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내각 흔들리니 '아베 정적'도 재조명…옛 거물들 고개드나

전진영 2023. 1. 5.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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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년째 지역구 출근하는 노다 전 총리
아베 추도사로 재평가…연정 가능성도
유튜브에서 정치 관련 해설 중인 노다 요시히코 전 일본 총리. (사진출처=노다 전 총리 공식 홈페이지)

[아시아경제 전진영 기자]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의 지지율이 역대 최저치로 내려앉는 등 내각이 흔들리면서 아소 다로 자민당 부총재, 스가 요시히데 전 총리 등 옛 거물급 정치인들의 재등판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일본 내에서 한때 아베 신조 전 총리의 정적으로 불렸던 노다 요시히코 전 총리도 주목을 받고 있다. 그는 야당인 입헌민주당에 몸을 담고 있지만, 지난해 일본에서 국장으로 치러진 아베 전 총리의 장례식에서 당내 반대여론에도 직접 참석해 추도사까지 낭독하면서 일각에서 제기 중인 대연정의 중심축이 될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4일 서일본신문은 노다 전 총리의 아침 출근 인사를 보도했다. 노다 전 총리는 2011년부터 2012년까지 총리 재임 기간을 제외하고 37년째 매일 새벽부터 그의 지역구 전철역들을 다니며 출근 인사를 하고 있다.

시민을 향한 출근 인사로 자칫하면 그를 '늦깎이 정치 신인'으로 착각할 수 있지만, 사실 노다 전 총리는 '아베 정적'이라는 타이틀로 유명한 야당의 거물급 인사다. 총리 재임 시절 당시 아베 신조 자민당 총재와 극렬한 당수 토론을 벌였기 때문이다. 이 장면이 일본 각지로 생중계되면서 두 사람은 서로 라이벌 구도를 형성했다.

아베 정적으로 95대 총리를 지낸 그는 현재는 입헌민주당 최고 고문을 맡고 있다. 지바현에서 9번을 내리 당선하며 지역구 관리를 해왔기 때문에, 정치권에서는 그의 지역구인 지바 4구를 '노다 왕국'으로 부를 정도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자민당의 장기 집권으로 입헌민주당의 존재감이 약화하면서, 노다 전 총리 역시 역사 속으로 잊히는 듯했다. 그러나 그는 다시 그의 라이벌을 통해 세간의 재평가를 받기 시작했다.

노다 전 총리는 지난해 10월 열린 아베 전 총리 국장에 참석해 추도사를 낭독했다. 그는 후반부에 "내리 이길 수는 없지 않나요, 아베 씨"라고 언급했는데, 이 말이 일본에서는 큰 화제가 됐다. 그간 숙적, 정적으로 불렸지만, 아베 전 총리의 사망으로 더 이상 이승에서 대결할 수 없다는 비통한 심정을 에둘러 표현한 것이다. 당시 이 추도사로 아베 전 총리의 부인이 눈물을 흘렸고, “정치적 입장이 달라도 추도와 존경의 마음을 전한 것은 진정한 협치”라는 긍정적인 여론이 우세하기 시작했다.

심지어 ‘정치 원로 재등판론’의 물망에도 거론되기 시작했다. 기시다 내각이 흔들리면서 아소 부총재, 스가 전 총리 등 자민당 원로들의 등판설이 나오는 가운데, 일본 언론들은 “의외의 인물도 있다”며 노다 전 총리를 언급했다. 기시다 내각이 대연정을 할 가능성이 있고, 결국 노다 전 총리에게 손을 내밀 수 있다는 것이다.

일본의 한 지역 언론은 정치권 관계자의 입을 빌려 "기시다 내각에서 재정위기 등의 긴급 상황이 오면 자민당과 공명당이 입헌 민주당과 증세를 위한 대연정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는 경험이 있는 노다 전 총리가 직을 맡을 가능성도 있다. 실제로 재무성 관료 중에서는 노다 전 총리의 재등판론을 거론하는 사람도 있다"고 전했다.

노다 전 총리가 자민당과 입장을 같이하는 부분이 있다는 것도 재등판론을 뒷받침한다. 일본 매체 데일리신초는 노다 전 총리의 아버지가 자위대 출신이었던 만큼 방위비 증강 등의 부분에서 맥을 같이하는 부분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현재 내년 열릴 중의원 선거를 위해 다시 뛰고 있다. 최근에는 매일 출근 인사에서 그의 주장을 담은 전단을 3000부씩 준비해 함께 배부하고 있다. 37년째 지역구 전철역을 찾는 노다 전 총리는 "하루라도 (역 앞에) 서면 0.5mm라도 전진한다. 내 사정으로 쉬면 후퇴하고 만다"는 마음으로 길거리에 나선다고 한다. 그는 서일본신문에 "나는 '길거리의 노다'다. 이 간판을 내릴 생각이 없다"고 전했다.

전진영 기자 jintonic@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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