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찬호의 시선] 우리가 당당해야 중국이 다가온다
중국의 코로나19 공식 사망자가 두 자릿수에 불과하다고 한다. 중국의 상황이 심각하다는 것은 전 세계가 안다. 중국 정부 발표를 곧이곧대로 믿기 어려운 이유다. 당장 홍콩 성도일보가 중국 전역의 감염자가 8억명으로 추산된다고 보도했다. 중국인들이 국경을 넘어서까지 코로나 약품을 사재기하는 현상도 심상치 않다. 경기도 하남에서 여행용 가방에 600만원어치 약을 구입한 사람은 중국인이란 보도도 나왔다.
중국은 2019년부터 3년간 코로나 철통 방역 정책을 유지해오다가 이를 견디지 못한 중국인의 반정부 시위가 격화되자 ‘위드 코로나’로 180도 급변침했다. 코로나 확진자가 급증할 것은 불문가지인데, 중국 정부는 불투명한 통계로 자국 내 감염 상황을 가리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매사에 중국을 감싼다는 비난을 받아온 세계보건기구(WHO)조차 중국에 코로나 정보를 실시간으로 공유하라고 요구한 데서 문제의 심각성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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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로나 방역, 비밀경찰서 의혹 등
문정부 때 굴종적 대응 반복 안돼
의연한 외교만이 관계 정상화 길
」
이런 마당에 중국은 오는 8일부터 중국인의 해외여행을 허용해 세계 각국에 비상이 걸렸다. 이탈리아 보건당국이 중국에서 들어온 항공기 2편을 전수 조사한 결과 38%와 52%의 양성률을 보였으니 지구촌에 중국인 경계령이 발동되지 않을 수 없다. 일본은 중국발 입국자에 코로나 검사를 의무화했고, 인도·대만·이탈리아 등도 검사 강화에 나섰다. 미국은 중국발 입국자에 코로나 음성확인서를 받겠다고 했다.
우리 정부도 중국발 입국자에 대해 체온 기준을 37.3도로 낮췄고, 확진된 중국 입국자는 변이 감염 여부를 확인하는 등 고강도 방역 조치를 시작했다. 국내 코로나 신규 확진자 수가 하루 6만~8만명을 오가는 마당에 당연한 조치다.
문재인 정부 때 우리의 대중(對中) 코로나 방역은 너무나 허술했다. 2020년 코로나 사태가 터지자 중국은 한국인 입국을 금지했다. 한국 교민 집에 붉은색 딱지를 붙이고 사실상 감금한 사례도 있었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는 이런 조치가 중국 중앙정부 아닌 지방정부의 자체 결정이란 베이징의 해명을 그대로 옮기며 중국 편을 들었다. 게다가 전문가들은 물론 정부 내 방역 당국조차 필요성을 인정한 ‘중국발 입국 제한’도 거부했다. “시진핑 중국 주석의 방한을 끌어내기 위해 코로나 방역을 팽개쳤다”는 비난이 폭증했지만 아랑곳없었다.
“중국의 비밀경찰서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 서울 잠실의 대형 중식당이 지난 5년 내내 방첩 당국의 조사 한번 받지 않고 당당하게 ‘영업’해온 것도 문 정부의 굴종적인 대중 자세와 무관치 않을 것이다. 만일 중국이 한국 몰래 비밀경찰서를 운영했다면 심각한 주권 침해다. 중국 정부는 “일종의 영사 콜센터”라고 주장한다는데, 외교 공관 아닌 곳에서 영사 업무를 하는 건 명백한 국제법 위반이다. 논란이 제기되자 랴오닝 성 출신 만주족 대표는 기자회견을 열고 의혹을 부인했다. 그런데 “(국내서) 숨지거나 다친 중국인이 귀국할 수 있게 지원하는 단체”라며 한국 내 중국인의 본국 송환에 역할을 한 것 자체는 인정해 의혹을 키웠다. 정부는 이 식당의 정체를 명확히 파악해 응분의 조치를 해야 한다.
다행히 현 정부가 중국에 대한 코로나 방역을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게 시행하는 등 ‘주권국가다운 외교’에 시동을 걸면서 한·중관계가 정상화할 단초가 보인다. 중국은 최근 중국 OTT에 한국 드라마나 영화 방영을 허용했다. 중국 눈치를 보며 끌려갔던 문재인 정부 대신 미국과 가까운 성향의 윤석열 정부가 들어섰는데도 베이징은 서울에 유화적인 제스처를 취하고 있는 형국이다. 미국과의 갈등이 버거운데 주변국 중에 자기 편을 들어줄 나라가 드물다 보니 한국과 잘 지내고 싶어 ‘한한령(限韓令·한류 금지령)’ 해제 등 매력 공세를 개시했다는 분석이 많다. 하지만 이럴수록 우리는 냉철하게 대응해야 한다.
베이징은 지난해 11월 발리에서 열린 주요 20개국 (G20) 정상회의를 계기로 서울에 “한·중 정상회담을 하자”고 했다. 그러나 서울은 답을 해주지 않다가 윤석열 대통령의 동남아 순방 마지막 날인 11월 25일 직전 동의해줬다. 중국은 반색하면서 회담 사실을 즉각 발표해 달라고 졸랐으나 서울은 버티다가 회담 10시간 전에야 발표했다.
중국으로선 달라진 한국을 확실히 체감하는 계기가 됐을 것이다. 서로 호혜 평등을 지킬 때 사이가 좋아지는 건 사람 간이나 국가 간이나 똑같다. 중국이 우리를 존중하면 우리도 그들을 존중하되, 오만하게 굴면 단호하게 대응하는 것만이 한·중 관계를 정상화하는 길이다.
강찬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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