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벗 기대 꺾은 Fed "금리인상 지속…시장 오해없어야"(종합)
[아시아경제 뉴욕=조슬기나 특파원]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가 인플레이션을 확실히 잡을 때까지 더 높은 수준의 기준금리를 지속하겠다는 긴축 의지를 재확인했다. 사실상 '연내 금리 인하는 없다'는 방침으로 시장의 피벗(pivot·방향 전환) 기대에 찬물을 끼얹은 것이다. Fed 당국자로부터 상반기에만 금리를 1%포인트 이상 올려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매파' 확인한 FOMC 의사록..."이른 완화 없다"
4일(현지시간) Fed가 공개한 작년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의사록에 따르면 참석자들은 "경제지표를 통해 인플레이션이 목표치 2%까지 지속적인 하락 경로에 있다는 확신이 될 때까지 제약적인 정책 기조가 유지돼야 할 필요가 있다"며 "이를 위해서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판단했다. 19명의 FOMC 위원 가운데 2023년 중 금리인하가 적절할 것으로 예상한 위원은 한 명도 없었다.
앞서 12월 FOMC에서 Fed는 4연속 자이언트스텝(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에 마침표를 찍으면서도 미국의 기준금리를 15년 만에 최고치인 4.25%~4.5%로 끌어올린 상태다. 특히 Fed는 함께 공개한 점도표를 통해 올해 말 금리 전망치로 5.0∼5.25%를 제시했다. 이는 올해 최소 0.75%포인트 인상이 이뤄질 것임을 시사한다.
이러한 금리 경로에 대해 참석자들은 "인플레이션을 2% 목표치로 되돌리려는 위원회의 강한 의지를 부각시켜준다"고 평가했다. 이들은 "인플레이션이 지속적이고 용납할 수 없을 정도로 높다"고 지적했다. 또한 다수의 FOMC 위원들은 "역사적 경험 역시 너무 일찍 통화완화에 나서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고 이른 전환에도 선을 그었다.
특히 FOMC 참석자들 사이에서는 12월부터 금리 인상폭을 축소한 Fed의 속도조절을 자칫 시장에서 확대해석할 수 있다는 경계감도 확인됐다. 이들은 "금리인상 속도를 늦추는 것이 물가안정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위원회의 결의를 약화시키거나, 인플레이션이 지속적인 하강경로에 있다는 판단이 아니라는 점을 (시장에) 명확히 전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참석자들은 "위원회의 대응에 대한 대중의 오해로 금융 여건이 부적절하게 완화되면 물가 안정을 복원하려는 노력이 복잡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시장에서 확산 중인 피벗 기대가 향후 Fed의 인플레이션 완화 행보에까지 걸림돌이 될 수 있음을 경계한 발언으로 읽힌다.
이는 인플레이션 억제와 불필요한 경기침체 리스크 사이에서 Fed의 딜레마가 그만큼 깊음을 시사하는 것이기도 하다. 참석자들이 12월 회의에서 제약적 통화정책 기조를 강조하면서도 유연성과 상황에 따른 정책 변화에 입을 모은 배경이 여기에 있다.
◆시장에선 피벗 기대 여전…"Fed 매파적 수사 강화될 듯"
제롬 파월 Fed 의장은 12월 FOMC 직후 기자회견에서 2023년에도 금리 인상이 지속될 것이며 인상행보가 중단된 이후에도 높은 수준의 금리가 당분간 유지될 것이라고 밝힌 상태다. 다만 이러한 발언에도 시장에서는 Fed가 상반기 금리 인상을 중단하고 하반기 중 인하로 돌아설 것이라는 관측이 잇따른다.
월가 투자은행 10곳 중 6곳은 하반기 중 Fed가 금리 인하로 돌아설 것으로 예상했다. 모건스탠리, 바클레이즈, BoA, 도이체방크, TD는 오는 3~5월 미국의 금리가 고점을 찍고 4분기 중 인하될 것으로 내다봤다. 노무라는 이보다 더 이른 3분기 중 금리 인하가 가능하다고 전망했다.
이에 따라 Fed 당국자들로부터 시장 예상보다 강한 매파 발언이 쏟아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앤드류 홀렌호스트 씨티 이코노미스트는 이날 FOMC 의사록 공개 직후 "Fed 당국자들은 시장이 이들이 정책경로를 낮게 평가하는 것에 대해 점점 불편해하고 있다"며 "금융 여건을 더 긴축시키기 위해 앞으로도 더 매파적 수사를 사용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마크 잔디 무디스 수석이코노미스트 역시 Fed가 조만간 금리를 인하할 계획이 없다는 것을 시장에 납득시키려 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닐 카시카리 미니애폴리스 연방준비은행 (연은) 총재는 이날 온라인에 공개한 글을 통해 올해 상반기 금리가 5.4% 수준으로 오를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현 수준에서 1%포인트 인상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카시카리 총재는 "인플레이션이 정점을 지났다는 증거들이 나오고 있지만, 확신하기에는 너무 이르다"면서 "최소 향후 몇 차례의 FOMC 회의에서는 금리를 계속 올려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같은 날 공개된 고용지표 역시 노동시장 과열이 지속되고 있음을 나타내며 Fed의 긴축에도 한층 힘이 실리고 있다. 미 노동부의 11월 구인·이직보고서(JOLTs)에 따르면 작년 11월 기준 미 기업들의 구인건수는 1046만건으로 시장 예상치를 웃돌았다. Fed가 노동시장 과열을 판단하기 위해 주시하는 실업자 1명당 구인건수 배율은 전월과 동일한 1.7을 나타냈다. 이는 실업자 1명 당 1.7개의 빈 일자리가 있다는 뜻이다.
그간 노동시장 과열에 따른 임금상승 추이를 우려해온 Fed로서는 고민이 깊어질 수 밖에 없는 대목이다. 높은 임금인상률이 이어질 경우 인플레이션 상승압력으로 작용할 수 밖에 없다. 블룸버그통신은 "Fed가 당분간 추가 금리인상 등 제약적인 통화정책을 지속할 가능성이 커졌다"고 진단했다. 현재 시장은 이번주 후반 공개되는 12월 ADP 고용보고서, 비농업 고용 지표를 대기하고 있다.
한편 이날 뉴욕증시는 경기침체 우려에도 일제히 올라 새해 들어 첫 상승장을 기록했다. 다만 12월 FOMC 정례회의 의사록 등에서 매파 기조가 확인되면서 주가 상승폭은 제한 압력을 받았다. 오안다의 에드 모야 애널리스트는 "제약적인 통화정책, 경기침체 우려가 투자자들의 중심에 남아 있다"며 "피벗 베팅은 너무 이르며 이는 증시에도 어려운 환경을 만들 것"이라고 분석했다.
뉴욕=조슬기나 특파원 se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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