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김성태 "유승민 특검법 기권, 인사청탁 수사 떨었기 때문일 것"

강찬호, 정수경, 김하나 2023. 1. 4. 1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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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루킹 특검' 주역 전 한국당 원내대표
'강찬호의 투머치 토커' 인터뷰에서
"유승민, '애매하다'며 특검법 기권,충격"
"안종범 인사청탁 연루 정치인들 떨 때"
"유승민도 청탁의혹 의식해 기권했을듯"
"진실 밝히고 기권 이유 해명할 때"
"댓글공작, 김경수 넘어 文 연루 가능성"
4일 '강찬호의 투머치토커' 상세보도

2018년 '드루킹 특검법'을 끌어내 김경수 전 경남지사의 유죄 판결을 끌어내는 데 역할을 한 당시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 김성태 전 원내대표(현 국민의힘 중앙위원회 의장)는 "당시 같은 야권이었던 유승민 바른정당 대표는 특검법에 기권했는데 그 진실을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김 전 원내대표는 '강찬호의 투머치토커' 인터뷰에서 "당시 검찰이 압수한 안종범 전 박근혜 청와대 경제수석의 휴대전화에서 새누리당 계열 정치인들이 인사청탁을 한 내용이 나왔고 이 사실이 언론에 보도됐다"며 "그래서 많은 새누리당 출신 정치인들이 추위(공포)에 떨었는데 유 전 대표가 특검법에 기권한 것도 이 수사를 의식했기 때문일 것"이라고 했다. 그는 또 "댓글공작은 김경수를 넘어 윗선(문재인 전 대통령)에서 이뤄졌다는 제보를 믿을만한 정보원에게 들었다"며"원내대표를 1년만 더 했다면 실체적 진실을 파헤칠 수 있었을 것"이라고 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문재인 정부 시절 '딸 KT 채용 청탁' 혐의로 대법원 유죄 확정판결을 받았다가 지난 연말 사면 복권됐다.

"문 정권의 보복 수사로 10년 전 일에 대해 유죄 선고받은 끝에 사면 복권됐다. 억울하지만 대법원에서 (유죄) 판결이 있었기에 국민께 송구스럽게 생각한다."

-야당 원내대표 시절 '드루킹 특검법'을 통과시켰는데

"10일간 단식투쟁으로 허익범 특검 체제를 출범시켰다. 그분 혼자 공소 유지를 위해서 새벽 3시~4시까지 고생을 많이 했다. 특검 결과 김경수 전 경남지사의 범죄를 밝혀내고 2년 실형을 끌어내 보람을 느낀다. 하지만 진실은 거기서 끝나지 않는다."

-드루킹 댓글 공작이 범죄임을 확신한 계기는

"드루킹 조직에서 세 손가락 꼽는 고위층에 있던 사람이 제보를 해오면서다. 그는 늘 수도권 이남 지방의 한적한 공영주차장에서 한밤중에 보자고 했다. 내 보좌진이 거기 가면 그 사람은 휴대전화를 내놓게 한 뒤 자신의 승합차에 태워 제보할 만큼 보안이 철저했다. 제보는 신빙성이 높아 1탄, 2탄, 3탄 순으로 터뜨릴 수 있었다..드루킹 대화방에서 김경수 지사 닉네임이 '바둑이' 였다는 사실도 제보자가 캡처한 화면을 보여주며 알려준 결과 나온 것이다. 그러나 이런 제보는 맛보기 수준이었다."

-결정적 제보는 따로 있었나

"그렇다. 그 제보자는 '댓글 공작은 김경수 선에서 끝나는 일이 아니라 더 윗선이 있다'고 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인가?) 그렇다. 그러나 이 제보원이 천문학적인 돈을 대가로 요구해 그 제보 듣는 건 거부했다. 하지만 내가 원내대표를 1년만 더 했다면 (문 전 대통령이 댓글 공작에 관여했다는 의혹의) 실체적 진실을 밝힐 수 있었다고 본다."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는

" 2017년 서울 구로구 고척동 야구경기장에서 열린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 마지막 유세 때 문 전 대통령의 부인 김정숙 여사가 '(드루킹 조직인) 경인선에 가자'고 몇 번이나 외쳤지 않나. 경인선을 포함한 드루킹 일당은 당시 문 전 대통령 지지 외곽 조직으로 존재하고 있었다. 또 김경수 전 지사는 문재인 후보 수행 팀장이자 보좌역에다 대변인까지 1인 3역을 했다. 그 혼자서 엄청난 댓글 조작을 처리할 수 없다. 따라서 문 전 대통령 내외가 댓글 공작에 대해 지시 내지는 최소한 보고 받고 알고 있었다고 봐야 한다. 김경수 지사는 문 전 대통령 지키려고 총대를 멘 것 아니냐는 생각이다. 그런데도 문 전 대통령이 임기 중 김 전 지사의 사면을 끝내 거부했기에 김 전 지사는 문 전 대통령에게 대단히 서글프고 섭섭한 심정을 가질 것이다."

