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또 1등 배우자에게 알리면 안 되겠네…이혼율 높아져

'재산권 마찰' 문제 때문 이혼율↑
미혼일 경우엔 결혼 가능성 커져
20년 간 88만8000명 조사·분석

복권 당첨 후 오히려 이혼율이 높아진다는 미국의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하지만 결혼 가능성은 더 커지는 것으로 분석됐다.

5일 한국은행 경제연구원의 최신 해외학술 정보에 따르면 미국 매사추세츠주 케임브리지에 소재한 전미경제연구소(NBER)는 최근 '재정자원이 주택소유, 결혼, 출산에 미치는 영향 : 주(州) 복권의 증거'라는 연구 보고서를 발표했다.

복권 당첨자들이 재산을 나누는 과정에서 마찰이 빚어지기 때문에 복권 당첨 이후 오히려 이혼율이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당첨자들이 외부적 변수 없이 커다란 소득을 얻으면 그렇지 않은 이들에 비해 삶이 어떻게 달라졌는지 경제학적으로 분석한 연구다. 연구진은 지난 2000~2019년 미국의 주(州) 복권을 구매해 최소 1000달러 이상 당첨된 25세에서 44세 사이 88만8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했다. 이를 토대로 복권에 당첨된 당해와 이후 5년간 결혼과 출산, 주택소유 증감률을 분석했다.

그 결과 복권에 당첨된 기혼자들의 이혼율이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저소득 기혼 여성의 경우 당첨 후 결혼을 유지할 확률은 당첨된 해에는 2.15%p나 줄었다. 이후 5년간 매해 결혼 유지율은 최대 3.74%p까지 감소했다.

중위소득 이상 여성들의 경우 당첨된 해와 이후 3년까지 감소율이 1%p로 미미한 수준이었다. 남성의 경우 복권 당첨이 결혼 유지 여부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은 것으로 분석됐다. 복권에 당첨된 남성들은 소득 여부와 관계없이 결혼 유지율이 당첨된 후 5년간 매해 -1%p~1%p 사이를 나타냈다.

이혼율이 높아진 이유로는 '재산권 마찰' 문제 때문으로 분석됐다. 주법상 이혼 시 재산 분할이 50대50인 주의 당첨자 이혼율은 반반으로 재산을 나눌 필요 없는 주에 비해 눈에 띄게 낮아서다.

연구진은 "(복권 당첨이라는) 재정적 차이는 결혼을 안정시킨다는 증거를 찾지 못했다"면서 "오히려 그 반대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미혼 당첨자들의 경우 혼인율이 높아졌다. 이 경우 당첨 1년 후에 10명 중 약 1명이 결혼하는데, 분석 결과 이 수치는 일반적인 상태에서 3년간 발생하는 결혼확률과 비슷한 수준이다. 특히 나이가 어릴수록 혼인율 상승의 효과가 더 크고 향후 결혼 지속성도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보라 기자 leebora114@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