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번째 근골격계 유해요인조사... "확실한 현장 개선을"

유청희 2023. 1. 4.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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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바꾸는, 노동자의 근골격계 유해요인조사 ②] 금속노조 인천지부 부평공단지회 이재영 지회장, 김윤섭 수석부지회장 인터뷰

[유청희]

산업안전보건법 제39조(보건조치)와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 제657조(유해요인조사)에 따라 근골격계 부담작업을 하는 사업장에서는 3년마다 유해요인조사를 실시해야 한다.

금속노조 인천지부 부평공단지회는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와 함께 근골격계 유해요인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노동조합이 생기고 처음으로 해보는 유해요인조사다. 처음이지만 지회는 노동자들이 평소에 제기하는 근골격계 부담작업을 개선하고, 노동강도를 완화하기 위해 조사를 실질적으로 시행할 실행위원을 조직했고, 사측을 논의 테이블로 합류시켰다.

실행위원들은 직접 조사를 꼼꼼히 준비했고, 조사 기간 동안 작업을 직접 관찰하고 업무 내용·동작을 기록하여 부담 요인을 세세히 파악했다. 조사 준비부터 실행, 이후 계획에 대해 지난달 14일 이재영 지회장과 김윤섭 수석부지회장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부평공단지회는 ㈜DGF오토모티브 소속 노동자들의 노동조합이다. 차량 운전석에 들어가는 차체, 계기판, 내비게이션, 공조 장치 등의 부품들이 이곳으로 모이며, 노동자들이 직접 그 부품을 조립한다. 메인 라인 공정은 40여 개, 서브 라인 공정은 8개, 부품을 공급하는 물류 보급 공정이 6개가 있다.

공정마다 주로 사용하는 신체 부위가 다르지만, 각각의 작업은 근골격계에 많은 부담을 준다. 그로 인해 노동자의 몸에 손상이 발생하는 경우가 많아, 산업재해 신청을 하거나 병원 치료를 받는 조합원들이 많다.
 
 부평공단지회 이재영 지회장(왼쪽), 김윤섭 수석부지회장(오른쪽)
ⓒ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 근골격계 유해요인조사를 이번에 처음으로 하는 건데, 어떤 계획과 목표를 갖고 실시하게 되었나요?

이재영 : "저희 현장도 산재가 지속해서 발생하고, 조합원들이 아픈 부위들이 많이 생기고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유해요인조사를 잘 준비해야겠다는 생각을 한 거죠. 업체에 맡겨서 작업환경측정이나 근골격계 조사나 위험성 평가를 하면, 어떻게 보면 우리 스스로는 현장을 알기 어렵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직접 현장에 있는 간부들이나 조합원들이 참여해서 우리 현장의 문제, 본인의 건강권에 대한 문제를 자각하고, 이런 현장이 바뀔 수 있도록 사측에 요구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했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전체 참여하는 조사를 해보자고 결의했죠."

- 평소에 노동자들에게 부담을 주는 요인은 어떤 것들이었나요?

이재영 : "생산 대수 대비 작업 인원이 매우 부족해서 한 명이 두 개, 세 개의 공정을 하게 돼 업무 과부하가 굉장히 심해요. 노동조합이 초반에 적정 인원 확보 투쟁을 많이 했습니다. 지금은 그나마 조금 나아진 편이지만, 공정 자체의 노동강도가 워낙 세고 인원은 더 필요합니다.

노동자들이 2개 조로 나뉘어 각각 8시간-8시간 근무하는 주간연속 2교대제인데요. 후반 조 때는 잔업 1시간 반을 더해 아홉 시간 반 근무하는 시스템이고, 그렇게 하루에 천 대 가까이 차량을 생산합니다. 

조합원들이 크게 호소하시는 것은 담당하는 일이 너무 많다는 것이에요. 그리고 작업 자체가 노동자 건강을 고려하여 설계되지 않다보니 커넥터 체결할 때 너무 뻑뻑하다든가 배선이 너무 딱딱해서 손가락 관절에 물이 찬다든가 이런 호소를 많이 합니다."

