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음은 없지만 나 좋다는 사람… 결혼 고민입니다
믿음 안에서 수년간 ‘배우자 찾기’에 실패한 청년들은 불신자와의 결혼을 두고 진지하게 고민한다. ‘너희는 믿지 않는 자와 멍에를 같이 하지 말라’(고후 6:14)는 성경 말씀 때문이다. 선택의 갈림길에서 갈등하다 결국 믿음이 없는 사람과 결혼한 청년도 적지 않다.
#1. 최수영(가명)씨는 20대 중반부터 10년간 교회 청년부에서 신앙생활을 했다. 교회 형제와 교제했지만 결혼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최씨는 35세를 넘기자 마음이 조급해졌다고 했다. 최씨는 “믿음 없는 부모님은 저에게 좋은 남자와 빨리 결혼해야 한다고 걱정하며 선 자리를 주선하셨다”며 “고민 끝에 믿음은 없지만, 저에 대한 호감도가 높았던 남성과 결혼했다”고 말했다.
최씨의 남편은 결혼 후 신앙생활을 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사업가인 그는 주말에도 일하는 날이 잦았다. 교회 출석이 우선순위에서 밀렸다.
최씨는 “출산 후 혼자 자녀를 데리고 교회에 갔는데 오가는 길이 너무 힘들었다”며 “몇 년 동안 그렇게 했는데 제 자신이 마치 남편이 없는 것처럼 느껴졌다. 힘들어서 한번 두 번 결석했는데 어느 순간부터 교회를 떠나게 됐다”고 고백했다.
#2. 이혁(가명)씨는 모태신앙이었지만 대학에 간 뒤 신앙생활이 미적지근해졌다. 이씨의 부모가 신앙 있는 자매들을 줄곧 소개해줬지만 인연을 만나지 못했다. 이씨는 30대 초반에 부모의 뜻을 거스르고 직장에서 만난 여성과 결혼했다. 믿음이 없는 배우자였다.
몇 년 뒤 이씨 부부는 사업차 유럽의 한 나라를 방문했다가 눌러앉게 됐다. 이씨의 어머니인 박모씨는 “아들 부부가 이민 간 뒤로 신앙생활을 전혀 하지 않는다”며 “매일 아들 부부와 손주를 위해 눈물로 기도한다. 죽기 전에 신앙생활을 잘하게 해 달라는 기도 응답을 받는 게 소원”이라고 하소연했다.
#3. 모태신앙이었던 조혜린(가명)씨는 십여년 전 믿음이 없지만 조씨를 오랫동안 좋아한 형제와의 결혼을 두고 금식 기도를 했다. 조씨는 “형제가 무교였지만 영적인 부분에 관심이 많았다. 기도 가운데 평안함을 느꼈고 하나님의 응답으로 여겨 결혼했다”고 했다.
결혼 후 조씨 부부는 신앙생활을 하고 있다. 조씨는 “남편의 신앙이 조금씩 성장하는 것 같아 기쁘다. 남편은 믿음의 동역자”라고 전했다.
결혼사역 전문가들은 크리스천이 믿음 안에서 결혼하는 게 성경적으로 바람직하다고 했다. 어쩔 수 없이 믿음 없는 사람과의 결혼을 결단했다면, 배우자의 믿음을 위해 어쩌면 평생 ‘가족 선교사’로서 져야 할 십자가를 각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9년째 ‘호프미팅’ 사역을 하는 호프월드미션 대표 김용국 목사는 “믿지 않는 사람과 결혼하려면 최소 5~10년간 십자가를 각오해야 한다”고 말했다. 수많은 상담 끝에 나온 결론이다.
그러면서 “희생의 대가로 믿지 않는 배우자가 신앙을 가질 수도 있지만, 절반가량은 신앙인마저 배우자의 영향으로 교회를 떠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 목사는 이런 이유로 “믿지 않는 사람과 결혼할 땐 최소한 세례 정도는 받게 하는 게 좋다”고 제안했다.
조병찬 기독교 결혼컨설팅업체 ‘그레이스메리지컨설팅’ 대표도 믿음의 만남을 위해 철저히 준비하되 믿음 없는 이와의 결혼은 차선으로 두라고 했다. 그러나 교회 내 여초 현상으로 남녀 비율이 맞지 않는 만큼, 불신자와의 결혼을 무조건 막을 수 없다고 봤다. 단 신앙생활을 하는 것에 마음의 문이 열린 사람에 한해서다.
조 대표는 “신앙 없는 영혼을 하나님께 인도하는 전도의 기회로 삼을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모든 사람에게 해당하지 않을 수 있기에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크리스천 청년들은 믿음의 가정을 일구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해야 할까. 김 목사는 “준비된 사람이 결혼할 수 있다. 결혼 적령기에 재정뿐 아니라 건강한 육체와 성숙한 인격 등이 갖춰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사실 성품이 좋고 믿음이 깊은 사람이 보배다. 인간적 조건을 따지는 것보다 이런 사람의 가치를 볼 줄 아는 능력이 더 필요하다”며 “결혼 시기가 좀 늦어졌다면 배우자상의 눈높이도 낮춰야 한다”고 밝혔다.
결혼 사역자들은 한국교회가 청년들의 결혼 문제에 관심을 두는 게 급선무라고 주장했다. 다양한 프로그램과 교육을 통해 청년들이 믿음 안에서 결혼하는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몇 년 전만 해도 여의도순복음교회 등 일부 대형교회에서 매칭 사역을 활발하게 했으나 최근엔 주춤한 상태다. 청년들이 교제하다 헤어지면 공동체에 직격탄이기 때문에 득보다 실이 더 크고, 매칭 사역이 전문 영역이기 때문에 교회가 자체적으로 하기 역부족이라는 평가가 많다.
조 대표는 “전문 업체와 협력해 교회가 성경적으로 결혼을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 교육하고 청년들의 만남을 장려하는 프로그램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아영 기자 singforyou@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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