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승우의 미래의학] 코로나19가 만든 스마트 병원

2023. 1. 5. 0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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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승우 성균관 의대 교수·삼성서울병원 원장

2023년 새해가 밝았지만 코로나19 팬데믹이 4년째 지속되고 있다. 1980년 5월, 세계보건기구(WHO)는 오랜 세월 수많은 인명을 앗아갔던 천연두의 완전 박멸을 선언한 바 있다. 당시 미래학자들은 이 같은 추세라면 21세기에는 대규모 감염 질환은 사라진다는 밝은 미래를 예견했었다. 하지만 21세기들어 신종 감염병이 계속 등장하면서 장미빛 미래 대신 많은 과제를 안겨주고 있다.

하지만 이 역경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의료계의 스마트 첨단 병원으로의 변신이 촉진되었다는 긍정적인 자세도 가졌으면 한다. 의학이 지속 발전하여 인류 평균 수명이 크게 늘어난 이 시대에 어째서 신종 감염병이 더 자주 발생하는지 이해하기 어려울 수 있다.

신종 감염병은 동물을 숙주로 삼던 바이러스가 우연히 인간의 몸에 적응해 발현되기에 발생 자체를 근본적으로 막을 수 없다. 게다가 최근 세계 인구가 80억명을 넘어서면서 100년만에 네 배로 급증했고, 교통 발전과 물류 증가에 따라 활동 범위 확대로 동물과의 접촉 역시 늘어났다. 그러다보니 새로운 바이러스가 인체에 침투할 확률이 계속 증가하는 건 당연한 현상일 수 밖에 없다.

「 근절되지 않는 대규모 감염 질환
의학 발달로 인명피해 크게 줄어
의료 현장 변화의 촉매제 역할도
이번 도전이 도약의 전환점 되길

일러스트= 김지윤 기자 kim.jeeyoon@joongang.co.kr

그나마 위안할 수 있는 것은 의학 및 유전학의 발달로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메르스·코로나19 모두 코로나 바이러스의 변형임을 신속히 밝혀내고, 과거에는 수년 이상 걸리던 백신 개발이 몇달새 완료돼 글로벌 대응이 신속히 전개됐다는 점이다. 중세 흑사병이나 20세기초 스페인 독감에 비해 사망율이 크게 줄어들었다는 사실에서 의학 발전을 체감할 수 있다.

코로나19는 의료 현장의 변화도 가속화하고 있다. 진료면에서는 점진적으로 진행되던 비대면 자동화 진료 프로세스가 빠르게 정착되고 있다. 원무 창구를 거치지 않고 스마트폰으로 안내를 받아 바로 입원할 수 있으며, 비용 지불 역시 신용카드를 미리 등록해 창구 수납 없이 바로 귀가하는 시스템이 확산되고 있다. 인공지능과 첨단기술이 접목된 로봇 및 웨어러블 치료기기 역시 빠르게 도입돼 요긴하게 활용되고 있다. 병원 문화 면에서도 으레 찾아오던 친척·친구들의 병문안이 사라지면서 환자가 입원 중 편히 쉴 수 있는 시간을 갖게 되고, 노인들도 QR 코드에 익숙해지는 등 많은 부분에서 예전과 달라졌다.

조만간 코로나19 팬데믹이 종식되더라도 스마트 첨단 병원으로의 변화는 지속될 것이기에 과거와는 다른 의료 환경이 도래할 것이다. 다만, 감염병 대응으로 촉발된 의료계의 빠른 변화와 별개로 인간의 마음은 옛날과 크게 달라지지 않아 매번 사회적 혼란을 겪고 있는 현실은 안타까울 뿐이다. 대규모 감염병이 닥치면 대부분의 사람은 세 단계의 감정 변화를 겪게 된다고 한다. 처음에는 “혹시 내가 걸리지 않을까”하는 극도의 불안감, 다음엔 타인에 대한 혐오감과 감염자 배척, 마지막으로 희생양을 찾아 책임을 전가하려는 양상 등이다.

과거 유럽에서 유대인 배척이 본격화된 것도 흑사병 대응 과정에서 비롯됐다고 한다. 흑사병이 창궐하기 시작한 1516년, 베네치아가 이방인 거주 제한 시행령을 시작하자 유럽 각국이 이를 따라서 유대인 게토 구역을 지정했다. 이 정책은 흑사병이 사라진 뒤에도 400여년간 지속되면서 자연스레 전 사회가 유대인 차별을 당연하게 생각하게 됐다. 이는 제2차 세계대전 때 유대인 대학살이라는 엄청난 비극으로 이어졌다. 이처럼 감염병에 대한 막연한 공포와 오해가 얼마나 큰 사회적 폐해로 작용하는지 역사가 증명해주고 있다.

신종 감염병의 퇴치는 의학계만의 과제가 아니다. 이미 우리가 경험한 것처럼 사회적 합의와 공감대 형성 여부가 국가 단위 방역의 성패를 좌우한다. 이런 합의와 공감대는 전 세계적으로 정치·경제 분야에서도 막대한 변화를 초래하고 있다.

이번 코로나19 팬데믹이 종료되더라도 언젠가 새로운 글로벌 팬데믹이 찾아 올 것은 자명하다. 그 발생 초기에 또다시 사회적 혼란이 벌어지지 않을까 우려된다. 신종 감염병에 대한 모범 답안은 없다. 각 상황마다 최선의 해결책을 같이 찾아야 하는 것이 인류의 과제임을 이해했으면 한다.

그동안 인류는 수많은 도전을 맞아 이를 극복하면서 한 단계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 왔다. 우리 생애에 가장 오래 계속된 이번 팬데믹은 우리 삶에 막대한 변화를 초래했다. 그러나 이 변화가 먼 훗날 역사서에는 인류의 새로운 도약을 촉진한 극적 전환점으로 기록되기를 기원해본다.

박승우 성균관 의대 교수·삼성서울병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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