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 37명, 이동권 투쟁 지지 "정부와 서울시가 장애인 혐오 조장"
[박정훈 기자]
▲ 강민정·김민석·양이원영 민주당 의원, 윤미향 무소속 의원이 4일 국회 소통관에서 장애인 이동권 투쟁 관련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
ⓒ 박정훈 |
"정부도, 서울시도, 그리고 대다수 언론들도 장애인들이 왜 지하철에 타고자 하고 선전전을 이어가고자 하는지 말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저 장애인들이 지하철을 이용하지 못하게 방해하고 있다고만 말하며 혐오의 대상으로 만들 뿐입니다."
강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민주당·정의당·기본소득당·무소속 국회의원 37명은 '장애인 권리투쟁을 지지하는 국회의원'의 이름으로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가 진행하는 지하철 이동권 투쟁에 '지하철 무정차'로 대응하고, 지하철 승차를 폭력적으로 막아서는 정부와 서울시를 규탄하는 성명을 냈다
당초 전장연은 이동권·활동 지원 등을 위한 장애인 권리예산 1조 3044억 원 증액 요구했고, 이중 51% 수준인 6653억900만 원이 예산이 국회 상임위에서 여야 합의로 통과됐다. 문제는 정작 지난달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2023년도 예산안에선 106억 원 증액에 그쳤다는 점이다. 전장연 요구안 대비 0.8%에 불과하다.
이에 전장연은 지난 2일 장애인 권리예산 확보 등을 촉구하며 서울 지하철 4호선 삼각지역에서 출근길 지하철 탑승 선전전을 재개했지만, 서울교통공사가 삼각지역 무정차로 대응하는 등 탑승을 원천 봉쇄했다. 이 과정에서 경찰이 휠체어 이동을 막으면서 장애인 활동가들이 다치기도 했다(관련 기사: 새해에도 '지하철 탑승' 거부당한 장애인들 "폭력 멈춰주십시오" http://omn.kr/227m0 ).
지하철 선전전에 대해 전장연은 앞서 "열차 운행을 5분 넘게 지연시키면 1회당 500만원을 지급하라"는 서울지방법원의 조정안을 수용해, 5분 이내로 선전전을 하겠다고 밝혔다. 반면 오세훈 시장은 "1분만 늦어도 큰일 나는 지하철을 5분이나 늦춘다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라고 말하며 조정안 수용을 거부했다. 서울교통공사의 강경 대응은, 오 시장의 이런 발언에서 비롯됐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동권 투쟁을 지지하는 의원들은 4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하철 무정차는 장애인 권리 문제에 해법이 아니다"라며 "윤석열 정부는 혐오와 갈등의 열차를 멈추고 대화에 나서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 2일 서울 용산구 지하철 삼각지역에서 장애인 수십여 명이 장애인 이동권 보장을 위해 탑승 시위를 벌이려 했지만 경찰과 서울교통공사에 의해 제지됐다. |
ⓒ 김성욱 |
강민정 민주당 의원은 "이동권 투쟁을 둘러싸고 벌어지고 있는 사회적 갈등, 극단적인 형태로 가해지고 있는 오세훈 서울시장과 경찰들의 탄압을 더 이상 두고 보면 안된다는 위기의식을 갖게 됐다"라며 "40여 명에 가까운 의원들이 같은 목소리로 내기 위해 자리를 마련했다"라고 밝혔다.
김민석 민주당 의원은 "오죽하면 장애인 인권 단체들이 저렇게까지 싸우고 있겠나"라며 "예산 부족의 문제는 사과하고 노력하고 설득해야 할 문제지, 이 문제를 사회적 약자와 시민들간의 갈등과 혐오의 프레임으로 접근할 문제는 결코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들은 기자회견문에서 "최근 서울시 지하철은 장애인 권리를 주장하며 지하철에서 선전전을 진행하려는 장애인 활동가들 앞에 서지 않은 채 지나가고 있다"라며 "'지하철 무정차' 대응으로 서울시는 장애인 활동가들은 물론 해당 지하철을 이용하고자 했던 시민의 발도 묶었다. 그리고 그 불편의 책임을 장애인 활동가들에게 있다고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 삼각지역에서 대치하는 전장연과 경찰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회원들이 2일 오전 서울 지하철 4호선 삼각지역 승강장에서 지하철 탑승을 시도하는 가운데 경찰이 배치돼 있다. |
ⓒ 연합뉴스 |
이들은 "이러한 문제 개선 요구에 대한 윤석열 정부의 답은 2023년 정부예산에서 장애인 권리예산을 0.8% 증액한 것이었다"라며 "그리고 2023년 새해에 들어서는 수백 명의 경찰 병력을 동원해 장애인 활동가들의 지하철 승차를 폭력적으로 막아서는 등 탄압 강도를 높이며 장애인들의 입을 막고 있다"라고 비판했다.
나아가 "윤석열 정부와 오세훈 서울시의 장애인 권리 문제 해결 방식은 장애인들의 발을 묶고 입을 막아 그들의 존재를 지우는 것인가? 지하철이 장애인들 앞에 멈추지 않는다고, 장애인들을 지하철에 태우지 않는다고, 장애인들의 존재가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라며 강조했다.
한편 박경석 전장연 대표가 3일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면담을 요청하고, 면담 날짜가 잡힌다면 선전전을 유보할 것이다"라고 밝힌 것에 대해, 이들은 "윤석열 정부는 혐오와 갈등의 열차를 멈추고, 대화에 나서기를 바란다"라고 당부했다.
아래는 성명에 동참한 국회의원 명단
장애인 권리투쟁을 지지하는 국회의원 일동
강민정, 강선우, 강은미, 권인숙, 김남국, 김민석, 김상희, 김승원, 김용민, 김주영, 류호정, 박영순, 박주민, 배진교, 서동용, 서영석, 송갑석, 송옥주, 심상정, 양이원영, 용혜인, 우원식, 유정주, 윤미향, 윤영덕, 이동주, 이수진(비), 이용빈, 이은주, 장혜영, 전해철, 정일영 정춘숙, 진성준, 최강욱, 최혜영, 허영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윤 대통령, 5.18 정신이 헌법정신 그 자체라더니..."
- '기동대 요청' 말 엇갈린 이임재-김광호... "둘 중 하나는 위증"
- 윤 대통령 "북한, 영토 재침범시 9.19군사합의 효력정지 검토"
- 6개월 시한부 말기암 해외동포의 마지막 버킷리스트
- 구한말 15만 개의 양조장은 어디로 사라졌나
- 사람과 개 사이에서 단 한 가지 불행이 있다면
- 군대 가려다 '경계선 지능' 판정... 앞길이 막막해졌다
- 교육부, 없던 '자유' 끼워넣고 '5.18' 삭제는 유지... 그래도 연구진 책임?
- '구급'은 듣고 '압사'는 못 들었다? 전 용산서장에 "선택적 청취냐"
- 강릉 시민단체, '오죽헌 수의계약 비리' 전·현직 공무원 고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