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집 사도 되나…부동산 전문가 30인에게 묻다
대세 하락론 속 ‘강남부터 반등’ 전망도
# 경기도 성남 분당신도시에 사는 무주택자 최 모 씨는 틈만 나면 서울 송파구 대단지 헬리오시티 시세를 들여다본다. 전용 84㎡ 급매물 가격이 2019년 초반 시세인 15억원대까지 떨어진 상황이라 이참에 헬리오시티를 살까 고민 중이다. 최 씨는 “부동산 경기가 최악이지만 집값이 또다시 반등하면 강남권 입성 기회를 영영 놓치지 않을까 싶다. 대출 부담이 크지만 어떻게든 자금을 끌어모아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추운 날씨만큼이나 부동산 시장이 꽁꽁 얼어붙었다. 자고 나면 수억원씩 떨어진 실거래 사례가 나타날 정도로 한파가 불어닥쳤다.
한국부동산원의 전국주택가격동향 조사에 따르면 2022년 전국 아파트값은 1~11월 기준 4.79% 하락했다. 부동산원이 조사를 시작한 2003년 12월 이후 가장 큰 폭의 하락세다. KB국민은행 조사를 봐도 2022년 12월 한 달간 전국 아파트 매매 가격은 전월 대비 1.52% 하락했다. IMF 외환위기 충격이 반영된 1998년 5월(-3.03%) 이후 24년 7개월 만에 최대 낙폭이다.
대형 평형 신고가…부유층 수요 몰릴 듯
매매수급지수도 최악으로 치달았다. 한국부동산원 자료를 보면 2022년 12월 셋째 주(19일 기준) 전국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는 71로 전주(72.1) 대비 1.1포인트 하락했다. 2012년 7월 부동산원이 수급지수를 조사하기 시작한 이래 가장 낮은 수치다. 서울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는 64로 5월 셋째 주 이후 7개월 연속 하락했다. 매매수급지수가 100보다 낮은 것은 시장에서 매수세보다 매도세가 우위라는 의미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서울 송파구 잠실주공5단지 전용 82㎡는 최근 22억7600만원에 실거래됐다. 2021년 11월 신고가(32억7880만원) 대비 10억원 넘게 떨어진 금액이다. 영등포구 신길동 ‘래미안에스티움’ 전용 84㎡는 2022년 11월 11억4000만원에 팔려 최고가(16억9000만원)보다 5억5000만원 하락했다.
수도권은 상황이 더 심각하다. 인천 송도국제도시에는 고점 대비 ‘반 토막’ 난 거래도 수두룩하다. 인천 연수구 ‘더샵송도마리나베이’ 전용 84㎡는 최근 6억원에 주인을 찾았다. 2022년 2월까지만 해도 12억4500만원에 신고가 거래됐지만 불과 몇 개월 만에 6억원 넘게 떨어졌다. ‘송도더샵센트럴시티’ 전용 59㎡ 매매가도 8억2000만원에서 4억2000만원으로 4억원가량 급락했다.
주택 거래도 연일 감소세다. 2022년 들어 10월까지 전국 아파트 매매 거래량은 26만2000여건으로 전년 동기(66만9000건) 대비 60.8% 줄었다. 2006년 관련 통계 집계를 시작한 이래 최저 수준이다.
최근 집값이 떨어지고 거래가 급감한 것은 기준금리 인상이 지속되는 데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등 강력한 대출 규제 영향이 크다. 정부가 재건축 규제를 비롯해 다주택자 규제 완화 방안을 쏟아냈지만 별다른 효과가 없었다.
정부는 재건축 안전진단 평가 항목 중 가장 충족하기 어려운 요소인 ‘구조 안전성’ 비중을 현행 50%에서 30%로 낮췄다. 안전진단 문턱을 낮춰 재건축 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다.
‘징벌적 규제’로 불리던 다주택자 규제도 대거 해제했다. 2주택자 취득세 8%는 1주택자와 동일하게 1~3%로 낮춘다. 3주택자에게는 현행 8% 대신 4% 세율을 적용한다.
2023년 5월 9일로 끝나는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배제 조치는 2024년 5월까지 1년 연장된다. 다주택자 입장에서는 중과세율보다 20~30%포인트 낮은 기본세율로 집을 팔 수 있는 여유 기간이 1년 더 생겼다는 의미다. 양도세는 과세 표준에 따라 6~45% 세율이 적용되는데 서울과 경기 과천, 성남, 하남, 광명 등 조정대상지역에서는 기본세율에 2주택자는 20%포인트, 3주택 이상 보유자는 30%포인트 세율이 추가된다. 주택 거래 활성화를 위해 조합원 입주권, 분양권 취득 후 적용하는 양도세율도 1년 미만 70%에서 45%로 낮춘다. 규제지역에서 원천 봉쇄된 다주택자 주택담보대출은 주택담보인정비율(LTV) 30%까지 허용하기로 했다.
정부가 과감한 규제 완화책을 쏟아내면서 이제 집값이 바닥을 치고 반등할지 실수요자 관심이 쏠린다. 서울 강남권 핵심 단지마저 매매가가 급락한 상황에서 정부가 규제를 대폭 풀면서 머지않아 집값이 서서히 반등하지 않겠냐는 전망이 솔솔 나온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는 연일 하락세지만 강남 4구(강남·서초·송파·강동구)를 포함한 서울 동남권 매매수급지수(12월 19일 기준)는 72.8로 전주보다 0.9포인트 반등했다. 동남권 매매수급지수가 반등한 것은 2022년 8월 초 이후 21주 만이다.
시세보다 저렴한 급매물이 쏟아지면서 송파구 아파트 거래는 소폭이나마 늘어나는 분위기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송파구 아파트 거래는 2022년 9월 29건에서 10월 45건, 11월 51건으로 증가세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다주택자 취득세, 양도세 부담을 줄인 데다 대출 규제도 풀면서 더 늦기 전에 강남 아파트 급매물을 매입하려는 부유층 수요가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고 귀띔했다.
한편에서는 불황에도 서울 대형 평형 아파트가 신고가 행진을 이어갈 정도로 매수 대기 수요는 탄탄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롯데캐슬엠파이어’ 전용 182㎡는 최근 29억원에 실거래됐다. 2020년 5월 신고가(17억원) 대비 12억원 이상 오른 가격이다. 용산구 이촌동 ‘이촌 삼성리버스위트’ 전용 180㎡ 역시 신고가(27억8000만원) 대비 10억원가량 높은 37억5000만원에 주인을 찾았다.
KB부동산에 따르면 전국 대형 아파트(전용 135㎡ 이상)의 매매가격지수는 100.2(2022년 12월 기준)로 1월(100) 대비 0.2% 상승했다.
물론 반론도 만만찮다. 새해에도 기준금리 인상 기조가 이어지는 데다 아파트 입주 물량이 급증해 집값 하락폭이 커질 것이라는 비관론이 팽배하다. 새해 전국 아파트 입주 물량은 35만2031가구로 2022년(33만2560가구)보다 5.9%가량 늘어난다. 이 중 수도권 입주 물량이 17만9803가구로 전체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주요 연구기관 전망치도 대체로 비관적이다. 주택산업연구원은 새해 전국 아파트값이 5%, 서울은 4% 떨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도 새해 전국 주택 매매 가격이 2.5%, 수도권은 2% 하락할 것으로 예상했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191호 (2022.01.04~2023.01.10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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