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제로코로나 차르’ 방역 최일선서 물러나…후임 류궈중 “농촌방역이 중요”

신경진 2023. 1. 4. 16:19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방역 담당 부총리에 내정된 류궈중(앞줄 왼쪽에서 세 번째) 중국공산당 중앙정치국위원이 지난 1~3일 쓰촨·충칭을 시찰했다고 CC-TV가 3일 보도했다. 충칭 농촌 지역 방역 현황을 보고받고 있다. CC-TV 캡쳐

중국의 봉쇄 일변도 방역 정책을 총괄해 ‘제로 코로나 차르’로 불린 쑨춘란(孫春蘭·73) 부총리가 방역 현장 최일선에서 물러났다. 중국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4일 류궈중(劉國中·61) 신임 정치국위원이 지난 1일부터 3일까지 쓰촨(四川)과 충칭(重慶)의 방역 상황을 시찰하면서 “농촌 방역을 매우 중시하라”고 강조했다고 보도했다.

쑨 부총리의 퇴장은 의미심장하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지난해 10월 그가 나타나는 지역마다 악명 높은 봉쇄가 시작됐다며 쑨 부총리를 ‘제로 코로나 차르’이자 ‘종말론자(Doomsayer)’로 묘사했다. 쑨 부총리의 후임인 류궈중 정치국위원은 난징이공대와 하얼빈공대를 나온 공학 석사 출신의 테크노크라트(기술관료)다. 오는 3월 전인대에서 의료·보건·여성·교육·체육을 담당하는 부총리에 공식 선출될 예정이다.

류 위원이 첫 방역 시찰지로 충칭을 선택한 것도 흥미롭다. 대도시에서 정점을 지난 코로나19 확진 쓰나미가 임박한 춘절(중국 설) 귀향을 계기로 의료체계가 취약한 농촌으로 향하는 시점에서다. 충칭은 대표적인 도농 복합 도시다. 류 위원이 인구 3200만의 직할시 충칭을 농촌 방역 독려 모델로 선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인민일보는 “류궈중이 쓰촨·충칭의 농촌 마을, 도시 약국, 제약 회사, 종합병원, 아동병원, 마을 위생서비스센터 등을 시찰했다”며 농촌 방문을 가장 앞세워 보도했다. 인민일보에 따르면 류 위원은 시찰 도중 “농촌 지역의 코로나 방역·통제를 고도로 중시해야 한다”며 “산간벽지의 취약 계층에 ‘건강 키트’를 배포하고, 말단 의료 역량의 투입을 조직하며, 방문 서비스를 주도적으로 전개하고, 농촌과 도시 의료 기관 사이의 빠른 이송 치료 통로를 뚫어라” 등 구체적인 방역 액션 플랜을 제시했다. 중앙 정부가 구체적인 확진자 통계를 발표하지 않는 상황에서 코로나19의 농촌 확산을 우려한다는 간접적인 메시지로 해석된다.

방역 담당 부총리에 내정된 류궈중(앞줄 왼쪽에서 세 번째) 중국공산당 중앙정치국위원이 지난 1~3일 쓰촨·충칭을 시찰했다고 CC-TV가 3일 보도했다. 충칭의 한 제약사 생산 라인을 점검하고 있다. CC-TV 캡쳐


여기에 충칭이 ‘제로 코로나 차르’ 쑨춘란 부총리가 마지막으로 방문한 지방이었다는 점도 주목되는 대목이다. 쑨 부총리는 지난해 11월 21일 충칭의 컨테이너 격리 병동인 팡창(方艙)의원을 찾아 “‘다이내믹 제로(동적 제로화)’ 총방침을 확고부동하게 견지하라”면서 “지체 말고 속도감 있게 역량을 집중해 코로나 섬멸전에서 승리하라”고 지시했다.

하지만 쑨 부총리의 충칭 시찰 사흘 뒤 봉쇄 정책으로 애먼 희생자 규모를 키운 우루무치 아파트 화재가 발생했다. 이어 무차별 봉쇄에 반대하는 ‘백지시위’가 중국 전역으로 번지자 중국 정부는 급히 방역을 1급에서 2급으로 풀었다. 이후 확진 쓰나미가 이어졌고, 방역 실무를 책임진 쑨 부총리는 지난달 13일 수도 베이징 시찰을 마지막으로 현업에서 물러났다.

류 위원이 충칭과 함께 방문한 쓰촨은 1급에서 2급으로 낮아진 새로운 방역 정책을 선도하는 지역이다. 지난달 7일 중국 당국의 방역 완화 10개 조치 발표 후 이틀 만에 청두시는 해외 입국자에 대한 최대 8일의 격리 조치(시설격리 5일+재택격리 3일)를 시설격리 5일로 가장 먼저 단축했다.
방역 담당 부총리에 내정된 류궈중(왼쪽 두 번째) 중국공산당 중앙정치국위원이 지난 1~3일 쓰촨·충칭을 시찰했다고 CC-TV가 3일 보도했다. 쓰촨성 청두의 약국을 시찰하고 있다. CC-TV 캡쳐


쓰촨 감염률 도시 65.42% vs 농촌 54.91%


쓰촨은 확진자 통계 발표에도 중앙 정부와 달리 적극적이다. 쓰촨성 질병통제센터는 지난달 25일까지 15만여명의 표본조사를 통해 63.52% 감염 현황을 공식 발표했다. 인구 5200만 쓰촨성의 21개 관할 행정시를 도시와 농촌으로 나눠 진행한 조사에서 도시 감염률은 65.42%, 농촌은 54.91%로 나타났다. 확진 물결이 도시에서 농촌으로 향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결과다.

류 위원의 실제 시찰 동선도 도시에서 농촌을 향했다. 3일 정치국원의 동정을 보도하는 중국중앙방송(CC-TV) 심야뉴스 화면에 따르면 류 위원은 우선 쓰촨성 청두(成都)의 인민의원을 찾았다. 이어 대형 약국과 응급실 현황을 점검한 뒤 충칭으로 이동해 제약회사의 생산 라인과 응급실을 시찰했다. 그다음으로 농촌 지역에 배포할 건강 키트와 기저 질환자 현황을 보고받는 장면이 맨 마지막에 등장했다.

베이징=신경진 특파원 shin.kyungjin@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