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문화가정 이야기, '500만 관객'이 찾은 비결

양형석 2023. 1. 5.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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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영화] 유아인-김윤석 열연 돋보인 영화 <완득이>

[양형석 기자]

지난 2014년에 개봉한 영화 <카트>는 부당해고를 당한 대형마트 계약직 직원들이 사측의 부당함에 맞서 싸우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염정아와 문정희, 고 김영애 배우 등이 주연을 맡았고 도경수와 천우희 같은 젊은 배우들도 출연했다. 하지만 사회문제를 직설적으로 고발한 영화 <카트>는 좋은 배우들이 대거 출연했음에도 전국 80만 관객으로 흥행에서는 그리 만족스런 성과를 올리지 못했다(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 기준).

사실 <카트>뿐 아니라 사회적으로 강한 메시지를 담고 있는 영화들은 흥행에서 불리하게 작용하는 경우가 많다. 아무래도 주제의식을 강조하는 것이 영화의 목적이다 보니 관객들을 만족시키는 상업영화로서의 재미는 후순위가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관객들에게도 '사회고발 영화들은 재미가 없다'는 고정관념이 존재하기 때문에 영화를 고를 때부터 사회적인 문제를 다룬 영화들은 관람목록에서 미리 배제하는 관객들이 적지 않다.

2011년 10월에 개봉한 이 영화는 다문화가정과 이주노동자, 빈곤층, 장애인, 교육 등 여러 사회문제를 다룬 작품이다. 진지하고 무겁게 만들려 했으면 한도 끝도 없이 무겁고 심각해 질 수 있는 영화였다는 뜻이다. 하지만 이 작품은 다문화가정의 학생과 이주노동자 운동을 하는 담임선생님의 이야기를 유쾌하고 희망적으로 그려내며 많은 관객들의 사랑을 받았다. 이한 감독이 연출하고 김윤석과 유아인이 주연을 맡았던 영화 <완득이>였다.
 
 <완득이>는 무거울 수 있는 여러 소재들을 영화 속에 어렵지 않게 녹여내면서 500만 관객의 사랑을 받았다.
ⓒ CJ ENM
 
상업-독립-예술, 작품 가리지 않는 배우

2003년 라면 광고를 통해 데뷔한 유아인은 같은 해 드라마 <반올림>에서 이옥림(고아라 분)의 남자친구를 연기하며 주목 받기 시작했다. 하지만 <반올림> 이후 배우라는 직업에 대한 고민으로 잠시 활동을 접었던 유아인은 2006년 독립영화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에 출연하며 연기활동을 재개했다. 2007년에는 <말아톤>을 만들었던 정윤철 감독의 <좋지 아니한가>에서 4차원 소년 용태 역을 맡아 호평을 받았다.

드라마 <최강칠우>와 영화 <서양골동양과자점 앤티크> 등에 출연하며 경력을 쌓아가던 유아인이 본격적으로 대중들에게 큰 사랑을 받기 시작한 작품은 바로 드라마 <성균관 스캔들>이었다. <성균관 스캔들>에서 '조선판 짐승남' 문재신을 연기한 유아인은 구용하 역의 송중기와 함께 <성균관 스캔들>의 최대수혜자가 됐고 이는 곧 2011년 인기 소설을 영화화한 <완득이> 캐스팅으로 연결됐다.

유아인은 <완득이>에서 반항기 넘치면서도 정이 많은 다문화가정의 고등학생 도완득 캐릭터를 완벽하게 소화했고 2011년 10월에 개봉한 <완득이>는 전국 530만 관객을 동원하며 흥행에도 크게 성공했다. 유아인은 2012년 드라마 <패션왕>과 <장옥정, 사랑에 살다>, 2013년 영화 <깡철이>에 잇따라 출연하며 연기력과 흥행파워를 겸비한 차세대 배우로 영화계와 방송계에서 동시에 인정을 받았다.

2015년은 유아인의 첫 번째 전성기였다. 8월에 개봉한 류승완 감독의 <베테랑>에서 '빌런' 조태오를 소름 끼치게 연기하며 1300만 관객 동원에 크게 기여한 유아인은 9월에 개봉한 이준익 감독의 <사도>에서는 배우들에겐 큰 도전 중 하나인 사도세자를 연기했다. <사도>를 통해 청룡영화상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유아인은 10월부터 50부작 대하퓨전사극 <육룡이 나르샤>에서 태종 이방원 역을 맡아 또 한 번 열연을 펼쳤다.

2018년 이창동 감독의 신작 <버닝>에 출연한 유아인은 그해 11월 <국가부도의 날>을 통해 색다른 매력을 선보였다. 2020년에는 제작비 13억 원이 투입된 저예산 영화 <소리도 없이>와 좀비영화 <#살아있다>에 출연한 유아인은 2021년 넷플릭스 글로벌차트 1위를 차지한 연상호 감독의 <지옥>에서 새진리회 교주를 연기했다. 그리고 올해는 안은진과 함께 한 넷플릭스 드라마 <종말의 바보>가 공개될 예정이다.

