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80% “서울 집값 추가 하락”…전세 하락·월세 상승 지속될 듯

반진욱 매경이코노미 기자(halfnuk@mk.co.kr) 2023. 1. 4.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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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집값 어디로

2023년을 맞이하는 부동산 시장은 ‘혼란’ 그 자체다. 금리부터 정부 정책 규제까지 불확실성이 커진 탓이다. 2021년 주택 가격 폭등, 2022년 거래 한파를 모두 겪은 투자자들은 “집값 흐름이 가늠조차 되지 않는다”며 불안함을 호소한다.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새해 부동산 시장, 전문가들은 어떻게 내다볼까.

고금리·대출 규제 악재

“전국 집값 하락 지속” 한목소리

부동산 전문가 대다수는 2023년 주택 가격이 ‘하락’한다고 예상한다. 설문에 응답한 30명 중 28명(93%)이 ‘집값 하락’에 베팅했다. ‘5% 이상 하락’을 예상한 응답자가 10명이나 됐다. 그나마 비해 하락세가 적은 서울 집값에도 부정적인 전망이 쏟아졌다. 24명(80%)이 서울 집값이 하락한다고 예측했다. 상승 또는 보합세를 보일 것이라는 예상은 6명에 그쳤다.

집값 하락 원인으로는 고금리와 대출 규제가 손꼽힌다.

고금리는 2022년 부동산 거래 절벽을 만들었던 주요 원인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가 금리를 급격히 올리면서, 한국은행이 이에 맞춰 기준금리 인상에 나섰다. 2022년 1월 1.25%였던 한국 기준금리는 11월 3.25%까지 올랐다. 기준금리가 오르면 은행 대출금리도 같이 상승한다. 이는 대출을 받아 주택을 구매하려는 수요자에게 부담으로 다가온다. 자연스레 부동산 구매 수요가 줄면서 주택 거래량이 급감하는 효과가 나타난다.

문제는 2023년에도 고금리 기조가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미국 연준이 금리 인상 속도를 조절하고는 있지만 ‘금리 인하’를 고려하지는 않고 있다. 연준의 2023년 목표 금리는 5%대다. 현재 4.5%에서 더 올린다는 뜻이다. 한국은행도 기준금리 인상 기조를 유지한다. 금리가 높은 이상 집값 상승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게 전문가 중론이다.

우병탁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 팀장은 “집값이 여전히 높다는 인식이 시장에 팽배하다. 또, 높은 금리에 대한 부담이 2023년 상반기까지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런 분위기에서 집값 반등을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대출 규제도 집값 상승을 막는 요인 중 하나다. 2023년 들어 각종 대출 규제가 해제되지만 ‘핵심 규제’인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은 풀리지 않는다.

DSR은 대출자의 상환 능력에 맞춰 대출을 제한하는 제도다. 정부는 2022년 7월부터 1억원이 초과하는 대출에 대해 차주별로 DSR 40%를 적용하고 있다. DSR에는 주택담보대출뿐 아니라 기존 모든 대출을 더해 상환 능력을 따진다. 상환 능력, 즉 소득이 높아지지 않는 한 대출 규모를 늘리기 어렵다. 즉, 해가 바뀌어도 주택 수요자들이 자금을 여전히 조달하기 어려운 상태라는 것이다. 권강수 한국창업부동산정보원 이사는 “경기 침체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대출 규제가 여전히 건재하다면 부동산 가격 하락은 막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매매 가격 하락과 고금리로 인해 서울 전월세 가격도 요동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예상했다. 전문가 30명 중 22명이 새해 서울 전세 가격이 하락할 것이라고 예상한다. 고금리로 전세 선호도가 떨어진 탓이다. 가격 단위가 큰 전세금은 대출로 마련하는 경우가 많다. 대출 금리가 높아지면 전세대출 이자도 급등하기 때문에 자연스레 전세 수요가 줄어든다.

전세 가격 하락 여파는 월세 상승으로 이어진다는 예측이 뒤따랐다. 30명 중 12명이 서울 월세 상승을 점쳤다. 전세대출 이자가 급격히 높아지면, 전세 대신 월세를 선호하는 ‘전세의 월세화’가 나타난다. 이는 곧 월세 수요 상승으로 이어진다.

