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이 "NO"라고 한 게 외신 기자 때문이다?
[박성우 기자]
▲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일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취재진과 이야기하기 위해 걸어가고 있다. |
ⓒ AP=연합뉴스 |
"No(그렇지 않다)."
짧은 한 마디였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2일 (미국 현지 시각) 백악관으로 들어가는 길에 취재진으로부터 "현재 한국과 핵 공동 연습(joint nuclear exercise)을 논의하고 있는가"라는 질문을 받자 내놓은 답변이다.
바이든 대통령의 이 발언은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일자 <조선일보>에 실린 인터뷰에서 "한미가 미국의 핵전력을 '공동 기획(Joint Planning)-공동 연습(Joint Exercise)' 개념으로 운용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미국도 상당히 긍정적인 입장"이라고 말한 것과는 상반됐다.
바이든 대통령의 발언이 기사화되자 윤 대통령의 <조선일보> 인터뷰 발언을 두고 논란이 일었다.
'Joint exercise'가 낳은 파장
김은혜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논란이 일자 지난 3일(한국시각) "바이든 대통령의 발언은 로이터 기자가 거두절미하고 '핵전쟁 연습을 (논의)하고 있는지' 물으니 당연히 'No(아니다)'라고 답할 수밖에 없는 것"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또한 그는 "Joint nuclear exercise(핵 전쟁 연습)은 핵보유국들 사이에서 가능한 용어"라고 덧붙였다.
이러한 대통령실의 입장은 이번 논란의 책임을 바이든 대통령에 질문한 외신 기자에게 돌리는 모양새다. 그러나 이번 논란의 본질은 핵전력과 관련한 용어 사용에 혼란을 불러일으킨 윤 대통령 혹은 <조선일보>에 있어 보인다.
<조선일보>는 윤 대통령이 말한 한미간 '핵전력 공동 연습'을 영문으로 'Joint Exercise'라고 적시했다. 외신 기자가 당연히 바이든 대통령에게 'joint nuclear exercise'라는 단어를 써서 질문할 수밖에 없는 까닭이다.
만약 윤 대통령이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영문으로 'Joint Exercise'라고 발언했다면 책임은 윤 대통령에 있어 보인다. 3일 나온 대통령실의 입장처럼 "Joint nuclear exercise(핵 전쟁 연습)는 핵 보유국 사이에 가능한 용어"라면 <조선일보> 인터뷰상 'Joint Exercise'라고 발언한 데서 혼동을 유발했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만약 윤 대통령이 '핵 공동 연습'이라고 발언하고, <조선일보>가 'Joint Exercise'라고 영문 표기를 덧붙였다면, 윤 대통령의 발언과 그 뜻을 정확하게 확인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조선일보>도 일정 부분 책임이 있어 보인다. 언론이 민감한 사안과 관련된 용어에 대한 확인을 덜 거치고 보도했기 때문이다.
▲ <조선일보>와 신년인터뷰를 진행한 윤석열 대통령. 이 인터뷰는 지난 2022년 12월 30일 서울 용산 대통령 집무실에서 2시간 동안 진행됐다. |
ⓒ 조선일보 갈무리 |
윤 대통령은 인터뷰에서 핵 공동 연습에 대해 "핵무기는 미국의 것이지만, 계획과 정보 공유, 연습과 훈련은 한미가 공동으로 해야 한다"며 "한미가 공동 참여한다는 의미에서 종전의 확장억제 개념에서는 굉장히 진전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바이든 대통령의 발언에 이어 3일(미국 현지 시각) 카린 장-피에르 백악관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우리(한미)는 핵 공동 연습(joint nuclear exercises)을 논의하고 있지 않다"며 한미 핵 공동 연습을 부인하고, "미국은 한국과의 동맹에 전념하고 있으며 미국의 모든 방어 능력을 통해 확장억제를 제공하고 있다"고 밝혔다. 기존 확장억제 개념을 고수하겠다는 입장으로 해석된다.
백악관 대변인의 발언은 확장억제 개념에서 "굉장히 진전된" 개념으로서 핵 공동 연습을 언급한 윤 대통령의 발언과는 대비된다. 핵 공동 연습을 논의했다는 윤 대통령의 발언은 물론, 한미간 확장억제 개념을 넘어서려는 윤 대통령의 의도를 미국이 부정한 모양새이기 때문이다.
테이블에서 앉아서 하는 토의 훈련이 실제 핵 훈련?
한편 <조선일보>는 4일 <美 "가까운 시일 내 한국과 핵 훈련">이라는 제목의 바이든 행정부 고위 당국자 인터뷰 기사를 내보냈다. 인터뷰에 응한 당국자는 "한미 양국 군은 북한 도발 억제를 위해 정보 공유, 공동 기획, 훈련 방법 조정, 실제 (핵) 훈련 등을 통한 여러 대응 방안 등을 논의하고 있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그런데 기사에 기재된 고위 당국자와의 인터뷰 전문을 살펴보면 발언에 차이점이 보인다. 인터뷰 전문에 따르면 미 행정부 고위 당국자는 "이를 위해 (한미는) 정보 공유, 공동 기획, 훈련 방법 조정, 확장억제수단 운용연습(TTX)을 통한 여러 대응 방안 모색 등을 의논하고 있다"고 발언했다.
▲ 국방부는 2022년 12월 21일, '2022년 후반기 전군주요지휘관회의'에서 TTX를 두고 "합동·연합 토의식연습"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
ⓒ 국방부 |
실제로 국방부 보도자료에 따르면 지난 12월 21일, 국방부는 '2022년 후반기 전군주요지휘관회의'에서 "내년부터는 합동·연합 토의식연습(TTX)과 훈련을 통해 전략사령부운용개념과 체계를 검증하여 창설계획을 구체화하는 등 관련 과업들을 체계적으로 진전시켜 나가기로 하였다"면서 TTX를 '합동·연합 토의식 연습'이라고 설명했다. TTX는 이미 지난 11월 SCM 당시 연례적으로 시행하기로 합의된 사안이고, 실제로 문재인 정부 당시에도 두 차례 시행한 적이 있다.
그런데 <조선일보>는 이 TTX를 "실제 (핵) 훈련"으로 보도했다. 정부 당국이 밝힌 의미와 언론보도상 뉘앙스가 사뭇 달라 혼동이 계속되는 모양새다. 참고로 김종대 연세대학교 통일연구원 객원교수는 4일 KBS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와의 인터뷰에서 "TTX라는 것도 미국이 주도하되 한국군이 참관 정도 하거나 아니면 어떤 사후 통보 정도 받는 나토식, 이게 바로 나토식 핵 공유 모델인데 그런 정도의 어떤 소극적 위치에 머무르는 것이지 처음 기획, 계획, 연습을 전부 모든 과정을 같이 하는 모의연습으로 보기 어렵다"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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