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수대] 펠레의 마지막 메시지

송지훈 2023. 1. 5. 00:38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송지훈 스포츠부 차장

“성공은 몇 번 이겼는지 여부로 정해지지 않는다. 그보다 패배한 그다음 주에 어떻게 플레이하느냐가 중요하다.”

‘명언 제조기’로도 이름난 축구 황제 펠레가 지난달 29일 82세로 세상을 떠났다. 일주일이 지났지만 전 세계 축구 팬들의 추모 열기는 식을 줄 모른다. 지난 4일 고향인 브라질 항구도시 산투스의 빌라 베우미루 스타디움에서 열린 추모 행사에는 룰라 브라질 대통령, 잔니 인판티노 국제축구연맹(FIFA) 회장을 비롯해 23만 명이 다녀갔다. 외신들은 “펠레의 마지막을 지켜보기 위한 추모객 행렬이 새벽부터 심야까지 2~3㎞ 가까이 늘어섰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브라질 전역이 펠레의 얼굴과 이름, 현역 시절 등번호 숫자 10을 담은 사진과 그림, 플래카드 등으로 가득 찼다.

개인 통산 1283골. 월드컵 통산 최다 우승(3회).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선정 20세기 최고의 운동선수(1999). FIFA 선정 20세기 최고의 축구선수(2000). 그가 남긴 발자취는 더없이 화려하지만, 기록과 수상 이력만으로 펠레의 생애를 설명할 순 없다. 그는 무엇보다 축구 문화를 바꿨다. ‘슈팅의 꽃’ 오버헤드킥을 처음 시도한 것도, 등번호 10번에 에이스의 권위를 부여한 것도 그가 최초다. 상대 수비수의 집중 견제를 받아 그라운드에 나뒹구는 펠레를 보호하기 위해 축구 경기에 옐로카드와 레드카드가 도입됐다.

그는 그라운드 밖에선 평화의 전도사였다. 국제 분쟁지역을 찾아다니며 “죽음의 싸움을 멈춰 달라”고 호소했고, 축구계 부패 권력과 맞서 싸웠다. 유엔 환경 친선대사, 유네스코 친선대사 등도 맡았다.

이른바 ‘펠레의 저주’로 이미지가 일부 희화화됐지만 그가 남긴 말들이 깊은 여운을 주는 이유는 남들보다 먼저 시도한 창의성과 도전정신 때문이다. “열정이 전부다. 그것은 늘 기타줄처럼 팽팽하게 진동해야 한다” “승리에 이르는 단 하나의 방법은 팀으로 맞서 싸우는 것이다. 축구는 한두 명, 또는 세 명의 스타 플레이어가 만드는 스포츠가 아니다” 같은 말은 그의 삶과 정확히 일치한다.

펠레는 “사랑하고, 사랑하고, 또 사랑하라. 영원히”라는 유언을 남겼다. 축구로 지구촌을 평정하고, 세상을 좀 더 밝은 곳으로 만들려고 노력한 영웅이 전하는 마지막 메시지다.

송지훈 스포츠부 차장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