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부권 유력해진 양곡관리법…尹 “정부가 무조건 매입 안돼”
윤석열 대통령은 4일 초과 생산된 쌀을 정부가 의무적으로 사들이도록 한 양곡관리법 개정안에 대해 “무제한 수매는 결코 우리 농업에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이 주도한 양곡관리법에 대해 윤 대통령이 부정적인 입장을 밝힘에 따라 거부권 행사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윤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농림축산식품부와 해양수산부 신년 업무보고 자리에서 “생산되는 쌀이 시장에서 어느 정도 소화되는지에 관계없이 무조건 정부가 매입해주는 식의 양곡관리법은 농민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느 정도 시장 기능에 따른 자율적 수급 조절이 이뤄지고, 가격 안정과 농민에게 생산에 대한 예측 가능성을 주기 위해서 정부가 일정 부분 관여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덧붙였다. 양곡관리법 개정안은 쌀 수요 대비 초과 생산량이 3% 이상이거나 쌀값이 전년 대비 5% 이상 하락할 때 정부가 의무적으로 매입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민주당은 지난달 28일 농해수위 전체회의에서 단독으로 법안을 의결했다. 국회법 제86조에 따르면 법안이 법사위에 계류된 지 60일 이상 지나면 소관 상임위원회 재적 위원 5분의 3 이상의 찬성으로 본회의에 바로 올릴 수 있다. 민주당이 상임위 수적 우위를 활용한 것이다.
하지만 이날 윤 대통령이 양곡관리법 개정안에 직접 부정적인 입장을 밝히면서 민주당이 본회의에서도 법안 처리를 강행해도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도 지난달 30일 “양곡관리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할 경우 윤 대통령에게 거부권을 행사할 것을 요청하겠다”고 했다.
이날 윤 대통령은 농식품부와 해수부 업무보고에서 산업의 디지털화와 첨단화를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국민 먹거리를 책임지는 부처로서 제일 중요한 것이 농축산 산업과 해양수산 산업의 효율성과 생산성을 높이는 일”이라며 “산업 고도화와 혁신을 통해 수출 드라이브를 강력하게 추진해 달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렇게 해야만 청년이 진입하지 않았던 농업과 수산업 분야에서도 혁신에 뛰어들게 된다”고 말했다.
특히 해수부를 향해선 “수출을 위해선 물류가 매우 중요하다. 스마트 항만, 물류 시스템의 디지털화 및 고도화를 강력하게 추진하라”고 지시했다. 윤 대통령은 이러한 첨단화가 농어촌 재구조화와도 직결돼 있다고 설명했다. 또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 이익을 볼 수 있는 합리적인 유통 구조 설계의 필요성도 강조했다.
현일훈 기자 hyun.il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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