- 공정별로 조합원들이 어떤 증상을 주로 호소하시나요?

이재영 : "저희가 공정이 굉장히 다양한데 중량물을 취급하는 공정 같은 경우는 통상 허리, 어깨 증상 호소가 많고, 라인에서 볼트 조립하시는 분들은 손목이나 목이 아프다는 분들이 많습니다. 또 거의 대부분의 노동자가 서서 일하다 보니, 하지정맥류나 하체가 아프신 분들도 굉장히 많아요."

- 조사하면서 보니 이럴 줄 몰랐는데 의외로 심각하다는 걸 알게 된 공정이 있나요?

이재영 : "에코스 공정이라고, 전기가 통하는지 안 통하는지 보는 검사 공정이 있거든요. 거기가 다른 조립라인에 비해서 노동강도가 조금 낮다고 생각했었는데, 최근에 그 작업을 하는 조합원이 산재를 신청하게 됐어요. 

그래서 조사하다 보니까, 조립라인이랑은 다르게 문제점이 많더라고요. 예를 들어 조립 라인은 제품 하나에 볼트를 몇 개를 박으면 끝나는 건데 거기는 커넥터를 꽂았다 빼는 일을 계속해야 해요. 하루에 한 사람이 8시간 동안 1900개 정도 커넥터를 꽂았다가 빼야 하더라고요. 그러니 커넥터를 체결하고 뺄 때 손목이 진짜 아플 수밖에 없더라고요.

또 작업대나 구조 자체가 키 작은 분들한테는 알맞을 수 있지만, 키가 좀 크신 분들은 허리를 굽히고 일해야 해서, 허리 통증이 있더라고요. 이런 점들이 예상외로 새롭게 눈에 들어온 문제들이었습니다. 힘든 것은 사실 어느 정도 예상을 했었어요. 특히 중량물 취급 공정들은 기존에 저희가 생각했던 대로 강도가 되게 심하다고 나오죠."
 
 조사 과정에서 의외로 손부위 부담이 높다는 것을 알게된 에코스 공정
ⓒ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 지회에서 조합원 참여를 중요하게 여겼는데, 실행위원의 역할을 어떻게 설명하고 조직하셨나요?

김윤섭 : "지금 실행위원들이 대부분 조장님들이에요. 조장님들이 맡고 계신 공정 위주로 조사 담당 조를 짜게 됐고요. '근골격계유해요인조사가 우리 현장에서 문제가 발생하는 가장 기본적인 요인들을 파헤치는 거니까 현장을 바꾸려면 이렇게 해야 한다는 근거를 마련할 수 있다' '이번에 초안을 마련해 놓으면 추후에도 이러한 문제가 발생했을 때 대책 마련을 할 수 있으니까 다 같이 열심히 한번 해보자.' 이런 식으로 설명하면서 조직했습니다."

- 조합원들이 직접 참여하는 조사라는 점은 어떻게 설명하고 설득하셨나요?

이재영 : "'이게 다 형님이 나중에 다치거나 아파서 산재할 때 근거가 되는 거고, 회사에게 우리의 노동환경을 바꾸라고 얘기할 수 있는 명확한 자료가 되기 때문에 힘든 점, 개선해야 할 점을 자세히 말씀해달라'고 얘기했어요."

- 지회 사업으로서 근골 사업을 하는 게 노조 차원에서는 어떤 의미가 있나요?

김윤섭 : "솔직히 현장을 저희가 제일 잘 알잖아요. 그러니까 제일 잘 바꿀 수 있는 것도 우리라고 생각합니다. 회사는 현장에 관심이 없어요. 저희가 뭐 손목을 다치든 어디를 다치든, 허리가 아프다, 팔꿈치가 저리다 얘기해도 그냥 '파스 뿌려라' 이게 끝이니까요.

