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개 사이에서 단 한 가지 불행이 있다면
[전윤정 기자]
새해 첫 책으로 가볍게 만화책을 골랐다. 다니구치 지로의 만화 <개를 기르다 그리고… 고양이를 기르다>. 개와 고양이를 기르는 이야기라니, 얼마나 귀엽고 재밌을까? 하지만 나는 읽는 내내 가슴이 먹먹해 눈물을 흘렸다.
15년 동안 함께 살다 죽은 반려견
▲ 만화 <개를 기르다 그리고... 고양이를 기르다> 책 표지 |
ⓒ 문학동네 |
만화 속 개의 이름은 '톰'이다. 14살인 톰은 수컷이지만 늙어서 소변을 볼 때 뒷다리를 들어 올릴 힘이 없어 자기 앞발을 적신다. 대변을 볼 때도 갑자기 털퍼덕 주저앉는 바람에, 사람이 몸을 받쳐주지 않으면 똥 위에 엉덩방아를 찧는다. 발도 질질 끌기 시작해 발에 피가 나고 산책도 힘들어진다. 식욕은 점점 줄어 앉아 있을 힘마저 없다. 그렇게 동물도 나이를 먹고 죽음을 향해 간다.
주인 부부가 톰과 산책을 하다가 이웃집 '아기'와 '노인'을 만나는 장면이 나온다. 작가는 계절이 바뀌듯 생명이 태어나고 죽는 것은 자연의 이치라고 말하고 싶었던 걸까? 동네 할머니는 벽에 기대 겨우 앉아 있는 톰에게 말을 건다. "나도 얼른 가고 싶은데 잘 안돼. 너도 그렇지? 더는 폐 끼치고 싶지 않아. 아마 얘도 그렇겠지. 그런 마음일 게야"라며 동병상련의 아픔을 전한다. 인간도 동물의 생로병사도 크게 다르지 않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고 느꼈다.
발작으로 쓰러진 지 20일만에 결국 톰은 죽음을 맞이했다. 부부는 눈물로 톰을 보내고 말한다.
"겨우 개 한 마리... 그러나 잃은 것이 이토록 큰 것일 줄은 몰랐다. 그리고 톰의 죽음이 우리에게 남겨준 것... 그것은 더욱 크고 소중한 것이었다."
작품 속 부부가 안락사를 선택하지 않고 톰이 죽음으로 가는 길을 끝까지 정성껏 돌보고 지켜주는 모습에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실제로 작가는 노쇠한 반려견이 힘들어 하는 것을 보며 안락사를 여러 번 고민했지만, 거의 잠든 상태 같아서 고통스럽지 않을 것이라는 수의사 말에 자연사를 선택했다고 한다. 다만 말을 못 하는 동물의 최후를 지켜보는 것은 무척 힘든 일이었다고 회고한다.
얼마 전 나는 반려견 망고가 갑자기 왼쪽 뒷다리 절어서 깜짝 놀랐다. 벌써 7살이니까 노화가 시작됐나 싶어 걱정했다. 병원에서는 웰시코기가 허리가 길어서 태생적으로 관절염이 생긴다며 지금은 심각하지 않으니 영양제를 꾸준히 먹이면 괜찮을 거라고 했다. '앞으로 함께 할 수 있는 날이 10년도 남지 않았구나' 싶으니까 눈물이 주르륵 흘렀다. 만화에서 늙은 개의 일상을 구체적으로 묘사하니, 앞으로 망고도 이런 시간을 겪겠구나 싶어 읽는 내내 가슴이 아팠다.
지금 이 시간에 최선을 다해야
한편, 노쇠한 톰의 모습은 함께 사는 친정어머니와도 겹쳤다. 80세 중반인 어머니는 지금 감기를 2주 넘게 앓고 있다. 평소 몸이 안 좋을 때 영양제를 맞고 나면 거뜬해지곤 했다. 이번에는 아무 소용이 없었다.
하루 좋았다, 하루 나빴다를 반복하고 있다. 컨디션이 조금 나아졌을 때 제발 쉬라고 해도, 옛날 분답게 몸을 움직여야 한다며 뭔가 일을 해서 - 책 필사를 한다든지, 옷을 고친다든지- 다음 날 또 몸이 처진다. 엄마의 허리는 더 구부정해졌고, 걸음걸이도 균형이 맞지 않는다.
▲ 반려견 망고 |
ⓒ 전윤정 |
"사람과 개의 사랑 사이에서 단 한 가지 불행이 있다면 그것은 사람과 개의 수명이 일치하지 않는 것"이라는 책 속 구절이 생각났다. 어디 사람과 개뿐일까. 사람과 사람 특히 부모와 자식 간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지금 반려견과 더 많이 놀아주고, 어머니와 더 많이 대화하며 추억을 쌓는 것만이 최선이라는 것 또한 안다.
올해는 어머니와 반려견 망고와 더 시간을 많이 보내고 애정표현을 하리라. 30분 조금 넘는 망고와의 하루 산책 시간을 한 시간으로 늘려야지. 하루에 한 번 어머니를 안아드리고, '~해서 감사해요'라는 말을 하자고 결심했다.
아, 이렇게 새해 다짐을 하게 되었으니 다니구치 지로의 만화 <개를 기르다 그리고... 고양이를 기르다>는 어쩌면 새해에 꼭 맞는 첫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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