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핵전력, 한미공동연습" 윤 대통령 발언이 위험한 이유 [역사로 보는 오늘의 이슈]
[김종성 기자]
▲ <조선일보>와 신년인터뷰를 진행한 윤석열 대통령. 이 인터뷰는 지난 2022년 12월 30일 서울 용산 대통령 집무실에서 2시간 동안 진행됐다. |
ⓒ 조선일보 갈무리 |
윤석열 대통령의 '핵 공동 연습' 발언이 한미 양국을 분주하게 만들었다. 윤 대통령은 지난 2일자 <조선일보> 인터뷰에서 북한의 핵과 미사일에 대한 대응 차원에서 "한미가 미국의 핵전력을 공동기획, 공동연습 개념으로 운용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라고 발언했다.
그는 한국이 미국 핵무기를 사용해야 한다고 봤다. "핵무기는 미국의 것이지만 정보 공유와 계획, 훈련을 한미가 공동으로 해야 한다"며 "미국도 상당히 긍정적인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인터뷰에서 그는 "과거의 핵우산이나 확장억제 개념은 북한이 핵을 개발하기 전, 소련·중국에 대비하는 개념으로 '미국이 알아서 다 해줄 테니 한국은 걱정하지 말라'는 것"이었다며 "지금은 그런 정도로 국민을 납득시키기 어렵다"고 말했다. 즉 전략폭격기 같은 핵전력 자산으로 미국에 대한 핵공격을 억제하는 '핵 억제'를 동맹국으로 확장하는 '확장억제'는 물론이고, 핵공격을 받은 동맹국을 위해 미국이 보복 핵공격을 가하는 '핵우산'으로도 부족하다는 취지로 읽힌다.
▲ 휴가지서 백악관 복귀한 뒤 기자들과 대화하는 바이든 美 대통령 버진 아일랜드에서 휴가를 마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일(현지시간) 대통령 전용헬기 '마린 원'으로 워싱턴DC 백악관에 도착한 뒤 기자단과 대화하고 있다. |
ⓒ 연합뉴스 |
이에 대한 한국 대통령실의 입장은 모호했다. 대통령실은 3일자 서면 브리핑에서 "한미 양국은 북핵 대응을 위해 미국 보유 핵전력 자산의 운용에 관한 정보의 공유, 공동기획, 이에 따른 공동실행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라며 "Joint nuclear exercise(핵 전쟁 연습)은 핵 보유국들 사이에 가능한 용어"인데, "북핵 위기에 맞서 미국과 함께 도모할 '핵전쟁 연습을 (논의)하고 있는지' 물으니 당연히 No라고 답할 수 밖에 없는 것"이라고 밝혔다. 대통령실은 로이터 기자가 'Joint nuclear exercise'를 '핵 전쟁 연습'이란 뜻으로 썼다고 봤다.
대통령실은 3일 브리핑에서 현재 한미 양국이 논의하는 건 "미국 보유 핵전력 자산의 운용에 관한 정보의 공유, 공동기획, 이에 따른 공동실행 방안"이라고 설명했다. 핵전력 자산인 전략폭격기나 전략핵잠수함 등의 운용이나 공동실행 등에 관해 논의하고 있다는 것이다.
확장억제 공동실행을 논의하고 있다는 대통령실의 입장은 미국 국가안전보장회의(NSC)의 입장과 일치한다. 미 NSC는 <연합뉴스>의 질의에 답하는 형식으로 "미국은 한국과의 동맹관계 그리고 미국의 모든 범위의 방어 역량을 동원해 한국에 확장억제를 제공하는 데 완전히 전념하고 있다"고 밝혔다. '확장억제 수준에서 협력하고 있다'는 NSC의 발언은 윤 대통령이 말한 핵 공동 연습까지는 고려하지 않고 있음을 시사한다.
윤 대통령이 강조한 '공동 연습'... 위험한 이유
미국 시각으로 지난해 11월 3일 이종섭 및 로이드 오스틴 국방부장관에 의해 발표된 제54차 한미연례안보협의회(SCM) 공동성명은 "양 장관은 고도화하는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을 억제하고 대응하기 위한 동맹의 정보 공유, 협의 절차, 공동기획 및 실행 등을 더욱 강화해 나가기로 했다"며 "미국의 전략자산을 적시적이고 조율된 방식으로 한반도에 전개하고, 불안정을 유발하는 북한의 행위에 맞서는 조치들을 확대하고 억제력을 강화하기 위한 새로운 조치들을 찾아 나간다는 미국의 공약을 재확인했다"고 선언했다.
이처럼 양국이 합의한 것은 확장억제의 공동실행인데도 윤 대통령은 이보다 앞서 나가 핵연습의 공동실행을 언급했다. <조선일보> 인터뷰에서 확장억제와 별개로 핵 공동 연습을 언급한 것을 보면 윤 대통령이 의도한 것이 확장억제 이상임은 자명해 보인다.
