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허수아비" 이태원 청문회 지켜보다 분통 터뜨린 유족들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 청문회를 지켜보던 유족들이 증인들의 답변에 "다 허수아비", "몰랐다는 게 자랑이냐"고 고함치며 분통을 터뜨렸다.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1차 청문회가 열렸다. 청문회에는 윤희근 경찰청장, 김광호 서울경찰청장,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 최태영 서울소방재난본부장, 최성범 용산소방서장 등이 증인으로 자리했다. 유족 측에서는 이종철 유가족협의회 대표 등 10여 명이 참관했다.
이날 여야는 참사 당일 이태원 현장에 인파가 몰리고 있다는 신고가 집중됐는데도 신속한 대응이 이뤄지지 않은 점 등 경찰의 허술한 대응을 질타했다.
전주혜 국민의힘 의원은 "국정조사로 확인한 것은 다중 인파 예측 실패, 신속한 보고 시스템 부족, 현장의 체계적인 구조 부족 등"이라며 "여러분의 잘못이 있지만 단 한 명을 꼽으라면 당시 용산경찰서장인 이임재 증인"이라고 했다.
같은 당 조수진 의원도 이 전 서장에게 "현장 상황을 보고 받았는데도 도보로 10분을 걸릴 거리를 차로 1시간 걸려서 이동한 점 등이 의문"이라며 "이 사이에 제대로 조치가 없어서 대규모 피해가 난 것"이라고 지적했다.
참사 당일 오후 10시 30분쯤 송병주 전 용산경찰서 상황실장과 통화한 이 전 서장이 정작 청문회에서는 오후 11시쯤 참사 발생 사실을 알았다고 한 답변에는 여야 가리지 않고 비난이 쏟아졌다.
권칠승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때 아비규환이었는데 관할 경찰서장이 모른다는 것은 전쟁이 났는데 군인들이 잠자고 있었던 거나 똑같은 것"이라며 "그 말을 국민께 믿으라고 하는 건가"라고 비판했다.
이에 이 전 서장은 "그날 제가 전화도 해 보고 무전도 하고 상황실에 확인도 해봤지만 경찰이 전체적으로 상황 파악이 제대로 안 되는 불행한 날이었다"며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야당은 경찰이 인파가 몰리는 상황에 대비하지 않고 마약 수사 등에 역량을 집중해 제대로 된 대응을 못 했다는 의혹도 집중적으로 제기했다. 또 용산경찰서가 대통령실 인근 집회·시위 관리에만 치중해 대응이 미비했다고 주장했다.
천준호 민주당 의원은 최을천 용산경찰서 형사과장을 상대로 "참사 당일 증인을 포함해 50여 명의 형사가 이태원 일대에서 마약류 범죄 단속 예방을 위한 특별 형사활동을 벌였다"며 "시민의 안전을 우선하지 않은 것"이라고 했다.
이해식 같은 당 의원도 "용산서가 대통령실만 바라보고, 집회·시위만 경비하는 곳으로 바뀌었다"며 "어떻게 참사와 관련이 없느냐"고 물었다.
이에 윤희근 경찰청장은 "이번 참사를 대통령실 이전과 직접적 연관이 있다고 하는 데 대해서는 선뜻 동의하기 어렵다"고 반박했다.
윤 청장은 참사 당일 술을 마셨다는 의혹에 대해선 "주말 저녁이면 저도 음주할 수 있다"며 "그것까지 밝혀드려야 되나. 음주했다고 말씀드렸다"고 했다.
대답을 지켜보던 유가족협의회 이 대표는 윤 청장에게 다가가 "몰랐다는 게 그게 말이 되느냐"고 따져 물었다. 이 대표는 "저희는 이 청문회를 보는 것 자체로 힘이 든다"며 "그런데 거기서 다 모르겠다고 하니까"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윤 청장은 이날 "집회·시위 여하와 관계없이 위험성이 있다고 생각했으면 기동대를 배치할 수 있었다"며 "그러나 예측을 못한 게 가장 아쉬운 부분"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유족들에게 "국민 안전을 책임지는 경찰 조직의 수장으로서 입이 열 개라도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송구스럽고 죄송하다"며 고개 숙였다.
정혜정 기자 jeong.hye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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