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육미’ 바위 거인, 새해 기개를 떨치다
언제나 보는 태양이지만 아침에 솟아오르는 해를 보면 부쩍 힘이 솟는다. 무언가를 강력하게 밀어붙이는 에너지가 충만해 역동적이고 희망적이다. 새해가 되면 해돋이를 볼 수 있는 전국의 바다와 산이 인파로 북적이는 이유다. 떠오르는 해를 보면서 올 한 해 새로운 각오를 다진다.
태백산맥에서 나누어진 소백산맥의 한 줄기는 한반도 서남쪽에서 잦아들다 나주평야 가운데서 우뚝 솟아올라 급경사 바위산을 만든다. 기암괴석의 전시장이라고 불리는 ‘호남의 금강’ 월출산이다. 바위 봉우리들이 새처럼 하늘로 높이 날아오르는 듯하다.
월출산은 단일 산으로 높이 솟아 있어 정상에 서면 사방이 탁 트여 빼어난 전망을 자랑한다. 서해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일몰이 장관이지만 일출 풍경도 못지않게 멋지다.
월출산은 해발 810.7m로 아주 높은 것은 아니지만 산 생김새가 매우 크고 수려하다. 기암괴석들 사이로 탐방로 6개가 조성돼 있다. 대표적인 게 월출산의 명물인 구름다리를 건너는 코스이다. 종주 코스는 동북쪽 천황사 탐방안내소와 서남쪽 도갑사를 잇는다. 긴 구간을 지나 반대편으로 가거나 갔던 길을 되돌아오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경포대지구 코스는 환종주 원점회귀가 가능하다. 물줄기 모습이 무명베를 길게 늘어놓은 것처럼 우아하다고 해 금릉경포대(金陵鏡布臺)라는 이름을 붙였다. 금릉은 강진의 옛 이름이다. 강원도 강릉의 경포대(鏡浦臺)와는 한자가 다르다.
구정봉에 올랐다가 능선을 따라 천황봉을 거쳐 하산하거나 그 반대로 여정을 잡아도 된다. 경포대 코스를 오르다 갈림길에서 오른쪽 천황봉 코스를 남겨두고 왼쪽 구정봉으로 향한다. 다른 코스보다 완만해 다소 쉽게 오를 수 있다.
바람재 삼거리에 올라서면 한국판 큰 바위 얼굴을 만난다. 투구를 쓴 장군의 모습이기도 해 장군바위라고도 불린다. 높이 101m의 거대하고 길쭉한 바위 면에 머리와 이마, 눈, 코, 입, 턱수염 등 사람 얼굴 윤곽이 완연하다. 미국 뉴햄프셔 화이트마운틴의 ‘큰 바위 얼굴’보다 7.8배나 크다.
큰 바위 얼굴 정수리가 ‘월출산 전망대’ 구정봉(九井峯·738m)이다. 비좁은 바위틈 통로를 지나 봉우리 정상에 서면 거대한 바위에 작은 웅덩이 9개가 있다. 매끈했던 바위의 미세한 홈에 습기가 어려 돌 성분을 녹이고, 물이 얼어 팽창하면서 둥그런 돌 웅덩이가 생긴 것이다. 아홉 마리 용이 깃들어 있다는 속설도 있다. 파인 웅덩이에는 항상 물이 고여 있다고 한다.
이곳에서 천황봉 방향으로 보면 기암괴석의 향연이 펼쳐진다. 바위 거인들이 한꺼번에 나와 힘껏 근육미를 과시하는 듯하다. 이른 새벽 천황봉 오른쪽으로 해가 떠오르면 어둠 속에 숨어있던 ‘수석 전시장’의 속살이 서서히 드러나며 장엄한 풍경을 내놓는다.
구정봉 아래에는 베틀굴이 있다. 임진왜란 때 여인들이 난을 피해 이곳에서 베를 짰다는 전설에서 유래된 이름이다. 점점 좁아지는 굴 안에 물이 고여 있는 조그마한 웅덩이가 있다. 굴의 모양이 요상하다. 바람재를 지나 만나는 남근바위와 음양의 조화를 이루며 월출산의 명소가 됐다.
다시 바람재를 지나 우람한 천황봉으로 향한다. 남근바위와 돼지바위를 비롯해 갖가지 형상의 바위가 수석전시장이나 다름없다. 이곳 남근바위는 독특하다. 흙 한 톨 없는 바위 꼭대기에 산철쭉이 자란다. 해마다 연분홍꽃을 피웠던 산철쭉은 몇년 전 고사했다. ‘풀 죽은’ 남근에 대해 안타까운 목소리가 나오자 월출산국립공원사무소는 인근 산철쭉을 채취해 복원했다.
정상 직전 가파른 돌길을 오르면 천황봉이다. 지나쳤던 바위경관이 발밑에 깔리고, 그 아래에 펼쳐진 영암벌판과 유장하게 흐르는 영산강, 멀리 다도해 바다까지 산의 수직과 땅의 수평과 바다의 수면이 장관을 펼쳐놓는다. 반대쪽에는 장군봉, 6형제봉, 광암터, 사자봉 등 새로운 바위제국이 파노라마로 펼쳐진다.
천황봉 아래 통천문을 지나면 왼쪽으로 산성대(山城臺)와 바람폭포로 가는 길과 오른쪽으로 사자봉을 내려서서 구름다리로 가는 길이 있다. 사자봉 쪽으로 가다보면 오른쪽 경포대로 내려서는 길을 만난다.
월출산 종주 코스 6시간 이상 소요
영암 독천 일대 세발낙지 요리 식당
월출산 등산 코스는 여럿이다. 수도권 등의 당일치기 산행객들은 천황사 주차장에서 출발해 구름다리~천황봉~바람폭포를 돌아 주차장으로 내려오는 순환 코스를 선호한다. 6.7㎞에 4~5시간은 족히 걸린다. 종주 코스는 천황사 주차장~구름다리~천황봉~구정봉~억새밭~도갑사 9㎞ 정도로 6시간 이상 소요된다.
경포대 코스 들머리는 전남 강진군 성전면에 있다. 입장료도 주차비도 무료다. 경포대 주차장~경포대삼거리~바람재삼거리~구정봉~천황봉~경포대능선 삼거리~경포대 주차장 원점회귀 코스는 7㎞ 가량으로 5시간 가까이 걸린다. 경포대 초입에 야영장이 조성돼 있다. 입구에서 수백m 걸어 올라야 한다. 대신 한적하게 캠핑을 즐길 수 있다. 산행을 마치고 강진으로 내려왔다면 월출산 설록다원에도 들러보자. 겨울철 푸른 융단을 바라보며 녹차를 마실 수 있다. 인근에 호남 3대 정원 '백운동 원림'도 있다.
영암에는 세발낙지로 요리하는 연포탕, 갈낙탕이 유명하다. 간척 이전에는 포구였던 학산면 독천리 일대에 낙지요리를 내는 식당이 모여 있다. 한석봉의 어머니가 떡을 팔던 곳이라는 독천시장 내 식당에서 낙지구이 등을 맛볼 수 있다.
영암·강진=글·사진 남호철 여행선임기자 hcna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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