회사와 달리 우리는 아픈 이유를 찾고 현장을 바꾸고 싶으니까요. 저희가 현장의 문제를 가장 잘 알고, 그래서 가장 잘 고칠 수 있고, 또 바꾸고 싶다는 마음도 있으니, 더 안전한 현장을 만들려고 하는 거죠."

이재영 : "정말 안전하지 않고, 언제 중대 재해가 발생해도 이상하지 않은 현장이라고 저희는 생각해요. 자칫 사람이 죽을 수도 있었던 사례들도 굉장히 많고요. 내가 일하는 이 현장과 일터, 내가 일하는 공정에 대해서 누구보다 본인들이 제일 잘 알잖아요. '그냥 원래 일하면 아파'가 아니라 '이런 식으로 일하니까 아픈 거야. 그래서 이거를 개선해야 하는 거야'라고 노동조합도 얘기하고, 조합원 본인들도 스스로 그걸 알고 조합에 의견을 개진할 수 있는 첫 단추가 되지 않을까 기대합니다."

- 실행위원들의 반응은 어떤가요? 실행위원들은 어떤 마음으로 조사에 참여하셨는지, 조사하면서 새로 알게 된 것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이재영 : "실행위원들은 대부분 어려워하세요. 하기 싫어하시는 분들도 계시고요. 그도 그럴 것이, 업무에 대해 머릿속에 알고 있어도 세부적으로 자세 각도를 말하거나 작업자 인터뷰 같은 걸 하는 게 어렵잖아요. 또 그걸 다시 글로 풀어내는 일은 익숙하지도 않고, 쉬운 일은 아니기도 합니다. 또 라인 작업을 하시면서 조사를 병행하시는 거라 업무가 과중되기도 했고요.

그런데 실행위원들도 잘 알고 있어요. '우리가 이 조사 완료하면 추후에 위험성 평가든 근골 조사든 우리의 근거가 생긴다. 현장에 대해서 회사 측이든 누구한테든 대내외적으로 얘기할 수 있는 근거가 생기기 때문에 하나하나 잘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렇게 말씀을 하시는 분들도 많고요. 또 공정에 대해서 좀 세밀하게 들여다 볼 수 있는 계기가 되니까 우리 업무를 더 잘 이해하게 됐죠."

- 현장에서 단기적으로 해결할 사안과 장기적으로 해결할 사안은 무엇인가요?

이재영 : "2023년 7월부터 생산 차종이 바뀝니다. 공정이 조금씩 바뀔 테니, 이에 대한 예비조사를 해야 해요. 현장에서 항상 터져 나오는 산재 문제도 바로바로 처리할 수 있어야 할 것 같아요. 장기적인 과제로는, 조합원들이 노동안전이나 건강에 대해서 자각할 수 있게끔 하는 것입니다. 또 정기 안전보건교육을 통해 조합원들이 위험성 평가나 현장 안전의 중요성, 조합원 참여의 중요성에 대해 인식하게 만들어 갈 생각입니다."

- 노조 활동하면서 생긴, 공단 차원에서의 노동안전보건활동에 대한 고민이 있나요?

이재영 : "저희 사업장뿐 아니라 부평공단 내에도 노동안전 관련 실천이 조직되어, 사업주들이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요. 미조직 사업 차원에서 공단 노동자들에 대한 노안 사업 고민도 하고 있어요.

저희 사업장에서 집단 산재 신청을 해 볼 수도 있는데, 여기서 더 나아가 저희 사업장뿐 아니라 공단의 골병든 수 많은 노동자들과 어떻게 같이 할 수 있을지, 공단 차원에서 안전보건 관련 협약이라도 만들 수 있을까 고민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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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글을 쓴 유청희 님은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상임활동가입니다. 이 글은 한노보연 월간지 일터 2023년 1월호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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