무거운 주제 따뜻하게 풀어간 영화
 
 유아인은 20대 중반 <완득이>를 통해 충무로에서 가장 주목 받는 젊은 배우로 떠올랐다.
ⓒ CJ ENM
 
<완득이>는 지난 2008년에 출간돼 제1회 창비 청소년문학상을 받았고 70만 부 이상 팔린 김려령 작가의 베스트셀러 소설 <완득이>를 영화화한 작품이다. 소설 <완득이>는 같은 해 12월 연극으로 각색돼 무대에 오르기도 했고 영화가 흥행한 후에는 2012년 뮤지컬로 제작되기도 했다. 참고로 김려령 작가의 또 다른 소설인 <우아한 거짓말> 역시 2014년 <완득이>를 연출한 이한 감독에 의해 영화로 만들어져 개봉했다.

도완득(유아인 분)은 한국인 아버지(박수영 분)와 필리핀인 어머니(이자스민 분) 사이에서 태어난 다문화가정의 아이로 어머니가 집을 나간 후 척추 장애인 아버지, 정신지체 장애인 삼촌(김영재 분)과 함께 옥탑방에서 살아간다. 학교에서도 공부를 잘하지도 못하고 친구들과 잘 어울리는 '인싸'도 아니지만 크게 사고를 치거나 문제를 일으키지도 않는다. 어머니의 표현대로 완득이는 '알아서 잘 자라줘서 고마운' 아들이다.

완득이는 영화 중반 교회에서 알게 된 인도인 노동자 핫산(수딥 바느지 분)의 추천으로 킥복싱을 배우기 시작한다. 하지만 <완득이>에는 삶에 대한 목표가 없었던 다문화가정의 학생이 우연히 접하게 된 킥복싱에 재능이 있다는 걸 발견하고 킥복싱 선수로 대성한다는 식의 스포츠 영화 같은 전개는 나오지 않는다. 오히려 완득이는 관장(안길강 분)의 추천으로 고교 킥복싱 전국 3위와 스파링을 했다가 일방적으로 얻어맞고 KO패 당한다.

<타짜>의 아귀, <추격자>의 경찰출신 보도방주인 등 주로 캐릭터가 강한 역할을 도맡아 했던 김윤석은 <완득이>에서 옥탑방에 사는 고등학교 사회교사 이동주 역을 맡았다(물론 이동주는 유복한 환경에서 자란 캐릭터로 아버지와의 갈등과 외국인 노동자들과의 연대 때문에 집을 나와 살고 있다). 자칫 김윤석과 이동주의 이미지가 어울리지 않을 거란 우려도 있었지만 역시 김윤석은 '연기의 달인'답게 생활연기도 큰 무리 없이 잘 소화했다.

사실 <완득이>는 다문화 가정과 이주노동자, 빈곤층, 장애인, 교육 등 여러 사회문제들을 담고 있고 이 중 하나만 강조했더라도 영화가 대단히 심각해질 수 있었다. 하지만 <연애소설> <청춘만화> <내 사랑> 등 따뜻한 멜로영화를 주로 연출했던 이한 감독은 <완득이>에서도 여러 사회문제들을 짚어 내면서도 특유의 따뜻한 정서를 잃지 않으며 관객들의 공감을 이끌어 내는 데 성공했다.

사랑에 빠진 <추격자>의 엄중호-오형사 
 
 <완득이>에서 러브라인을 형성했던 김윤석(왼쪽)과 박효주는 3년 후 <타짜:신의 손>에서 아귀와 작은 마담으로 출연했다.
ⓒ CJ ENM
 
<완득이>에서 가장 감동적인 장면 중 하나는 완득이 어머니가 완득이에게 처음으로 이름을 부르는 장면이었다. 완득이의 어머니를 연기했던 배우는 정치인으로도 알려진 필리핀 출신의 이자스민이다. 2010년 <의형제>를 통해 영화에 데뷔한 이자스민은 2011년 <완득이>에서 완득이의 어머니를 연기한 후 2012년 19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비례대표로 당선돼 의정활동을 했던 경력을 가지고 있다.

영화 <완득이>에는 이야기를 더욱 풍성하게 하기 위해 원작에 없는 영화만의 오리지널 캐릭터들도 등장했다. 대표적인 인물이 바로 박효주가 연기한 다혈질 옆집 아저씨 이두식(김상호 분)의 동생 이호정이다. 이호정은 '월홍'이라는 필명을 쓰는 무협소설 작가로 동주와 썸을 타다가 사랑에 빠진다. 참고로 김윤석과 박효주는 드라마 <인생이여, 고마워요>와 영화 <추격자>에 이어 <완득이>가 세 번째 만남이었다.

<비밀의 숲> 시즌2에서 법사위에 파견된 김사현 검사, 최근 종영한 <재벌집 막내아들>에서 진양철 회장(이성민 분)의 4남이자 진도준(송중기 분)의 아버지 진윤기를 연기했던 김영재도 <완득이>에 출연했다. 김영재는 <완득이>에서 지적장애를 앓고 있는 남민구 역을 맡았는데 극 중에서 완득이의 아버지를 장애인이 아닌 평범한 어른으로 대해주는 유일한 인물로 영화 내내 관객들을 웃음 짓게 하는 선한 연기를 선보였다.

독특한 발성과 연기톤으로 2000년대 많은 영화에서 조연으로 인상적인 연기를 선보였던 조상건 배우는 <완득이>에서 이동주의 아버지 역할로 특별 출연했다(눈치가 빠른 관객들은 <타짜>의 너구리 형사가 아픈 아귀 병문안을 왔다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조상건 배우는 병원에서도 아들인 이동주와 논쟁을 벌이다 가해자(?)인 완득이에게 "아주 죽도록 찼어야지, 이놈아"라는 냉정한 한마디를 남기고 병실 밖으로 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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