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시비비]주52시간 근로제, 근본 개혁이 필요한 이유

이은정 2023. 1. 5.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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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정치권을 보면 싸움을 못 해 안달 난 듯하다.

상대를 '적'으로만, 모든 이슈를 정쟁의 도구로만 여기니 정치의 근간인 협치를 논하는 건 사치에 불과해 보인다.

여야가 의견차를 좁히지 못해 작년 말로 종료된 8시간 추가연장근로제가 대표적이다.

주 52시간 근무제의 급격한 도입에 따른 영세기업의 어려움을 고려해 도입한 예외 조항으로, 당시 정치권은 기업들에 유예기간에 인력 충원 등의 대응책 마련을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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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기준법 현실과 동떨어졌고
일자리 창출에도 도움이 안되며
추가근로 수요도 반영 불가능

요즘 정치권을 보면 싸움을 못 해 안달 난 듯하다. 상대를 ‘적’으로만, 모든 이슈를 정쟁의 도구로만 여기니 정치의 근간인 협치를 논하는 건 사치에 불과해 보인다. 민생 문제라고 예외는 아니다. 여야 할 것 없이 한목소리로 ‘민생을 먼저 챙기겠다’고 하지만 한 꺼풀만 벗겨보면 이 역시 한낱 정쟁의 도구일 뿐이다. 여야가 의견차를 좁히지 못해 작년 말로 종료된 8시간 추가연장근로제가 대표적이다.

8시간 추가연장근로제는 2021년 7월 확대 시행된 주 52시간 근로제 적용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30인 미만 사업장에만 한시 적용된 조치다. 법안에는 ‘상시 30명 미만의 근로자를 사용하는 사용자는 근로자대표와 서면으로 합의한 경우 연장된 근로시간에 더해 1주간에 8시간을 초과하지 아니하는 범위에서 근로시간을 연장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그러면서 부칙을 통해 이 조항의 일몰 기간을 2022년 12월31일까지로 했다. 주 52시간 근무제의 급격한 도입에 따른 영세기업의 어려움을 고려해 도입한 예외 조항으로, 당시 정치권은 기업들에 유예기간에 인력 충원 등의 대응책 마련을 주문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부칙을 만들 때만 해도 예상하지 못했던 코로나19라는 돌발 변수에 외국인 인력조차 국내로 들어오지 못하는 상황이 되면서 중소·영세기업의 고질병인 인력난이 더욱 심화한 것이다. 여기에 고물가·고금리·고환율의 삼중고까지 더해졌다. 그야말로 생존을 위해 바둥거려야 했기에 인력 투자는 언감생심이었다. 불행히도 이 같은 환경은 지금도 지속되고 있다.

정치권이 이를 모를 리가 없다. 그러나 정치인들에게 영세사업주의 살려달라는 애원보다는 그들의 자존심이 더 중요한 듯하다. 중소기업중앙회 임원이 8시간 추가연장근로제 연장의 폐지가 확정된 후 한 야당 의원을 찾았더니 "부칙만 바꾸면 될 거라…"면서 "설 전까지 처리할 생각도 있으니 기다려라"며 별스럽지 않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여당도 다르진 않다. 민주당이 요구하는 1월 임시국회를 ‘이재명 대표 방탄용’일 뿐이라며 설 연휴 이후에 다시 논의하자며 맞서고 있다.

그나마 정치권 대치 속 정부가 중소·영세기업의 혼란을 막기 위해 ‘계도기간 1년’을 부여했다는 점은 다행이다. 하지만 이는 미봉책일 뿐이다. 이참에 정부는 보완 입법을 통해 근본적인 해결책을 마련하는 결기를 보여줘야 한다. 크게 세 가지 이유다. 첫째 1953년에 제정된 근로기준법 자체가 2023년 현재 근로 환경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노동 형태가 다양해지고 산업구조가 급속히 변화했지만 우리의 근로기준법은 여전히 1953년도 제조 공장의 틀에 맞춰져 있다. 특수형태 근로 종사자나 플랫폼 노동자 등을 모두 아우르면서 근로시간 관리 체계를 유연하게 끌고 가야 생산성을 높일 수 있을 것이다. 둘째 지금의 근로체계가 일자리 창출에도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중소벤처기업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근로시간 단축 시행으로 기업의 신규 일자리는 평균 4.06명 감소했다. 셋째 저녁 있는 삶만큼이나 일을 더 하고 싶어하는 노동자도 분명 존재한다. 근로기준법은 중소·영세 사업주나 노동자들에겐 생존의 문제이며 국가 경쟁력의 잣대가 될 수 있다. 노동개혁의 근간이 될 근로기준법 개정에 정부가 명운을 걸겠다는 각오를 보이며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그게 바로 국가의 역할이다.

이은정 콘텐츠매니저 mybang2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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