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크에 고글까지 썼지만 인천공항 中 승객 4명 중 1명은 ‘확진’
4일 오후 1시 45분쯤. 중국 상하이에서 출발한 중국남방항공 MU5041 편이 인천국제공항에 착륙했다. 입국장 122번 게이트 앞으로 승객이 쏟아져 나왔다. 마스크에 더해 고글로 눈을 가린 승객부터 투명한 플라스틱 마스크로 얼굴 전체를 가린 이도 눈에 띄었다. 방호복을 입은 공항 관계자가 승객을 안내했다. 입국장은 3년 전 코로나19 확산 초기와 비슷한 풍경이었다.
항공기는 만석이었다. 출장차 나갔다 보름 만에 귀국길에 오른 김진호(42)씨는 “혹시나 해서 한국에서 감기약 등을 싸 들고 나갔는데 돌아오면서 현지에 있는 중국 직원들에게 모두 나눠주고 왔다”며 “현지에서 감기약을 구하는 것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검역소 앞에선 긴 줄이 생겼다. 중국인 승객보다 내국인 입국자가 더 많았다. 김씨는 “내일(5일)부터 입국 전에도 코로나19 검사를 꼭 받아야 해서 일을 다 끝내지 못하고 일정보다 서둘러 들어왔다”며 “현지에서 코로나 검사를 받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라 서둘러 입국하는 한국인이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방역 당국은 이달 5일부터 코로나19 유전자증폭(PCR) 검사 결과 등을 제출하도록 했다. 중국에서 한국으로 입국하는 항공기 탑승객 모두가 대상이다.
인천국제공항 내 코로나19 검사소는 석 달 만에 다시 문을 열었다. 검사소에선 육군 등에서 파견된 검사 인력이 중국에서 입국한 외국인을 안내하면서 검사를 진행했다. PCR 검사 후에는 주차장 2층에 마련된 대기 장소에서 검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이날 찾은 대기소에선 군복을 입은 검사 인력 10여 명이 외국인을 맞았다. 대기소에서 만난 검사 담당관은 “중국발 항공기 대부분이 오후에 몰려 있어 오전에는 대기 인력이 많지 않은 편”이라고 말했다.
이곳에서 확진 판정을 받으면 인천 영종도에 마련된 자가격리시설에서 일주일간 머물러야 한다. 앞서 지난 3일 밤에는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고 영종도 격리시설에 머물던 중국인 A(41)씨가 격리를 거부하고 달아나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경찰은 A씨를 검거하면 감염병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수사할 예정이다.
중국 증편 나선 항공사는 울상
입국 규제로 항공사는 울상이다. 정부가 중국 입국자를 대상으로 규제 장벽을 높이면서 항공사들은 중국 노선 확대를 보류하거나 축소까지도 검토하고 있다.
대한항공은 이달부터 중국 노선을 주 15회로 확대할 계획이었으나 정부 방역 정책에 따라 증편 없이 기존 주 9회로 운항할 예정이다. 아시아나항공은 주 10회로 운영하던 중국 노선을 이달부터 확대하려 했지만 방역 정책에 맞춰 증편에 나서지 않기로 했다. 저비용항공사(LCC)는 중국 노선 축소를 검토하고 있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중국 노선만 놓고 보면 3년 전 코로나19 확산 초기보다 못한 상황”이라며 “돈이 되는 노선이라 항공사도 고민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노선 여객 수는 코로나19 전과 비교하면 쪼그라들 대로 쪼그라들었다. 항공포털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중국 노선 여객은 2만7047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코로나 직전인 2019년 11월 중국 노선 여객 수 75만8000명에 비해 한참이나 적은 숫자다.
인천=강기헌 기자 emck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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