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 모욕” 프랑스 풍자만화, 이란 반발에 또 폭풍전야
이란 최고 지도자에 대한 ‘풍자만화 경진대회’를 연 프랑스의 시사주간지 샤를리 에브도에 이란 정부가 공개 경고를 보내며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호세인 아미라브돌라히안 이란 외교부 장관은 4일(현지시간) 트위터를 통해 “이란의 정치ㆍ종교적 지도자에 대한 캐리커쳐를 게재한 프랑스 매체의 모욕적이고 외설적인 행위를 강력하고 효과적인 대응이 없이 둘 수 없다”며 “그들은 확실히 잘못된 길을 선택했다”고 경고했다.
이란 외교부는 이날 니콜라스 로슈 주이란 프랑스 대사를 외교부에 초치해 항의했다고 밝혔다.
앞서 샤를리 에브도는 같은 날 이란 최고 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에 대한 풍자 대회의 당선작 35건을 공개했다. 출판물과 온라인을 통해 하메네이가 나체의 여성에게 소변 세례를 받거나, 히잡을 벗은 여성의 머리카락에 매달려 있는 모습 등을 실었다.
이란 외교부는 이에 대해 “프랑스가 언론 자유를 구실로 이슬람 국가의 신성함에 대한 모욕을 정당화할 권리는 없다”며 “역겹고 신성모독적인 행동에 대한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밝혔다. 신정일치 체제인 이란에서 하메네이는 종교·정치를 통틀어 최고 지도자로 꼽힌다. 권위와 존경의 의미를 담은 용어인 ‘물라(Mullah)’가 이름 앞에 붙는다.
샤를리 에브도는 이를 겨냥해 지난 달 9일부터 3주간 ‘#물라는 물러가라’는 해시태그 운동과 함께 하메네이를 풍자하는 만화 대회를 열었다. 지난해 9월 히잡 문제로 촉발된 이란 내 반정부 시위를 지지하는 취지였다. 샤를리 에브도는 또 2015년 편집국 총격 테러 사건의 8주기(1월 7일)에 맞춰 하메네이를 비판하는 글과 그림을 공개한다고도 덧붙였다.
샤를리 에브도는 “풍자 만화는 자유를 향한 최고의 안내자”라며 “대회 기간 전 세계에서 이란인을 포함한 만화가들로부터 300건 이상의 그림이 도착했다. 물론 협박 e메일도 수천 건”이라고 밝혔다.
샤를리 에브도는 2015년 이슬람 예언자 무함마드를 만평 소재로 삼았다가 편집국을 목표로 테러가 발생해 12명이 목숨을 잃기도 했다. 당시 이슬람 극단주의자 2명이 “이슬람교를 모욕했다”며 샤를리 에브도의 파리 편집국에 들이닥쳐 총기를 난사했고 편집장과 기자ㆍ경찰 등 12명 사망해 전 세계에 충격을 안겼다.
매체는 무함마드 풍자 그림을 비롯해 유대교의 랍비, 세계 각국의 정치인 등 종교ㆍ정치적으로 논쟁적인 풍자 만화와 논평을 게재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 수위가 높아 비판 대상자는 물론, 프랑스 안팎에서도 논쟁거리가 되곤 한다. 이슬람 근본주의 세력의 주요 타깃이 돼 2020년엔 흉기 난동 사건이 벌어져 편집자들이 부상을 입었다.
이유정 기자 uu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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