-특검법이 의결될 때 어려움은 없었나

"얼토당토않은 일을 목도했다. 우리 당과 같은 뿌리였던 바른미래당도 만장일치로 특검법에 찬성할 줄 알았는데 그 당 대표였던 유승민 의원은 기권했다. 납득이 가지 않는다. 유 전 의원은 당시 '애매한 특검법'이라 기권했다고 했는데 문재인 정권 2인자인 김경수 유죄를 끌어낸 게 애매한 특검법인가. 나는 그 법 끌어내느라 목숨 건 단식을 한 결과 2년간 면역 체계가 무너지는 등 몸이 엉망이 됐다. 온 몸을 던져 관철한 그 특검법을 같은 야권 정당 대표인 유승민 전 의원은 기권했다. 이제 그는 진실을 이야기해야 한다."

-무슨 진실 말인가

"당시 문재인 정권은 '적폐청산'이란 미명 하에 박근혜 정부 수석들을 줄줄이 수사했다. 그중 안종범 경제수석은 위스콘신대 박사 출신으로 유승민 전 의원이랑 동문이다. 안 전 수석은 수석 재직 당시 새누리당 정치인들로부터 인사청탁을 받아준 혐의로 문재인 검찰의 수사를 받았다. 당시 검찰은 안 전 수석이 청탁받은 정황이 드러난 휴대전화를 압수했다. 당연히 안 전 수석에게 인사 청탁했던 새누리당 정치인들은 그 불똥이 자기한테 튈까 봐 엄청난 추위를 탔다. (공포에 떨었다는 뜻) 그런 마당에 유 전 의원이 '애매하다'는 이유로 기권했다. "
-안 전 수석 휴대전화에 있는 인사청탁자들 가운데 유승민 전 의원도 있었기에 유 전 의원이 검찰 수사를 의식해 특검법을 기권한 것이란 주장인가
"그렇다. 난 그래서 지금이라도 유 전 의원이 진실을 이야기해야 한다는 것이다. 무슨 이유로 '애매한 특검법'이라고 했는지 진실을 분명하게 밝혀달라. 그게 아니라면 '안 전 수석이 수사받는 과정에서 털린 핸드폰 안에 들어있던 인사청탁 내용들이 보도됐고, 나도 그중 한 사람이었기에 추위를 탔고 움츠러들 수밖에 없었다'고 밝히든지 하라."

-특검법이 그토록 중요한 쟁점이었나

"특검법은 문재인 정권의 핵심 관심사였다. 내가 단식투쟁 들어갈 때 민주당 의원이 내게 '이거(댓글 공작) 손대면 역린이다. 다친다'고 압박했다. 문 대통령도 홍준표 당시 한국당 대표와 영수 회담하는 자리에서 '김성태 원내대표를 제발 탑 다운 시켜달라(단식 중단하게 압박해 달라)'고 했다. 그래도 내가 굴하지 않고 특검법을 관철하니까 정권이 나를 극도로 증오했는지 원내대표 물러난 지 1주일 만에 나의 일거수일투족을 내사하기 시작해고 결국 딸 특혜취업이란 날조극 누명을 씌워 뇌물 범죄자로 만든 것이다. "
-유승민 전 대표는 요즘 전당대회 출마를 저울질하고 있는데
"나도 여당 속 야당을 많이 해온 사람이다. 그러나 지금은 민주당이 국회를 장악한 여소야대 상황이다. 유 전 대표는 당연히 윤석열 대통령에게 힘을 모아주고 이재명·문재인을 비판해야 하는데 그런 건 안 하고 눈만 뜨면 윤 대통령을 비판한다. 당권(획득)에 도움이 된다 해도 그래야 하는 건가. 이건 야비하고 비열한 행위다."

2018년 5월 21일 국회에서 드루킹 특검법안이 재석 의원 250인 중 찬성 183인, 반대 43인, 기권 24인으로 가결됐다. 기권표 24표 중 21표는 민주당 의원 표였고 나머지 3표는 바른미래당 유승민·이언주 의원과 정의당 추혜선 의원이 던진 표였다.

바른미래당 공동대표였던 유 전 의원은 23일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기권 이유에 대해 "애매한 특검법으로 충분하지 않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검이 과연 검경의 은폐 조작을 제대로 수사할 수 있겠나. 또 대통령 최측근들과 대통령의 연루 가능성을 제대로 수사할 수 있겠나. 이번 특검법이 면죄부만 주는 것 아니냐는 걱정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한편 2018년 7월 SBS 시사프로그램 '김어준의 블랙하우스'는 "유승민 의원이 안 전 수석에게 가스안전공사 사장, 인천공항공사 사장, 금융연구원장 등 각종 기관장 인선 청탁을 한 걸로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이에 대해 유 전 대표는 보도자료를 내어 "당시 제 의도는 청와대가 미리 내정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내정된 인사가 있는지 물어보고 후보를 추천하는 것이었다" 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청탁으로 비친 점은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안 전 수석에게 인사와 관련해 문자로 문의하고 사람을 추천했던 적이 있었고, 이 문제는 2017년 대선 과정에서 똑같은 내용이 보도됐고 소명한 바 있다"고 했다.

(이 인터뷰는 오후 5시 방송되는 중앙일보 유튜브 ';강찬호의 투머치토커'에 상세 보도된다)

강찬호 기자 stoncold@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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