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초고속 인터넷 34위"…'깜깜이' 조사, 믿을 수 있나
NIA 백서에서 우클라 인용 자료 삭제...정부 "민간단체, 제재 어려워"
해외 조사업체들이 국내 이동통신사를 대상으로 내놓는 품질 평가가 신뢰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소비자들의 알 권리를 위해 내놓는 자료들이 오히려 소비자들의 혼란을 키울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정부는 이들의 정보를 단순 참고용으로만 사용할 것을 권하고 있다.
4일 업계에 따르면, 인터넷 속도 측정 사이트 '스피드테스트'를 운영하는 우클라는 지난해 11월 기준 우리나라의 초고속인터넷 평균속도가 171.12Mbps(다운로드 기준)에 달한다고 집계했다. 이는 나라별 순위로 34위에 해당하는 수준으로 상위권을 차지한 모나코(320.08Mbps), 칠레(291.62Mbps), 스위스(278.40Mbps)에 한참 못 미치는 속도다.
아시아 국가 내에서 살펴보면 싱가포르(295.78Mbps), 홍콩(285.25Mbps)은 물론 중국(276.10Mbps)과 태국(263.04Mbps) 심지어 일본(257.37Mbps)보다도 느린 속도다.
다만 이같은 조사결과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정통부)가 최근 발표한 내용과 큰 차이를 보인다는 점에서 통신 업계는 신뢰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지난해 말 과기정통부가 발표한 통신품질평가에 따르면, 국내 6개 통신사업자의 초고속인터넷 속도 평균 다운로드 속도는 1G급 고객 981.Mbps, 500M급 고객은 493.34Mbps, 100메가 상품은 99.32Mbps로 전해보다 모두 빨라진 것으로 나타났다.
또 지난 2021년 12월 OECD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거주자 100명당 100Mbps급 이상 인터넷 가입자 수(40.4명)와 전체 유선인터넷 회선 수 대비 광케이블 기반 회선 수 비중(86.61%)은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품질 측정 결과는 고객 상품 종류, 장소와 시간, 측정 방법/모수, 단말성능(CPU/메모리 등), 댁내 환경(공유기 사용, WiFi 접속) 등 다양한 환경 변수와 수집된 데이터의 분석 방법에 따라 크게 달라질 수 있으므로 신뢰성 있는 품질 측정 결과를 위해서는 정확한 표준화된 측정방식이 가장 중요하다"면서 "반면 통상적으로 사설 시장조사업체의 네트워크 품질조사는 짧은 조사 기간, 적은 측정 건수, 측정서버의 신뢰성 등으로 측정 결과가 왜곡될 가능성이 커 신뢰성이 매우 낮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회사 관계자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정통부)의 통신서비스 품질평가는 최소 5개월 이상 전국 단위 측정 결과를 바탕으로 이뤄진다"면서 "우클라의 조사 결과는 얼마 동안 이뤄졌는지, 몇 번이나 진행됐는지, 사용 단말은 무엇인지 밝혀지지 않았다"면서 해당 조사에 객관성에 의문을 표했다.
우클라의 스피드테스트 결과는 사용자들이 해당 홈페이지에서 나오는 데이터를 모아 통계내는 방식으로 알려졌다. 국내 모든 이용자가 해당 사이트에서 인터넷 속도를 측정하지 않을뿐더러 측정 환경이 제각기라 유의미한 결과치를 낼 수 없는 구조다.
실제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NIA) 속도 측정의 경우 가입 상품과 지역 등 환경을 먼저 선택한 뒤 인터넷 속도를 측정할 수 있지만, 스피드테스트는 평가 기준 없이 '측정 버튼'만 누르면 바로 측정이 가능하고 수분 내로 결과값이 나온다.
특히 이번 사건은 공신력이 없는 업체의 조사 결과를 공공기관인 NIA가 '2022년 국가지능정보화 백서'에 포함하면서 신뢰성을 높였다는 지적이 나온다. NIA 관계자는 "발간 전 편집 과정에서 해당 부분을 삭제했어야했는데발간 일정을 맞추다보니 그러지 못했다"며 "많은 분께 혼선을 드린점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결국 NIA은 전날 '2022년 국가지능정보화 백서' 부록에 인용된 스피드 테스트의 조사 결과를 삭제했다. 이달 30일 오프라인으로 발간될 백서에서도 스피드테스트 조사 결과 내용을 삭제할 예정이다.
해외 측정 업체의 공신력 부족 사례는 매년 정기적으로 지적된 문제다. 통신사 한 관계자는 “해외 조사 기관들은 통신 품질을 조사하며 그에 따른 비용을 요구하는 경우가 빈번하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그들이 내놓는 조사 결과가 의미가 있나 싶다"고 지적했다.
실제 지난 2019년, 2022년 미국 모바일 네트워크 성능 분석기업 루트메트릭스가 발표한 보고서도 정부의 조사 결과와 큰 차이를 보였다. 이들은 해당 년도 보고서에서 LG유플러스의 5G 속도가 가장 빠르다고 발표했는데, 당시 정부 조사 결과 5G 속도는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순으로 나타났다. 이번 스피드테스트 운영사인 우클라 역시 LG유플러스의 5G 속도가 국내 통신사들 가운데 가장 빠르다는 조사 결과를 2021년에 내놓았다.
한 통신사 관계자는 "2022년 상반기 당시 과기정통부는 전국 85개시 430개 지역에서 품질 평가를 진행한 반면, 루트메트릭스는 서울/부산에서만 이뤄졌다"면서 "측정장소 또한 과기정통부는 85개시 주요 다중이용시설 약 4500여곳 방문했지만 루트매트릭스는 서울/부산 169곳 방문해 측정했다"고 설명했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이용자들이 본인이 이용하는 서비스의 속도가 어떻게 되는지 이제 자유롭게 측정할 수 있도록 개방을 해놓은 것이기 때문에 제재를 하기는 어렵다"면서 "국민의 입장에서 참고 정도만 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TOA)와 통신사업자는 객관적이고 올바른 품질정보를 이용자에게 제공하기 위해 우클라에 측정방법, 내용 등 공개를 요청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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