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을 열며] 중국의 실패도 바람직하지 않다
요즘 중국 관련 뉴스의 포털 댓글창에는 종종 혐오를 넘어 증오가 넘실댄다. 코로나19 확산세가 국경 넘어 우리에게 악영향을 줄까 하는 걱정이야 이해되지만 “이 김에 중국 인구가 확 줄었으면 한다”는 악담까진 너무하다. 실제로 미국 매체 디플로맷이 최근 전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중국을 ‘부정적’, 또는 ‘매우 부정적’으로 인식한다는 한국인 비율은 81%나 된다. 조사 대상 56개국 가운데 2위 스위스(72%)나 3위 일본(69%)을 크게 따돌리는 1위다. 지난 2015년 미국 여론조사기관 퓨리서치의 비슷한 조사 당시(37%)보다 두배 이상 늘었다.
디플로맷은 한국인의 혐중 정서가 일차적으로 미세먼지 탓으로 분석했다. 코로나19 봉쇄로 주춤하긴 했어도 지난 몇 년간 중국발 대기오염이 큰 이슈였던 건 맞다. 그러나 한국인이 중국 하면 떠올리는 단어들에 더 많은 진실이 있어 보인다. 응답자들은 ‘코로나19’를 가장 많이 답했고 ‘역사 왜곡’ ‘더러움’ ‘가짜’ 등을 꼽았다고 한다. ‘사드’ ‘한한령’ 등도 떠오른다. 대부분 국가에선 ‘중국의 군사력’을 부정적으로 인식했다. 중국의 대만 위협 및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 등은 올해 우크라이나 전쟁 외에 주목해야 할 국제 분쟁 이슈 중 첫손에 꼽힌다. ‘메이드 인 차이나’ 제품을 바탕으로 몸집을 키운 중국이 이젠 자유로운 세계 질서에 위협이 되고 있다는 불안감이다.
“우리는 중국이 실패하기를 바라는가?” 영국 파이낸셜타임스의 수석 외교 칼럼니스트 기드온 라흐만이 지난 2일 던진 도발적 질문이다. 서구 정책 세미나에서 올해 예상되는 위험 중에 ‘중국 성장의 급격한 둔화’를 논의하다 나온 물음이라고 했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연일 제재 칼을 갈고, 일본이 중국 겨냥 안보예산을 대폭 늘리는 이면에서 중국 경제를 염려하는 모순을 지적했다. 중국에 대한 경계가 부쩍 높아진 유럽도 서구 백신을 제공하지 못해 안달인 상황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잘못된 질문이 잘못된 답을 이끈다고 했던가. 라흐만은 제대로 된 질문은 중국의 성공이냐 실패냐가 아니라 “우리가 중국의 지속적인 부상을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라고 제안한다. 지금 필요한 건 더 부유하고 강력해질 중국이 공격적인 정책을 추구하는 것을 덜 매력적으로 만드는 세계 질서라면서다. 하기야 남의 나라 14억 인구를 더 가난하게 만들겠다는 정책 목표는 가능하지도 않고 도덕적으로 바람직하지도 않다. 한국도 방역 관리를 엄중히 하되 잊진 말자. 중국은 2003년 이래 20년간 한국의 수출대상국 1위다. 대안의 질서 추구를 논할 때 밑도 끝도 없는 혐중·반중으론 어림없다.
강혜란 국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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