열탕 냉탕 오가는 부동산 시장

조세 정상화, 꾸준한 공급 필요

현재 국내 주택 시장은 비정상적이라는 것이 전문가들 견해다. 지난 2년간 부동산 시장은 급등과 급락이 반복됐다. 열탕과 냉탕을 오가는 시장에 투자자들은 내집마련 기회를 잡지 못하고, 투자시기를 잘못 잡은 이들은 막심한 손해를 보는 경우도 많았다. 전문가들은 기형적인 주택 시장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가 정책 틀을 바꿔야 한다고 강조한다.

대표적인 것이 문재인정부 시절 ‘징벌’ 수단으로 전락한 조세 제도 정상화다. 현재 정부가 세제 완화를 추진하지만 아직까지는 갈 길이 멀다는 주장이다. 보유세나 양도세가 모두 지나치게 높은 수준이라 실수요자 부담이 없도록 적정 수준으로 완화해야 한다는 설명이 뒤따른다. 서정렬 영산대 부동산금융학과 교수는 “보유세 등 복잡해진 세금 관련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 세금 부담 완화로 다주택자, 실수요자 투자를 유도해 부동산 시장을 활성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금리 인상 속도 조절론도 제기됐다. 설문에 응답한 전문가 27명이 현재 국내 주택 시장에 영향을 주는 가장 큰 요인으로 ‘금리’를 뽑았다. 금리 인상 속도를 조절하지 않으면 시장 안정화는 어렵다는 분석이다. 금리가 가파르게 오르면, 실소유자는 자금 마련에 부담을 느껴 주택 구매를 포기한다. 이미 대출을 끼고 구매한 보유자는 금리 부담으로 주택을 다시 내놓게 된다. 공급은 증가하는데 수요는 사라지는 현상이 나타날 수밖에 없다. 김재언 미래에셋증권 수석부동산자문위원은 “금리 인상은 물가 안정을 위해 불가피하지만 대출 금리 상승으로 실수요자 부담이 지나치게 높아졌다. 정부가 나서서 실수요자에 한해 고금리 대출을 저리 대출로 전환해주는 등 대출 부담 완화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최근 집값이 하락한다고 해서 신규 주택 공급을 멈추면 안 된다는 조언도 눈여겨볼 만하다. 주택 공급이 줄어들면 시장 회복기에 집값 폭등을 비롯한 강한 부작용이 따를 수 있어서다. 재건축 규제 완화와 분양가상한제 현실화 등을 통해 신규 주택 공급을 꾸준히 유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공공주택 공급에는 한계가 있는 만큼 PF(프로젝트 파이낸싱) 유동성 위기를 겪는 건설사 유동성을 지원해 민간 공급 부진을 막아야 한다는 주장도 이어진다.

“중장기 수급 안정을 위해 신축 아파트 공급을 꾸준히 늘려야 한다. 단기적인 추이만 보고 공급 관리에 들어가면 하락기 이후 수급 불균형에 따른 집값 폭등이 나타날 확률이 높다. 적정 수준의 장기 주택 공급 계획을 짜야 한다.” 김규정 한국투자증권 자산승계연구소장의 의견이다.

설문에 도움 주신 분들 (총 30명, 이하 가나다순)

강은현 EH경매연구소장,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 권강수 한국창업부동산정보원 이사,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 김광석 리얼하우스 대표, 김규정 한국투자증권 자산승계연구소장, 김기원 데이터노우즈 대표, 김열매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 김재언 미래에셋증권 수석부동산자문위원, 두성규 목민경제정책연구소 대표, 박대원 상가정보연구소장,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 백광제 교보증권 애널리스트, 서정렬 영산대 부동산금융학과 교수, 안명숙 루센트블록 부동산총괄이사, 우병탁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 팀장, 윤재호 메트로컨설팅 대표, 윤지해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 이경자 삼성증권 애널리스트, 이미윤 KB국민은행 부동산플랫폼부 전문위원, 이상우 인베이드투자자문 대표, 이영호 우리은행 부동산연구실장,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 이주현 월천재테크 대표, 장경철 부동산일번가 이사, 장문준 KB증권 애널리스트, 최환석 하나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 센터장, 한태욱 전 동양미래대학 경영학부 교수,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 홍춘욱 프리즘투자자문 대표.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191호 (2022.01.04~2023.01.10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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