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항서·김판곤·신태용…‘동남아 월드컵’ 사령탑 한국지
‘덕장’ 박항서(64)감독이 이끄는 베트남과 ‘지장’ 신태용(53)감독이 지도하는 인도네시아가 맞붙으면 누가 이길까. 아니면 ‘용장’ 김판곤(54) 감독이 지도하는 말레이시아가 우승을 차지할 수 있을까.
아세안축구연맹(AFF) 챔피언십(미쓰비시컵)에서 한국인 지도자 삼국지가 벌어진다. 박항서(베트남), 신태용(인도네시아), 김판곤(말레이시아) 감독의 지략대결이 볼만 하게 됐다.
베트남은 3일 베트남 하노이 미딘국립경기장에서 열린 조별리그 B조 4차전 홈경기에서 미얀마를 3-0으로 물리쳤다. 이날 승리로 베트남(승점 10·3승1무)이 조 1위로 조별리그를 통과하면서 A조 2위 인도네시아와 맞붙게 됐다. 베트남과 인도네시아는 6일 오후 9시 30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의 겔로라 붕 카르노 스타디움에서 미쓰비시컵 준결승 1차전을 치른다. 이어 9일 오후 9시 30분 베트남 하노이의 미딘국립경기장으로 장소를 옮겨 2차전을 갖는다.
2년마다 열리는 미쓰비시컵은 ‘동남아시아 월드컵’으로 불리는 이 지역 최고 권위의 대회다. 지난 대회까지 스즈키컵으로 불렸지만, 올해부터 후원사가 바뀌었다. 이번 대회엔 10팀이 출전해 5팀씩 A·B조로 나뉘어 조별리그를 치렀다. 각 조 1, 2위 팀이 홈 앤드 어웨이 방식으로 4강전을 벌인다.
박항서 감독에겐 이번 대회가 베트남 대표팀을 이끌고 출전하는 마지막 무대다. 오는 31일 계약이 만료되는 박 감독은 베트남과 계약을 연장하지 않기로 했다. 2002 한·일월드컵 당시 한국 대표팀 수석코치로 4강 신화에 힘을 보탰던 박 감독은 2017년부터 베트남을 이끌면서 수많은 기록을 세웠다. 그는 2018년 베트남을 10년 만에 미쓰비시컵(당시 스즈키컵) 정상에 올려놓았고, 2019년 동남아시안게임(SEA)에서 또 한 번 우승을 차지하며 ‘박항서 열풍’을 일으켰다. 동남아에 한국 감독 열풍이 분 것도 이때부터다.
이번 대회에서 유종의 미를 거두길 바라는 박 감독은 “신태용 감독이 인도네시아 축구 수준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킨 것은 사실이지만, 그래도 우리가 이길 수 있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2018 러시아월드컵에서 한국 대표팀을 이끌었던 신태용 감독은 2020년 인도네시아 대표팀을 맡았다. 그리고는 지난해 열린 2020 미쓰비시컵(당시 스즈키컵)에서 인도네시아를 준우승으로 이끌었다.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인도네시아는 예전보다 압박은 더 강해졌고, 공격은 더 빨라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신 감독은 이번 대회에서 인도네시아 감독으로서 첫 우승 트로피를 들겠다는 각오다. 신 감독은 “(베트남전) 준비를 잘하겠다. 홈팬들을 실망하게 할 순 없다”고 강조했다.
또 한 명의 한국인 지도자 김판곤 감독이 이끄는 말레이시아는 이 대회 최다(6회) 우승팀인 태국과 만난다. 7일 홈 1차전, 10일 원정 2차전을 치른다. 말레이시아는 2010년 대회 이후 13년 만의 우승을, 태국은 대회 2연패에 도전한다. 김판곤 감독은 지난해 1월 말레이시아 대표팀을 맡았다. 아시안컵 3차 예선에서 2승 1패(승점 6)로 조 2위를 기록, 본선행을 확정 지었다. 말레이시아가 아시안컵에 자력으로 진출한 건 43년 만이었다. 김 감독은 대한축구협회 부회장, 국가대표 감독 선임위원회 초대 위원장을 맡아 파울루 벤투 감독의 한국 대표팀 선임에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말레이시아가 태국을 이기면 결승전에서도 한국인 지도자가 대결을 펼치게 된다. 김 감독은 “우리 선수들은 엄청난 잠재력이 있다. 4강전에서도 최선을 다해서 반드시 결승에 오르겠다”고 말했다.
피주영 기자 akapj@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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