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수대] 펠레의 마지막 메시지
“성공은 몇 번 이겼는지 여부로 정해지지 않는다. 그보다 패배한 그다음 주에 어떻게 플레이하느냐가 중요하다.”
‘명언 제조기’로도 이름난 축구 황제 펠레가 지난달 29일 82세로 세상을 떠났다. 일주일이 지났지만 전 세계 축구 팬들의 추모 열기는 식을 줄 모른다. 지난 4일 고향인 브라질 항구도시 산투스의 빌라 베우미루 스타디움에서 열린 추모 행사에는 룰라 브라질 대통령, 잔니 인판티노 국제축구연맹(FIFA) 회장을 비롯해 23만 명이 다녀갔다. 외신들은 “펠레의 마지막을 지켜보기 위한 추모객 행렬이 새벽부터 심야까지 2~3㎞ 가까이 늘어섰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브라질 전역이 펠레의 얼굴과 이름, 현역 시절 등번호 숫자 10을 담은 사진과 그림, 플래카드 등으로 가득 찼다.
개인 통산 1283골. 월드컵 통산 최다 우승(3회).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선정 20세기 최고의 운동선수(1999). FIFA 선정 20세기 최고의 축구선수(2000). 그가 남긴 발자취는 더없이 화려하지만, 기록과 수상 이력만으로 펠레의 생애를 설명할 순 없다. 그는 무엇보다 축구 문화를 바꿨다. ‘슈팅의 꽃’ 오버헤드킥을 처음 시도한 것도, 등번호 10번에 에이스의 권위를 부여한 것도 그가 최초다. 상대 수비수의 집중 견제를 받아 그라운드에 나뒹구는 펠레를 보호하기 위해 축구 경기에 옐로카드와 레드카드가 도입됐다.
그는 그라운드 밖에선 평화의 전도사였다. 국제 분쟁지역을 찾아다니며 “죽음의 싸움을 멈춰 달라”고 호소했고, 축구계 부패 권력과 맞서 싸웠다. 유엔 환경 친선대사, 유네스코 친선대사 등도 맡았다.
이른바 ‘펠레의 저주’로 이미지가 일부 희화화됐지만 그가 남긴 말들이 깊은 여운을 주는 이유는 남들보다 먼저 시도한 창의성과 도전정신 때문이다. “열정이 전부다. 그것은 늘 기타줄처럼 팽팽하게 진동해야 한다” “승리에 이르는 단 하나의 방법은 팀으로 맞서 싸우는 것이다. 축구는 한두 명, 또는 세 명의 스타 플레이어가 만드는 스포츠가 아니다” 같은 말은 그의 삶과 정확히 일치한다.
펠레는 “사랑하고, 사랑하고, 또 사랑하라. 영원히”라는 유언을 남겼다. 축구로 지구촌을 평정하고, 세상을 좀 더 밝은 곳으로 만들려고 노력한 영웅이 전하는 마지막 메시지다.
송지훈 스포츠부 차장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60대 최민식 확 젊어졌다…얼굴·목소리 싹 30대로 바꾼 마법 | 중앙일보
- 출시 20년만에 왕좌 올랐다…그랜저 꺾은 국내 판매 1위 차는 | 중앙일보
- "벌써 305명 속았다"…god 박준형, '짝퉁 계정'에 분노 폭발 | 중앙일보
- "옷 벗어보세요, 살 뺄거죠?" 여승무원 '속옷 면접' 본 항공사 | 중앙일보
- 역대급 '70억 로또' 터졌다…외면 받았던 뚝섬 아파트의 반전 [안장원의 부동산 노트] | 중앙일보
- '미국 1위' 수학 천재소녀의 잘못된 연애…'40조 사기' 공범된 사연 | 중앙일보
- "살인해서 죄송합니다" 얼굴 꽁꽁 숨기고 나타난 이기영 | 중앙일보
- 1000만개 팔린 닭가슴살 소시지..."탄수화물 8배" 충격 폭로 | 중앙일보
- 올리비아 핫세 "15세때 성착취"…'로미오와 줄리엣' 영화사 고소 | 중앙일보
- "키 작은 게 축복…키 큰 건 한물갔다" 미 베스트셀러 근거 보니 | 중앙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