전 국회입법조사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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