윤 대통령은 안보 강화를 명분으로 그 발언을 했겠지만, 1966년 12월 14일 핵계획그룹(핵기획그룹) 창설 이래로 미국 핵을 공유해온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의 실태를 고려해보면 미국 핵무기를 공동 사용하는 것이 얼마나 허망한 일인지 알 수 있다.
나토 홈페이지에서 제공되는 '핵계획그룹'이라는 설명 자료는 '핵이 있든 없든 전체 회원국들의 합의에 따라 핵정책이 결정된다'는 취지로 설명한다. 합의 방식을 통해 전체 국가들이 미국과 동등한 권한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다수결이 아닌 만장일치 합의를 전제로 한다. 미국도 동의해야 만장일치가 되므로, 결국 미국 뜻대로 결정될 수밖에 없을 가능성이 크다.
나토 핵공유의 실태를 설명하는 황일도 북한대학원대학교 연구원의 논문 '동맹과 핵공유-NATO 사례와 한반도 전술핵 재배치에 대한 시사점'(2017년 <국가전략> 제23권 제1호)은 "배치장소 변경 결정은 미국 측 판단에 따라 이뤄졌고, 해당 국가나 나토 차원의 동의를 거치는 절차는 따로 없었다"라고 말한다. 또 "주기적으로 이뤄지는 전투대비태세 점검이나 정비·교체 등의 일상 임무 역시 미군이 수행한다"고 한다. 미국이 아닌 국가들은 손도 대기 힘들다는 설명이다.
물론 미국이 동맹국에 부여하는 권한이 전혀 없진 않다. 막판에 자기 손에 피를 묻히는 역할은 동맹국에 양보하고 있다. "탄두를 실어 적군에 떨어트리는 임무는 기지를 나눠쓰고 있는 해당 국가 공군이 담당한다"라고 위 논문은 설명한다. 핵 공동 연습 시스템 하에서 한국이 나토 이상의 권한을 갖게 될 수 있을지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
윤 대통령이 말하는 핵 공동 연습은 또 다른 측면에서도 우려를 낳는다. 지난해 12월 16일 반격능력(사실상의 선제타격)을 선언한 일본의 핵무장 추진을 돕거나 부추기는 것이 될 가능성이 없지 않다.
아베 신조가 우크라이나전쟁 발발 사흘 만인 2022년 2월 27일 후지TV에 출연해 미국과의 핵공유 가능성을 언급하고 3월 4일 자민당 내 아베파 모임에서 '미국의 핵우산만으로는 부족하다. 만일의 사태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역설한 데서도 알 수 있듯이, 자민당 내에는 자체 핵무장이나 미국 핵무기 공유 등을 모색하는 세력이 존재한다. 어떤 형태로든 핵무기에 접근하려는 이 세력이 자민당 내에서 상당한 힘을 갖고 있다. 윤석열 정권이 핵 공동 연습을 모색하면 그들도 당연히 자극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이런 흐름은 대만에도 영향을 미치게 될 가능성이 크다. 중국의 공격적인 대만 정책과 더불어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대만에서도 핵무장론이 부상하고 있다. 지난해 4월 13일자 대만 언론들은 랴오훙샹 전 국방대학 명예석좌교수가 전쟁에 대비해 핵개발을 해야 한다고 주장한 사실을 보도했다. 라이이런 대만 국방대학 연구원 역시 '우크라이나가 핵무기를 포기한 결과로 러시아의 침공을 받은 점이 대만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주장한 사실도 보도됐다.
대만에서 핵무장 논의가 급진전되면 대만해협의 긴장은 당연히 더욱 높아진다. 이는 대만을 지나는 바닷길 무역에 의존하는 한국 경제를 위태롭게 만드는 일이다.
일본뿐 아니라 대만에서도 핵무장론이 제기되는 상황에서 윤 정권이 이런 논의에 불을 붙이고 이것이 실제로 이어지면, 북한 핵개발로 인한 그간의 긴장과 비교도 되지 않는 위기 상황이 조성될 수밖에 없다. 윤석열 정권이 감당하기 힘든 예측불허 상황이 초래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윤 대통령이 말하는 핵 공동 연습은 한국 안보에도 과부하를 초래한다. 한국은 이제까지 한반도 비핵화를 명분으로 북한을 압박했다. 그랬기 때문에 한국이 핵공동연습을 하게 되면 새로운 명분과 새로운 패러다임을 구축해야 할 필요성에 직면하게 된다.
새로운 것에 맞춰 국민들을 설득하는 작업도 수반돼야 한다. 설령 미국이 동의해준다고 쉽게 성사될 일이 아니다. 새로운 패러다임 구축에 시간을 허비할 수 있을 정도로 지금의 안보 상황이 여유로운가 또한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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