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데 이후 25년 만에…'K리그 역작' 오르샤, 빅리그 간다
(엑스포츠뉴스 나승우 기자) 2010년대 전남 드래곤즈와 울산 현대 등 K리그를 누볐던 크로아티아 국가대표 공격수 미슬라프 오르시치(K리그 등록명 오르샤)가 축구 선수 최고의 무대인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입성을 눈 앞에 뒀다.
과거 포항에서 맹활약하며 1997년 스페인 라리가로 갔던 라데 보그다노비치(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 이후 25년 만에 K리그가 키운 유럽 출신 외국인 선수가 빅리그에 가는 역사를 쓰고 있다.
영국 데일리메일, 더선 등 복수 매체들은 4일(한국시간) 일제히 "프리미어리그 사우샘프턴이 오르시치 영입에 나섰다. 이적료는 750만파운드(한화 약 115억원)가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현재 17경기에서 단 3승(3무11패)만을 거두며 프리미어리그 최하위에 머무르고 있는 사우샘프턴은 오르시치를 영입해 공격진을 강화하겠다는 계획이다.
오르시치는 23살이던 지난 2015년 K리그를 노크, 전남과 울산에서 각각 1년 반씩 뛰며 맹활약했다.
하석주 당시 전남 감독을 보좌했던 노상래 수석코치가 동유럽을 뒤져 오르시치를 발견했고, 처음엔 몸값이 비싸 영입하지 못했으나 2015시즌 앞두고는 오르시치가 슬로베니아 클럽 NK첼레에서 부진한 상태라 결국 데려올 수 있었다.
오르시치는 처음 두 달간 부진했으나 이후부턴 한국 무대를 평정했다.
전남에서 49경기 14골 11도움을 올린 오르샤는 이후 중국 창춘 야타이로 갔다가 6개월 만에 울산으로 돌아와 자신의 가치를 더욱 끌어올렸다.
울산에선 데뷔 해인 2017년 10골 3도움을 기록, K리그를 대표하는 전천후 공격수로 자리매김했다.
이후 2018년 여름 고국 최고 명문 디나모 자그레브에 입단하며 금의환향한 오르샤는 이듬 해 크로아티아 대표팀에 승선해 꾸준히 뛰는 등 동유럽 수준급 공격수로 뛰어올랐다.
한국에서 갈고 닦은 기량을 유럽 무대에서 계속 재현한 것이다.
2019년 9월19일엔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아탈란타(이탈리아)전에서 해트트릭을 폭발해 시선을 사로잡더니, 지난해 9월에도 UEFA 챔피언스리그 첼시전 득점으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당시 득점은 당시 첼시를 지휘하던 토마스 투헬 감독이 경질되는 데 영향을 줬다.
이번 시즌 디나모 자그레브 소속으로 시즌 반환점이 지난 가운에 8골 7도움을 뿜어내고 있는 오르시치는 소속팀에서의 좋은 컨디션을 대표팀으로 연결했다.
그는 2022 카타르 월드컵에 크로아티아 대표로 참가해 맹활약했다.
캐나다와의 조별리그 2차전에서 후반 교체 투입, 단 4분만 뛰었음에도 도움 한 개를 적립해 4-1 대승을 도왔다.
일본과의 16강전에서도 승부차기에서 깔끔한 킥을 성공시켜 크로아티아의 8강행을 돕더니, 우승후보였던 브라질과의 8강전에선 경기에서는 연장 후반 12분 브루노 페트코비치의 극적인 동점포를 도왔다. 이어 승부차기까지 넣어 크로아티아의 극적인 승리에 공헌했다.
모로코와의 3·4위전에서는 90분 풀타임을 소화하며 월드컵 첫 골까지 신고했다. 크로아티아는 오르시치의 골을 더해 2-1 승리를 거두고 3위를 차지했다.
챔피언스리그와 월드컵에서 모두 좋은 모습을 보인 오르시치에게 많은 팀들이 관심을 보낸 건 당연했다.
그 중에서도 사우샘프턴이 가장 적극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사우샘프턴 이적이 확정되면 오르시치는 꿈에 그리던 프리미어리그 입성에 성공하게 된다. 이미 2년 전에 웨스트브롬 이적설이 나왔고, 지난해 겨울에는 번리 이적설이 돌았으나 막판 무산됐는데 이번엔 사우샘프턴이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어 입단에 무리가 없을 전망이다.
오르시치의 프리미어리그 입성은 25년 전 라데의 스페인 진출을 떠올리게 한다.
1992년 여름 포항을 통해 K리그에 온 라데는 5년간 147경기 55골을 퍼부으며 1994년과 1996년 K리그 베스트11, 1995년 도움왕을 차지했다.
이후 일본 J리그 제프 유나이티드에서 6개월간 뛴 라데는 1997년 여름 라리가 명문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에 가는 뉴스를 터트렸다.
라데는 이후 네덜란드 브레다, 독일 브레멘, 독일 빌레펠트 등으로 이적하면서 K리그가 키운 용병이 유럽에서 통할 수 있음을 증명한 첫 사례가 됐다.
그리고 25년이 지나 한국을 재기의 무대로 삼아 부지런히 뛰었던 오르시치가 꿈에 그리는 프리미어리그 입성을 손에 잡게 됐다. 한국프로축구도 같이 웃을 수 있게 됐다.
사진=AP, DPA/연합뉴스, K리그 중계화면
나승우 기자 winright95@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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