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성추행으로 나락 갔다가…미친 연기력으로 '독재자' 된 배우
성추행 피의자 배우를 살리는 건 독재자 영화인가. 미국 배우 케빈 스페이시(63)가 크로아티아 초대 대통령 프란요 투즈만을 그린 영화에 주연으로 캐스팅됐다. 뉴욕타임스(NYT)는 지난 3일(현지시간) “발칸(반도) 지역의 독재자 영화에 대한 흥미를 끌어올리기 위한 처방으로 케빈 스페이시가 캐스팅됐다”며 시니컬한 반응을 보였다. 스페이시는 영화 ‘아메리칸 뷰티’와 ‘유주얼 서스펙트’부터 정치 드라마 ‘하우스 오브 카드’ 등으로 유명한 연기파 배우지만, 최근 몇 년간 성추행 의혹에 휩싸이며 할리우드에선 쫓겨나다시피 했다. 스페이시는 올해 6월 영국에서만 5건의 성폭행 혐의로 재판을 받을 예정인데 최근 7건의 혐의가 추가 됐다. 고소인 중엔 남성도 다수다.
나락으로 떨어진 스페이시는 그러나 최근 영화 일부 영화에 목소리 연기 기회를 잡는 등, 부활의 조짐을 보이는 중이다. 투즈만 전 대통령 역할로 주연을 맡는 것은 그의 본격 스크린 복귀가 될 전망이다.
투즈만이란 인물은 논쟁적이다. 1922년 생인 그는 크로아티아 분리 독립에 혁혁한 공을 세웠고, 91년 그 공로로 크로아티아 초대 대통령에 선출됐다. 크로아티아 국제공항의 이름도 그의 이름을 따서 ‘프란요 투즈만 공항’일 정도다. ‘크로아티아 건국의 아버지’로 추앙받던 그는 그러나 권좌에 오른 뒤 독재자의 길을 걷는다. 언론을 통제하고 야당을 탄압했고, 독재를 넘어 왕권에 가까운 권력을 휘두른다는 비판을 국내외에서 받았다. 가까스로 97년 재선에 성공하기는 했으나 권불십년. 이듬해 암으로 병사했다.
이런 투즈만을 다룬 영화의 제목은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크로아티아’(가제)이며, 90분에 달하는 장편이 될 전망이라고 NYT는 전했다. 영화 촬영과 제작은 상당부분 진행됐으며, 크로아티아에선 빠르면 2월에 개봉할 예정이다. 미국을 포함한 전 세계 개봉 역시 염두에 두고 있다고 NYT는 보도했다. 이 영화의 메가폰을 잡는 야코프 세들라(70) 감독은 크로아티아 매체와 인터뷰에서 “오늘날 젊은이들은 투즈만 전 대통령에 대해 너무 모른다”며 “나라의 독립엔 기여했으나 그 이후엔 분열을 조장하는 독재자가 된 그의 매력적이지 못한 현실을 그대로 그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 주인공으로 낙점된 이가 스페이시다.
스페이시의 성추행 혐의들에도 불구, 그의 연기력에 대한 수요는 여전한 편인 셈. 스페이시가 성우로 등장하는 영화 제목은 ‘컨트롤’로, 정치와 경찰 권력의 갈등과 충돌을 다룬 서스펜스 영화다. 이 영화의 감독인 진 팔라이즈는 미국 영화 전문 매체 버라이어티와 인터뷰에서 “누가 뭐래도 스페이시는 우리 시대 최고의 배우 중 하나”라며 “그의 사생활은 내가 전혀 모르고, 코멘할 수도 없고 중요한 건 뛰어난 연기를 하는 배우와 일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는 그의 혐의로 인한 피해자 및 시대의 흐름을 외면하는 일이기도 해서 씁쓸함을 남기고 있다고 NYT는 전했다.
스페이시는 ‘하우스 오브 카드’ 촬영 현장에서도 다수의 제작진 및 관계자들에게 성추행을 한 혐의를 받고 손해배상 청구 소송 등이 다수 제기된 상태다. 그가 축출된 이후 ‘하우스 오브 카드’는 그의 부인 클레어 역할을 맡았던 배우 로빈 라이트가 주연을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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