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뀐 이기영의 '입'…시신유기, 공릉천일까 땅속일까

검찰 송치 앞두고 돌연 진술 번복한 이기영
"진술 번복하면 재판 불리할 거라 판단한 것"
"경찰 수사 조종한단 우월감 느꼈을 수도"

[아시아경제 박현주 기자] 택시 기사와 동거 여성을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한 혐의로 구속된 이기영이 진술을 번복하면서 시신유기 장소를 둘러싼 의문이 커지고 있다.

앞서 이기영은 지난해 8월 살해한 동거 여성 A씨의 시신을 경기 파주시 공릉천변에 유기했다고 진술한 바 있다. 하지만 검찰 송치 전날인 3일 돌연 말을 바꿔 시신을 천변에 내다 버린 게 아니라 땅을 파서 묻었다며 특정 장소를 지목했다. 새로 지목한 장소는 당초 유기했다는 곳에서 3㎞가량 떨어진 지점이다.

일반적으로 사이코패스들은 진술을 번복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4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저의 경험상 일반적으로 범죄자들, 특히 흉악범들은 100% 정확한 얘기만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이기영은 성향상 사이코패스적인 부분이 꽤 있어 보이는데, 그런 사람들은 소위 밥 먹듯이 거짓말을 하고 진술을 계속 번복한다"고 설명했다. 현재 경찰은 이기영의 행적과 범죄 사실 등을 종합해 사이코패스 성향이 있는지 분석 중이다.

4일 오전 경기도 고양시 일산동부경찰서에서 동거녀와 택시 기사를 살해한 혐의로 구속된 이기영(31)이 검찰로 이송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하지만 이기영이 검찰 송치를 앞두고 했던 이번 진술은 사실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이 교수는 "지금 얘기하는 시신 매장 장소는 정확할 것으로 추정된다"며 "시신 장소는 더 이상 바꿀 여지가 없어 보인다"고 분석했다. 검찰에 송치된 현재 주요 범행 사실에 대해 번복할 경우 재판에서 불리한 상황에 놓이게 될 수 있다는 판단을 이기영이 할 것이란 설명이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도 이날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서 "송치를 앞두고 전격적으로 진술을 번복한 것은 수사팀의 수사전략이 통해서 장소의 구체성을 스스로 실토한 것이 아닌가"라고 예측했다. 그

는 "구체적인 (유기) 장소를 알려주는 것이 앞으로의 구형과 수사 방향에 있어서 더 유리하다는 비공식적인 합의가 통했기 때문(이 아닌가) 해석해본다"고 설명했다. 또 "급박한 상황에서 시신 자체를 찾지 못하게 하려고 허위진술을 했을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시신을 찾기 전까지는 이번 진술 역시 믿을 수 없다는 의견도 나온다. 수사 과정에서 주도권을 잡고 우월감을 느끼기 위해 거짓말을 했을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오윤성 순천향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이날 YTN '더뉴스'에 나와 "일시적이지만 경찰의 수사 과정을 자신이 조종 통제를 하지 않았나"라며 "검찰 송치가 되면서 본인이 '더 이상 피해자 없다. 이것이 경찰에게 주는 마지막 선물'이라고 말한 것을 봤을 때 경찰의 수사를 자기가 쥐고 흔들면서 거기서 우월감을 느끼는 것은 아닐까 추정해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날 오전 경찰은 이기영에게 강도살인 및 살인, 사체은닉, 절도, 사기, 여신전문금융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 사건을 의정부지검 고양지청으로 송치했다.

박현주 기자 phj0325@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